광주체고 체조부와 대만 여자 체조 국가대표팀이 광주체고 체조장에서 합동훈련에 앞서 기념 촬영에 응하고 있다. 한규빈 기자 |
조금 어색한 발음이지만 훈련을 시작하고 끝날 때마다 우렁찬 인사가 광주체고 체조장에 울려 퍼졌다. 그 주인공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전지훈련 중인 대만 여자 체조 국가대표팀.
리 야(Li Ya) 감독이 이끄는 대만 여자 체조 국가대표팀은 지난 11일부터 광주체고를 베이스캠프로 담금질에 한창이다. 선수 다섯 명과 코치, 트레이너가 동행했고 오는 24일까지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이들이 한국, 그중에서도 광주를 전지훈련지로 선택한 데는 오상봉 광주체고 체조부 감독의 존재가 컸다. 한국 체조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학선과 전국체전 역사상 첫 7관왕 문건영을 육성한 오 감독은 기계 체조 중에서도 도마 지도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리 야 감독은 “도마와 마루에서 한국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며 “특히 오상봉 감독이 도마에 있어서는 최고로 알려져 있다. 한국을 전지훈련지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광주체고가 아직 학기 중인 탓에 대만 선수단은 오전에는 자체 훈련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광주체고가 오는 19일 여름 방학에 들어가면 오전과 오후 모두 합동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합동 훈련을 통해 대만 선수단은 기본기를 다지고 광주체고 선수단은 미적 표현을 더 풍부하게 한다. 오 감독이 기본기에 강한 지도자라면 리 야 감독은 미적 표현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지도자다.
오상봉 광주체고 체조부 감독(왼쪽)이 광주체고 체조장에서 대만 여자 체조 국가대표팀 선수단에게 도마 기술을 지도하고 있다. 한규빈 기자 |
문건영(광주체고 3)은 “우리나라에 비해 훈련 강도가 높은 것 같다. 몸풀기나 본훈련 모두 굉장히 길게 하고 고강도로 하는데 체력이 대단한 것 같다”며 “본훈련에서는 반복적인 동작 연습을 많이 하면서 자세 감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될 때까지 시도하는 것은 우리나 대만이나 똑같은 것 같다”고 느낀 점을 말했다.
홍석경(광주체고 1) 역시 “다른 나라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배울 점도 많은 것 같다. 기술에서 실수가 최대한 없게끔 노력하는 것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대만은 무용 동작에서 크게 몸을 쓰면서 예술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 같다. 저도 거울 보면서 몸을 더 써보고 더 크게 해보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선수들에게는 이번 전지훈련이 평소 예능과 드라마, K-POP 등을 통해 생각해왔던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해 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대만 선수단은 훈련 외 시간에는 광주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황 쯔싱(huang tzuhsing·20)은 “대만은 국가대표팀끼리 훈련을 하다 보니 굉장히 엄숙한 분위기인데 광주체고는 학교 팀이어서 편안한 분위기 같다”며 “맛있는 게 뭐가 있는지 어떤 걸 하면서 노는지 소통했는데 티비로 보던 것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양 코 원(yang ko wen·17) 역시 “학교 체조장인데 시설이 굉장히 잘 되어있어서 놀랐다. 국가대표 훈련장 수준에 가깝다”며 “케이팝 무용을 함께 하면서 말 대신 몸짓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한국 음식을 직접 먹어본 것도 좋았다”고 밝혔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