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이 꿈꾸는 반도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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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광주·전남이 꿈꾸는 반도체 도시
김성수 정치부장
  • 입력 : 2022. 07.14(목) 13:37
  •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김성수 부장
"참새는 비록 작지만 오장육부는 다 갖춘 동물입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인 시중쉰(광둥성 책임자)이 1978년 '참새'로 비유한 광둥성의 자치권을 덩샤오핑(鄧小平 등소평)에게 요청할 때 한 말이다.

개혁개방을 부르짖던 덩샤오핑은 당시 "먼저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을 거론하며 그의 제안을 수용했다. 광둥성 선전은 그렇게 '경제특구'가 됐다.

선전은 80년에 경제특구로 지정될 당시 '바오안'이란 이름의 작은 어촌마을이었다. 선전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 상전벽해가 무엇인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인구 3만명의 어촌마을은 마천루에 둘러싸인 첨단국제도시로 탈바꿈했다. 인구 약 1200만명, GDP 약 2조 위안(320조원 규모)에 달하는 선전은 텐센트, 화웨이 등의 굴지의 IT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한 중국판 실리콘 밸리로 통한다.

2022년 광주·전남도 1978년 당시 선전과 같은 꿈을 꾸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제1차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새 정부 기회 발전 특구의 첫 번째 모델로 광주·전남 반도체 특화단지를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지만 꿈의 시작은 광주·전남과 선전이 흡사하다. 다만 결과가 '동상이몽'으로 끝날지, 꿈을 실현할지는 '확고한 의지'에 달려있다. 덩샤오핑이 선전을 '경제특구'로 만든 것처럼 말이다.

이제 공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중국과의 정치·경제 등의 국가시스템이 다르지만 윤 대통령의 선택이 광주와 전남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수도권 집중화를 막고 지역불균형을 해소하는 차원, 호남을 더 이상 '외톨이'로 만들지 않겠다는 대선 때의 약속을 이젠 지킬 때다.

선전은 지리학적으로 변방으로 통한다. 중국 수도(베이징)와 먼 남쪽에 위치한 곳이다. 서울과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광주·전남과 흡사하다.

인구 3만인 선전과 비교할 수 없지만 산업적 측면으로 보면 광역시인 광주엔 300인 이상 사업장이 14곳에 불과한 점은 참새로 비유된 선전과 다를 바가 없다.

대통령의 의지 다음으로 '과감함'이 절실하다. 덩샤오핑은 선전을 경제특구로 지정한 뒤 세제혜택 등 각종 정책적 특혜로 외부 자본과 기업을 끌어 모았다. 결과는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다 줬다.

선전은 현재 홍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 경제금융의 중심이자 국제 첨단 기술 도시로 부상했다. 특히 선전의 난산구와 푸텐구 등 일부 지역의 1인당 GDP는 이미 4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전략 핵심은 '기회발전특구(ODZ Opportunity and Development Zone)'다. 파격적인 세제지원과 규제특례로 개인·기업들에게 감면받은 세금을 기회발전특구에 재투자하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여기엔 중앙정부의 규제가 유예·면제되고, 각 지방정부의 차별화된 규제특례가 적용된다. 또 △중앙정부의 규제 신속 확인 △실증특례 △임시허가 등의 규제혁신 등이 허용될 예정이다.

반도체 특화단지를 추진하는 광주·전남이 '1호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될 시 가공할 경제적 효과는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윤 대통령의 선택을 기다리는 광주·전남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강 시장은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광주와 전남은 지방을 살릴 수 있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광주·전남 인접 지역에 300만 평 규모의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며 "광주·전남 반도체 특화단지를 지정하면 지역균형발전과 대한민국 반도체산업 재도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겠다"고 건의했다.

김 지사 역시 " '광주 인공지능 사업과 연계한 생태계 구축', '전남에 구축을 추진 중인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통한 미세기술 확보', '풍부한 산업용수와 초고압 전력망' 등 반도체 산업 유치에 필요한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며 반도체 특화단지 최적지임을 강조했다.

"문득 밤사이 봄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온 나무마다 배꽃이 피었네"(忽如一夜春風來,千樹萬樹梨花開) 중국에서 개혁개방 이후 발전사를 다룰 때 자주 인용하는 당나라 시인 잠삼(岑參)의 시 구절이다.

1978년 개혁개방의 1호인 선전은 봄바람처럼 곳곳에 발전의 씨앗을 틔웠고, 그 싹은 엄청난 속도로 자라나 기적의 꽃을 피웠다. 40여 년 후 선전이 그랬던 것처럼 광주·전남에도 '기적의 꽃'이 만개하길 기원해 본다.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