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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81> "영화는 일상 속 '예술의 총집합'…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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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81> "영화는 일상 속 '예술의 총집합'… 문득 깨달았다"

뉴욕, 뉴욕, 뉴욕 박물관의 도시 뉴욕시티, 뉴욕영상박물관(Museum of the moving image)

게재 2022-07-21 15:35:37
〈세서미 스트리트〉의 머펫 '빅버드'. 차노휘
〈세서미 스트리트〉의 머펫 '빅버드'. 차노휘

미국 영화

영화(영상 작품)는 제작과정에 창조적 요소와 기계·기술적 요소 그리고 경제적 요소가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자본주의의 꽃이자 종합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을 책임지는 제작자와 스튜디오·카메라·녹음·현상 등의 시설이 있어야 하며 작품을 감독하는 감독과 시나리오작가·배우·촬영기사·미술가·음악가·편집자가 공동으로 작업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를 관객과 연결시키려면 배급처와 영화관이 필요하다. 광고가 따라야 하고 영화평론가들의 평가도 있어야 한다. 마침내 영화관에서 관객을 만났을 때에야 대중전달의 기능이 발휘되고 거기에서 상품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다. 관객에게 심리적 영향을 줌으로써 예술적 또는 오락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렇기에 영화는 '자본'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사실 '영화'라고 할 수 있는 문화가 시작된 곳은 프랑스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영화 하면 떠오르는 많은 것들은 미국에서 일군 경우가 많다. 미국 영화 시장은 토마스 에디슨이 영사기를 발명하면서부터 출발했으며 그 뒤로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국 영화 시장의 특징은 첫째도 자본, 둘째도 자본, 셋째도 자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자금력이 동원되어 높은 퀄리티 영화 제작 및 전 세계적으로 홍보 및 배급을 했다는 말이다(1960년과 1970년의 기점으로 영화산업이 텔레비전 제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미디어 그룹의 일부로 재편되어 실제 극장 보다 더 큰 이윤을 얻는다). 그렇더라도, 창의력과 상상력이 없으면 빛을 발할 수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머펫들. 차노휘
머펫들. 차노휘

머펫(Muppet)과 짐 헨슨(Jim Henson)

창의적인 작품 중에 한 가지를 예로 들자면 '머펫'을 빼놓을 수가 없다. 퍼펫(puppet)과 리오네트(Marionette)를 합친 말인데, 흔히 사람이 인형을 장갑처럼 끼고 움직이는 인형을 말한다. 좀 더 정교하게 목뿐만 아니라 손 등을 섬세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눈, 목, 관절 등을 제작하기도 하고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조정하기도 한다. 보통 인형 상반신 부분만 노출하기 때문에 커다란 탁자로 밑부분을 가리면서 한 두 사람이 조정을 한다. 이를 다양한 캐릭터로 개발해서 프로그램으로 성공시킨 대표적인 사람이 '짐 헨슨'이다.

1969년 머펫들을 등장시킨 아동용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 Sesame Street〉가 방영되기 시작하자, 헨슨과 인간을 닮은 그의 동물 인형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976년에는 영국에서 제작된 '머펫 쇼'가 100여 개 국가에서 방송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다. 이에 힘입어 〈머펫 영화 The Muppet Movie〉(1979), 〈위대한 머펫 케이퍼 The Great Muppet Caper〉(1981), 〈머펫들 맨해튼을 차지하다 The Muppets Take Manhattan〉(1984) 같은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헨슨이 창조한 머펫이 오늘날에도 중요한 이유는 그 프로그램들이 주로 아동을 상대로 해서 그들의 인격 형성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 상대의 창조물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헨슨이 창의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제대로 해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 현장 및 전시를 볼 수 있는 곳이 '뉴욕영상박물관(Museum of the moving image)'이다.

뉴욕영상박물관 입구. 차노휘
뉴욕영상박물관 입구. 차노휘

뉴욕영상박물관(Museum of the moving image)

뉴욕영상박물관이 짐 헨슨의 머펫만 전시해놓은 것은 아니다. 〈세서미 스트리트〉의 머펫뿐만 아니라 〈미세스다웃파이어〉의 분장 등, 영상세트를 어떻게 구상하였는지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머펫극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체험하는 공간은 꽤나 흥미롭다. 카메라 2대가 설치되어서 한 대는 인형 위주로 찍고, 나머지는 그 인형을 움직이는 연기자를 찍은 후에 그 둘을 합쳐서 관람자가 직접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인형을 직접 디자인해서 영상으로 만드는 체험도 있다. 옷을 입히고 가발도 씌우면서 나만의 캐릭터 창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정교한 피규어는 또한 어떠한가. 100퍼센트 수제품인 피규어는 하나의 예술품이었다. 만약 성우가 꿈이라면 더빙도 도전할 수가 있다. 캐릭터에 대사를 입혀서 다른 등장물과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이렇듯 이미 머릿속에서는 다 알고 있는 이론이지만 실제로 접해보면 영화가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 존재하며 예술의 총집합이라는 것을 그곳에서 깨닫게 된다.

짐 헨슨. 차노휘
짐 헨슨. 차노휘

퀸즈(Queens)의 아스토리아(Astoria)에 위치한 뉴욕영상박물관. 에콰도르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우연히 인근에 있다는 것을 알고 방문했던 곳. 운 좋게 그날 저녁, 오리지날 필름 영화인 〈The Shining〉(1980)이 상영된다는 말에 5달러를 주고 예약까지 했다. 팬데믹으로 거의 모든 극장이 문을 닫을 때였다.

그날 저녁, 오래된 필름 영화에서 미쳐 가는 잭을 보면서, 폭설로 고립된 오버룩 호텔에서 스탠리 큐브릭이 장치해 놓은 공포의 덫에 갇혀 잭의 희생자가 점점 되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상영시간까지 기다리느라 바에서 몇 잔 마신 칵테일 효과라고 하기에는 그 무게감이 상당했다. '작가가 글을 쓰지 못하고 막혀 있는 상태에 관한 작은 이야기일 뿐'이라는 원작소설에서 스티븐 킹이 말하고자 했던 그 메시지가 그날 그 필름영화가 나에게 전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는지,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