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세브르 국립도자기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유물 제1호 옹기주병(왼쪽). 이 병은 지금으로부터 172년 전인 1851년 비금도에 표류한 선원들을 보호해준 조선의 인도주의적 우호에 감사하는 의미로 나주목사 이정현과 기념 만찬을 가진 중국 상하이 주재 프랑스 영사 ‘샤를 드 몽티니’가 자국으로 가져가 기증헀다. 오른쪽은 조선시대 이정현 나주목사 선정비. 나주시 제공 |
나주시는 한·불 양 국가의 외교적 첫 만남의 계기가 됐던 1851년 프랑스 선박의 비금도 표류 사건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하는 학술 포럼을 21일 오후 2시 시청사 대회의실에서 연다고 15일 밝혔다.
‘나주와 프랑스의 첫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한·불 학술 포럼’은 그간 알고 있던 한국과 프랑스 간 외교사의 판을 바꾸고 새로운 역사가 써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금까지 양 국가의 첫 만남은 1866년 프랑스인 신부가 처형된 것을 빌미 삼아 프랑스가 함대를 이끌고 조선의 강화도를 공격했던 사건인 ‘병인양요’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병인양요보다 15년 앞서고 조불 우호 통상조약보다 35년이나 앞선 1851년 한국(조선)과 프랑스가 첫 외교적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이 프랑스의 한 교수에 의해 밝혀져 화제가 됐다.
한국학을 연구하는 프랑스 파리7대학 피에르 엠마누엘 후 교수에 따르면 1851년 프랑스의 고래잡이배 나르발호가 전라도 연안 근처에 좌초되면서 선원 20여 명이 표류돼 비금도에 도착했다.
불행한 소식을 접한 중국 상하이 주재 프랑스 영사 ‘샤를 드 몽티니’는 선원들을 구출하고자 비금도를 방문했는데 우려와는 달리 선원들은 조선인들의 극진한 보호 아래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당시 비금도(신안군)는 전남도 일대를 관할했던 나주목 나주제도(羅州諸島)에 속했다.
몽티니 영사는 귀국 전날인 1851년 5월 2일 나주목사 이정현과 자국 선원들을 잘 보살펴준 조선의 인도주의와 우호에 감사하는 기념 만찬 자리를 갖는다.
이 자리서 이정현 나주목사와 몽티니 영사는 조선의 전통술과 프랑스의 샴페인을 함께 나눠 마셨다. 만찬 이후 몽티니 영사는 옹기주병 3병을 가지고 자국으로 돌아가 세브르 국립도자기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옹기주병은 현재 해당 박물관에 한국 유물 제1호로 소장돼 있다.
해당 사건은 한국과 프랑스의 첫 교류가 평화롭고 우호적인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시작된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아있다.
주한 프랑스 대한민국대사관은 지난 5월2일을 한·불 양국의 우정을 상징하는 날로 정해 올해 처음으로 파리 세브르 국립도자기박물관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박물관은 172년 전 그날 한국 전통술을 담았던 옹기주병을 특별 전시했고 이 소식이 나주에도 알려졌다.
나주시는 이번 학술포럼에 주한프랑스대사관 요한 르 탈렉 문정관, 피에르 엠마누엘 후 교수와 오영교 한불통신 대표 등을 초청했다.
172년 전 한·불의 첫 만남의 계기가 된 비금도 표류 사건의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한·불 교류 활성화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주한 프랑스 대사를 비롯해 전남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비롯해 국제 문화 교류 관련 기관·단체, 고등학교 역사동아리 학생·교사, 이정현 나주목사 후손 등 각계각층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나주시는 관내 보존돼있는 1851년 당시 조선의 대리자로 기록된 이정현 나주목사의 선정비를 소개하고 2023년 양국의 재 만남을 기념해 172년 전 첫 만찬에 사용됐던 옹기주병을 재현해 전시한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한·불 양국 외교사를 새롭게 바꿀 172년 전 역사적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고자 하는 나주시민의 노력이 한·불 양국의 우호와 교류의 초석이 되길 소망한다”며 “내년에는 프랑스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주=조대봉·박송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