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제7회 ‘광주문화재야행’이 열린 가운데, 송원초 3학년 이채아(10)양이 붓글씨를 쓰고 있다. |
올해로 7회째를 맞은 ‘광주문화재야행’이 5·18민주광장 ‘재명석등’, 광주읍성유허, 서석초 일원에서 열렸다.
풍물단들은 우레와 같은 소리로 태평소를 불고 징과 꽹과리로 박자를 맞추며 신나는 국악 공연을 펼쳤다. 풍물패의 음악소리에 어느새 주변에는 구름떼 같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시민들은 “얼쑤” “좋다” 추임새를 넣으며 한껏 흥을 돋웠다.
공연이 펼쳐지는 바로 옆에는 삿갓을 쓴 아이들이 붓글씨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아이들은 벼루에 고인 먹물을 찍어 도화지에 쭉쭉 그었다. 앳된 실력으로 난을 치기도, 부모님께 사랑한다며 편지를 쓰기도 했다.
송원초 3학년 이채아(10)양은 “엄마, 아빠랑 같이 외식하고 놀러 나왔다. 붓으로 글씨를 처음 써보는데, 도화지가 빨리 젖어 생각보다 글 쓰는 게 어렵다”며 “그래도 재밌다. 이렇게 어두운 검은색은 처음 봤다”고 웃었다.
포졸로 분장한 스텝들도 눈에 띄었다. 꼬마의병단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포졸들의 설명과 함께 거리를 행진하기도 했다.
김지안(9)군은 “의병의 뜻을 처음 알았다. 나라가 위험해지면 꼭 의병 활동을 하겠다”며 “드라마에서만 보던 옷을 이렇게 입어보니 신기하다.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포졸로 분장한 스텝들이 꼬마의병단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임택 동구청장이 ‘사또’ 분장을 하고 아이들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
동구는 7년 연속 문화재청 주관 문화재 활용사업에 선정되면서 코로나19 일상 회복 시기에 맞춰 이번 축제를 모든 시민들이 문화재를 즐길 수 있는 대면 축제로 계획했다.
올해는 무등산의 상서로운 ‘돌’(서석)이 11세기 석수장이에 의해 ‘석등’(재명석등)이 되고, 16세기 안전한 도시를 꿈꾸며 ‘성돌’(광주읍성)을 쌓았던 구전을 스토리텔링 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행사는 전날 임동창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돌의 빛’ 개막식 공연으로 시작됐다. 행사장 곳곳에는 광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버스킹 그룹 ‘조이밴드’·‘피리 안지수’·‘이훈주 싱어송라이터’ 들이 전통 국악과 퓨전 국악 등을 공연했다. 외국인과 시민들을 위한 해설사 투어 등도 마련됐다.
해가 저물자 행사의 꽃 야행 코스 걷기가 시작됐다. 야행에 참여한 사람들은 노란 풍선과 등불을 손에 들고 재명석등 광장을 시작으로 동명동 대숲길을 걸었다.
광주 재명석등은 옛 광주읍성 남문안의 대황사에 있던 석등이다. 8각 기둥에 “무진년에 임금이 오래 살고 나라가 편안하기를 바라며 석등을 세웠다”는 글이 새겨져 있어 ‘재명석등’으로 부르고 있다.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걷던 김지민(38)씨는 “산책할 겸 아이랑 큰 기대 없이 왔는데, 선조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며 “도심 한 가운데 이렇게 많은 문화유산이 있는 줄 몰랐다.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분장을 한 스텝과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