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첫 구제역 발생에 한우 직판장·음식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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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전남 첫 구제역 발생에 한우 직판장·음식점 ‘한숨’
가축시장 잠정 폐쇄·도축작업 중단
타 지역서 생고기 공급 운송비 부담
영암 왕인축제 등 봄축제 속속 연기
“축제 맞아 매출 증대 기대했는데”
사태 장기화때 한우 소비 위축 우려
  • 입력 : 2025. 03.17(월) 18:32
  •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
영암, 무안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확산될 우려속에 전남지역 22개 시군 23개소에 거점소독시설을 운영하고 방역에 들어갔다. 17일 장성IC 거점소독시설에서 축사 출입자와 차량 소독을 펼치고 있다. 김양배 기자
‘구제역 청정지역’이던 전남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한우 농가는 물론 상인,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우 비축물량 덕분에 아직까지 지역 내 한우직판장 및 한우 음식점 등의 고기 유통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상황이지만 구제역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우 공급 차질과 소비 감소, 도·소매가격 인상 등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전남도와 지역 한우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영암의 한 한우농장을 시작으로, 15일 영암 3곳, 16일 무안 1곳 등 전남지역 5곳에서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하는 등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추가 발생 지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도는 구제역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소 도축 작업을 중단하고, 지역 가축시장 15곳을 잠정 폐쇄했다.

이에 한우고기를 취급하고 있는 한우직판장과 음식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은 한우 비축물량이 남아 있어 공급 및 영업에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당일 도축과 소비가 필요한 생고기의 경우 당분간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구제역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부정적 인식으로 한우 소비가 위축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광주의 한 한우고기 음식점 사장은 “구제역이 확산되기 이전에 나주 한우 도축장을 통해 받은 생고기 물량이 오늘 동이 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 생고기는 전북 등 다른 지역에서 공급받아야 할 것 같다”며 “그렇게 되면 운송비 등 부담이 늘어 매출에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지역 한우고기 상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다.

한우직판장과 음식점마다 봄 축제 대목을 맞아 매출 증대를 기대했으나 구제역 여파로 축제가 속속 연기되고 있어서다.

실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영암에서는 당초 29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왕인박사유적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왕인문화축제가 5월3일부터 6일까지로 한 달 가량 연기됐다. 또 오는 21일부터 4월13일까지 신안 수선화정원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수선화축제는 4월4일부터 13일로 늦췄다.

목포의 한 한우직판장 업주는 “아직까지는 구제역 초기라 그런지 소비심리 위축 현상은 느껴지지 않으나 장기화 될 경우 아무래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아무리 인체에 무해하다고는 하지만, 사람 심리는 그렇지 않아 한우를 꺼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봄 축제 시즌이라 조금 장사가 되려나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구제역이 터져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함평의 한우 농가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하면 가축 이동 제한 및 도축 물량 감소에 따른 공급량 하락으로 도매가격이 급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구제역이 발생하면 소비자 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던 만큼, 농가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구제역 상황이 마무리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조속한 안정화를 위해 전남지역 모든 축산농가의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축협 관계자는 “현재 한우 구이용의 경우 일주일치 분량인 5톤 정도의 물량을 비축하고 있다”며 “해당 물량이 모두 소진될 경우 가축시장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전남 외 타 시·군에서 한우를 공급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경우 운송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면서 한우 도·소매가격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까지 소비심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남도는 구제역 발생에 따른 영암·무안 및 인접 8개 시군의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4월 일제접종 기간을 앞당겨 오는 22일까지 긴급 백신 접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날 기준 도내 모든 시군 백신접종 대상 168만527두 중 42%에 해당하는 67만5299두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전남도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항체가 10일 내로 생성되는 만큼, 이번 주를 고비로 보고 백신 접종 및 방역 관리에 만전을 다할 방침이다.

이영남 전남도 동물방역과장은 “가축시장은 살아있는 가축 거래가 이뤄지는 곳으로 구제역이 당장 정육 유통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데다 사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질병인 만큼 한우 소비 심리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가축시장 폐쇄로 도축량이 줄어들면 한우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해 가격 변동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한우 소비와 관련된 안정성 홍보 등 소비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