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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중앙과 지방 시선이 아닌, 수평적 인식의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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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중앙과 지방 시선이 아닌, 수평적 인식의 확대"

'무안학'의 출범과 지역학의 과제

게재 2022-09-15 17:10:05
2022 무안학 심포지움 장면-무안문화원 제공
2022 무안학 심포지움 장면-무안문화원 제공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무안학 심포지움을 열었다. 무안군 후원 무안문화원 주최 프로그램이다. 우후죽순 지방학이 생겨나는 와중에 아마도 꼴찌로 이름을 올린 게 아닌가 싶다. 내가 2년여 두 번의 기획과 섭외 등을 맡아 진행해서가 아니라, 향후 지역학을 고민하고 구성해나갈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페이스북에 간략한 성과를 공유하였고, 오프라인의 독자들을 위해 다시 풀어쓰는 셈이다. 그동안 몇 차례 무안학이라는 이름으로 발표와 토론이 있었지만 <향토지> 등 지역연구의 맥락을 넘어서는 지역학 화두를 내걸었다. 무안문화원 이용식 사무국장 등의 기획과 추진은 물론 관내 여러 일꾼들의 협업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전경수 교수의 <도서와 기수역, 그 생태사와 생태 정체성: 무안에서 지역학을 생각한다> 요지는 저자의 요구를 존중해 생략한다. 그의 코멘트가 향후 무안학이라는 지역학을 준비하고 구성해나가는 데 소중한 지침과 사례를 제공해주었다는 점만 언급해 둔다.

경기학 연구 지평의 변화-시민인문학 대두와 연구 주제 확장을 중심으로-

강진갑 전 경기대 교수의 발표, 경기학 연구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지역학 연구로 이행된 맥락을 설명하였다. 지방학과의 변별이 모호하긴 했지만 <지리지>, <읍지> 등의 연구로부터 <경기도지사> 등의 흐름을 소개해주었다. 경기문화재단의 설립과 운영, 확산 등에 대한 사례는 물론 2015년 설립한 경기학회의 창립과 활동이 많은 귀감이 되었다. 무엇보다는 주목했던 것은 2010년대 이후 확장되어 온 시민인문학자의 대두와 활동이었다. 주로 퇴직자나 은퇴자 중심으로 연구진이 꾸려지고 주민 생애사 중심의 구술 연구들이 고무적이었다. 교수를 비롯한 대학의 연구진, 전문 기관의 연구진이 아닌 시민들 스스로 자료를 수집하고 생애사를 발간하며 역사문화를 기록하는 활동이다. 중앙이나 지자체 연보 중심의 역사 기록을 벗어나 이름도 빛도 없이 살다가는 제 민중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시대정신이라고 할까. 구술이 가지는 객관성의 결여라는 한계는 있지만, 시대정신은 시대정신대로 살려 나가고 한계는 한계대로 보완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은퇴자 중심이 아니라 대학생들을 포함한 젊은 학자들을 시민인문학의 이름으로 시스템화하는 일이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라북도 지역학 연구의 현황과 문제점

송화섭 전 중앙대 교수의 발표, 전라북도 지역학 연구의 현황과 문제점을 여러 시군 사례를 예시해가며 분석하고, 전북학연구지원센터, 전주역사박물관, 정읍학연구회, 원광대 익산학연구센터, 군산시 군산학지원사업 등을 소개해주었다. 다른 발표자들도 이구동성 공감하고 동의한 것은 향토라는 언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다. 지방학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굳이 지역학이라 호명하는 이유가 그러하다. 예컨대 중앙과 지방이라는 시선이 아니라, 서울도 하나의 지역이라는 수평적 인식을 확대해나간다는 뜻이다. 무안소재 초당대학교와 무안학을 연결하여 이른바 '무안대학교' 등을 운영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안하였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해간다는 푸념처럼, 국립대학을 포함해 정원이 급감하는 시대 상황을 극복하는 대안이라고나 할까. 안동대학이나 기타 몇 개 지역의 지역학 정규 과목 설치가 주는 메시지가 중요해 보인다. 국립목포대가 소재지인 무안과는 아무런 피드백도 이루어내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은퇴자나 노령층을 겨냥하는 평생교육제도를 넘어서는 대안 아닐까 싶다. 대학이 지자체나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지역학을 개설하고 학생들은 실무겸 급여를 받으며 학업에 임했다가 다시 지역의 일꾼으로 취업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선순환 구조가 그것이다.

