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사고기 탑승자 가족 “모든 게 꿈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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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제주항공 사고기 탑승자 가족 “모든 게 꿈이었으면"
공항 주변 목격자 당시 상황 전해
“충돌 규모 커 대형 인명피해 직감”
“대부분 사망” 발표 바닥 주저앉아
“난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 통곡
  • 입력 : 2024. 12.29(일) 18:48
  • 무안=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29일 오전 9시3분께 제주항공 7C2216편(방콕-무안)이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했다. 사진은 사고 직후의 모습. 독자 제공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로비에서 탑승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사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윤준명 기자
무안국제공항에 진입하던 제주항공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해 대부분 탑승자가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뒤 공항으로 모여든 가족들은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29일 오전 9시3분께 제주항공 7C2216편(방콕-무안)이 무안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했다. 해당 항공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탑승해 있었으며, 이 중 2명이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당시 현장을 가까이에서 목격한 주민들은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전하며, 깊은 탄식과 함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과 무력감을 감추지 못했다.

무안공항 인근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이근영(49)씨는 “잇단 굉음이 울려 퍼져 급히 밖으로 나가보니, 비행기가 올바른 착륙 방향을 벗어나 반대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더라”며 “이후 비행기가 바닥을 긁으며 착륙해 결국 울타리 등 구조물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기체에서 큰 불꽃이 일고,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는 “지상에서 충돌하기 전부터 관계당국에 문제가 접수됐던 것 같다. 사고가 나는 순간 소방 인력과 장비가 즉각 투입돼 구조 작업을 벌였다”면서 “충돌의 규모가 커 대형 인명피해를 직감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왔지만, 이런 비극적인 광경은 처음 목격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상인 이경희(56)씨도 “출근하자마자 대포소리처럼 큰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밖으로 나가봤다”며 “사고 현장 인근으로 파편이 날리고 불꽃이 일어나는 것을 봤다. 당시 현장의 상황이 정말 참혹해서 오래 지켜보고 있지 못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공항 활주로 인근 사고 현장 주변으로는 기체의 부품과 파편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기체는 꼬리날개 부분을 제외하고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손돼 있었으며, 충돌 후 폭발의 여파로 상당 부분이 불에 그을려 검게 변해 있었다. 사고 발생 후 수시간이 지난 시점에서도 공항 일대는 코를 찌르는 타는 냄새로 가득했다. 관계당국은 분주하게 수색·구조 작업을 진행하며, 사망사실이 확인된 탑승자들을 천으로 덮어 임시안치실로 이송했다.

공항에는 사고 소식을 접한 탑승자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떨리는 손으로 서로를 부여잡고, 로비에 설치된 TV 화면을 응시하며 반복되는 뉴스 속보에 희망의 끈을 붙잡으며, 생존 소식을 간절히 기다렸다.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확인하며, 사고기에 탑승한 가족에게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통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공항에 마련된 가족대기실에서 진행된 소방당국의 현장 브리핑에서 “총 탑승자 181명 중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족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하며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은 탑승자 명단을 재차 확인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물을 터뜨렸다.

신원이 미확인된 탑승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공항에는 탑승자 가족들의 애끓는 통곡과 눈물 섞인 한숨만이 울려 퍼졌다.

로비에 설치된 스크린에 지문 인식 등을 통해 사망사실이 확인된 탑승자 명단이 공개될 때마다 곳곳에서는 외마디 비명이 터져나왔다. 가족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물만을 쏟아냈고, 큰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실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중년 여성은 딸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이제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 우리 딸을 살려내라”면서 오열했다.

동생이 탑승한 40대 여성은 “지난주 동생과 가족끼리 연말 모임을 하고 새해가 되면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믿기지 않아,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무안=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