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주택 건설 중에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크고 작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광주시내의 한 3층 규모의 지붕공사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추락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안전장치 없이 작업을 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
건설 사고는 단순한 ‘예측 불가능한 재난’뿐만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예견된 인재(人災)’가 대표적인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지 건설 안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관리 감독 강화…엄격한 처벌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고용노동부) 교수는 건설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열악한 현장 환경과 작업자와 관리자의 안전의식 부족, 형식적인 교육, 관리·감독 소홀 등을 꼽았다.
최 교수는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안전한 작업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거기에 작업자의 불안정한 행동이 더해지면 사고 발생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현재 안전 교육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처벌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장에 필요한 관리자가 충분히 배치되지 않다 보니 안전 관리는 허술할 수밖에 없다”며 “시공 관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안전 관리자와 품질 관리자가 본래 업무 외에 다른 일까지 떠맡는 경우도 많아 위험 요소가 방치된다. 이처럼 빈번하게 발생하는 안전 규정 위반 사항을 해소하고 철저한 안전 조치 준수를 당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 현장에서 적용되는 법이 세분화되면서 효과가 미흡한 점도 지적됐다.
현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화재예방법, 자연재해대책법 등 여러 부처에서 관리하는 법들이 각각 적용된다. 해당 법들은 사고 예방을 위한 것이지만, 너무 세분화되면서 현장에서는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법령의 일원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건설 현장 안전 법규를 한 가지 체계로 정리하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 공사 시작 전에 ‘안전관리 계획서’, ‘유해 위험 방지 계획서’, ‘작업 계획서’, ‘소방 계획서’ 등을 작성하지만, 실제 시공 과정에서는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대책’이 아니라 ‘기존 대책의 실효성’이다”고 당부했다.
●“원청, 하청업체 안전 감독해야”
송창영 광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건설 안전 강화를 위한 주요 해결책으로 △관리 감독 강화 △공사 기간 현실화 △안전 교육 실효성 확보를 제시했다.
그는 무리한 공사 일정 단축이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원청이 하청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하청업체가 다시 재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비용 절감이 우선시되면서 안전 비용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일부 하청업체는 최소한의 안전조치만 취하거나, 안전 교육과 보호 장비 지급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또 무리한 공사 일정과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는 압박이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 법적으로 무리한 공기(工期) 단축을 제한하고, 현실적인 작업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불시 점검 및 실질적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안전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사전 예고 후 점검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낮다”며 “불시 점검을 실시하고, 위반 업체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청업체와의 협력 체계 구축도 중요한 과제로 주목했다.
송 교수는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안전 관리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원청이 하청업체의 안전 조치를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며 “하청업체 선정 시 안전 관리 역량을 평가하고, 미흡한 업체는 계약에서 제외하는 등의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 감시 시스템으로 안전성 확보”
광주경실련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재형 건축사는 건설 현장에서 안전성 확보하기 위해 시민 감시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건설 현장의 안전 점검은 전문가와 행정 기관이 담당하지만, 이들의 유착 가능성과 기존 관행의 한계가 있다”며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에서 ‘시민 점검단’을 제안했지만, 행정 부담을 이유로 정식 운영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시민 감시 시스템이 운영된다면 안전 확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사 현장 신고제·포상제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서 위원장은 “시민들이 공사 현장의 문제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적극적인 신고에 대해 보상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현장에서는 행정 기관이 공지를 하면 그때그때 대처하는 방식이라 실질적인 안전 감시가 어렵다. 전문가 감리도 철저해야 하지만, 시민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고 건설 현장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고 제언했다.
정유철·정상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