강원도의 힘 강원학과 한국의 보루 제주학의 가치

지면상 두 지역을 한 챕터로 정리함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강원도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이창식 세명대 교수의 발표, 강원학의 어제와 오늘을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었다. 강원학연구센터의 설립과 비약적인 발전에 대한 소개는 여러 지역학의 진전에 귀중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예컨대 강원문화재단에 편입되지 않는 독자적인 출범과 이후 비약적인 성과의 집적을 소상하게 소개해주었다. 아카이빙이 어떻게 설계되고 진행되었는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되었다. 제주학의 가치와 <제주학 연구원>의 필요성, 허남춘 제주대 교수의 발표, 서울학을 비롯해 가장 오래된 지역학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가 현재 회장을 맡은 진도학도 20여 년을 훌쩍 넘겼고 방대한 성과들을 집적해온 바 있다. 제주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왕섬이므로, 가장 제주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모토로 담론을 견인해왔던 것같다. 제주와 진도가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언설처럼 독창적이면서도 보편성을 담보하는 문화가 제주학의 토대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제주학 연구원 설립 당위도 당연스레 주장된다. 특히 오키나와 등 세계 각국의 지역학 사례들을 소개해주어 시대적 패러다임의 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가 한해륙의 끝이 아니라 처음이듯이 남도도 한해륙의 끝점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남도인문학팀

남도학의 보루 무안학

끝으로 내가 남도학의 노둣돌, 무안학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발표, 지난해 무안학을 출범시키며 제안했던 해경표(海經表)를 보완하고, 지난 연말 발간한 단행본 <무안만에서 처음 시작된 것들(다할미디어)>을 갈무리하여, 무안반도를 해만(海灣)의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제안을 풀어 설명하였다. 내가 20여 년 얘기해온 갱번론의 확장과 그 첫발을 무안에서 떼자는 제안이기도 했다. 바다를 갱번이라고 호명하는 남도 사람들의 작명 전통에 대해 낯설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게 강변(江邊)의 서사를 전유한 개옹, 물골, 바닷속 골짜기라는 생태학적 인식에서 비롯된 남도 사람들의 정체라는 점 다시 강조해두었다. 명토 박아 두는 것은 적어도 갱번이라는 호명을 공유하는 문화권에서는 바다가 강이요 강이 바다라는, 뭍과 물을 반복하는 대대성(對待性)의 인식이 체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본 칼럼을 통해 수차례 주장했다. 예컨대 무안반도를 무안만으로 뒤집어 읽는 등의 시도는 내 오랜 현장 연구에서 얻은 지혜다. 특히 인구 감소시대에 맞춰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응하는 광주 전남북의 광전해(光全海) 관계시티를 다시 제안하였다. 제주도에 태평양학 센터를 두자고 주장하는 것처럼, 해만(海灣) 센터를 토수양(土水洋, 서긍의 호명법에 따라 내가 한해륙 서남해 갯벌 바다를 통칭하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이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 어딘가에 만들자고도 제안했다. 나승만 교수를 좌장으로 한 토론으로는 김대호 순천대 교수, 박관서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박해연 초당대 교수, 노기욱 호남의병연구소장, 조기석 무안학연구소 전문위원, 선영란 나주시청 학예연구사가 수고해주었으나 지면상 내용까지 갈무리하지 못해 아쉽다. 이 기록이 우리나라 지역학 연구는 물론 지역자치, 지역분권이라는 시대정신의 준비와 실천에 도움 되기를 바라며 몇 자 옮겨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