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늙어가는 농공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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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늙어가는 농공단지
송민섭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4. 06.17(월) 11:09
송민섭 취재2부 기자
농공단지는 농어촌 지역에 설립된 공업단지다. 우리나라 농공단지는 19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도농 격차 문제를 풀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농어촌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진을 통해 농촌을 활성화하자는 목적으로 1984년부터 조성된 것이다.

농공단지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참 생소했다. 농업과 공업이 한데 어우러진 곳이라니, 말만 들어서는 어딘지 낯설고 이질적이었다. 농공단지는 그 자체로 작은 도시와 같았다. 공장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사이에 농장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농업과 공업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함께 공존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농공단지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특히나 인력난은 심각한 문제였다. 공장들은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그로 인해 생산량도 줄어들기 일쑤였다. 어떤 공장은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자동화를 도입했지만, 그마저도 한계가 있었다. 기계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농번기가 되면 일손이 부족해 제때 농작물을 수확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농민들은 점점 지쳐갔고, 젊은이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했다. 그렇게 농촌은 점점 활기를 잃어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농공단지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김 씨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농공단지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베테랑이었다. 그는“처음엔 여기도 참 북적였다.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엔 점점 사람이 줄어들어서 걱정이다. 젊은 사람들은 다 떠나가고 나이든 사람들만 남았다”고 말했다.

농공단지의 분위기도 점차 변해갔다. 사람이 떠나니 더욱 삭막해졌다. 그는 “옛날엔 다들 서로 돕고 살았다.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없으면 농장에서 도와주고, 농장에서 일이 많을 때는 공장에서 사람들이 와서 도와주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여유가 없다. 다들 자기 살기 바쁘니까…”고 말했다.

그의 말 속에는 농공단지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농업과 공업이 함께 상생해야 할 공간에서, 오히려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 인력난으로 인해 고군분투하는 공장들과 농민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했다.

농공단지가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김씨는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이 있어야 농사도 짓고, 공장도 돌아간다. 사람을 끌어들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일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농공단지가 다시금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야 농업도, 공업도 다시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농공단지의 그늘 아래서, 김 씨와 같은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오늘도 묵묵히 일하고 있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농공단지가 만들어진 지 어언 40년. 대한민국의 농업을 이끌어온 농공단지가 어쩐지 힘겨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