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도 달갑지 않아"…채소 값 폭등에 생산자·소비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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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도 달갑지 않아"…채소 값 폭등에 생산자·소비자 '울상'
상추·양파 등 보름동안 3배 이상↑ ||가뭄·폭염 여파 수확량 40% 줄어 ||일손 부족… 수확 어려워 ‘삼중고’ ||자영업·소비자 “소비 갈수록 부담”
  • 입력 : 2022. 07.04(월) 16:22
  • 김은지 기자

4일 광주시 서구 한 마트에 상추 및 잎채소들이 진열돼 있다. 적상추 4㎏의 도매가격은 4일 4만3360원을 기록했다.

가뭄으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가파르게 오르던 채소 가격이 장마철까지 맞물려 폭등하고 있다.

대부분의 채소가 시장경제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으로 보름동안 2배 이상 오르는 건 예삿일이다. 하지만 올해 가뭄, 일손부족에 장마까지 더해져 3배 이상 치솟아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중간소매업자 뿐 아니라 음식점에서도 채소값 인상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4일 기준 1만5235원에 팔리던 적상추 4㎏의 도매 가격은 지난 4일 4만3360원을 기록했다. 1년 전(1만9548원)보다도 50% 이상 뛴 셈이다.

배추 10㎏의 도매가격은 평균 1만2600원으로 1개월 전(1만366원)보다 약 6%나 올랐다. 1년 전(6648원)과 비교해도 약 50%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작황의 호황으로 생산량이 증가해 가격이 폭락했던 양파(15kg 기준) 역시 1년 전(1만338원) 가격보다 60% 이상 오른 2만2540원을 웃돌고 있다.

대부분 2배 이상 상승한 채소 도매가격에도 농가들은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했다.

무안군에서 상추 농사를 짓고 있는 김 모(48)씨는 "채소 가격이 오르면 파는 사람은 좋을 거라 생각 하지만 그거야 작황이 좋고 생산량이 많을 때 이야기다. 올해는 파는 사람들도 죽을 맛"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5월부터 최근까지 지속된 가뭄으로 대부분의 채소가 극심한 생육부진 현상을 보였고 이는 곧 생산량으로 이어져 평년보다 60%에 못 미치는 출하량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상추 가격이야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 매일, 매달 다르긴 하지만 올해의 경우 생산과 수확이 어렵고 코로나19로 외국인 일손까지 줄어 어느 때보다도 수확이 더디다"며 "외국인 노동자를 구해 쓴다 해도 10만원이 훌쩍 넘기 때문에 노동자 일당을 빼면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가뭄을 넘겼더니 이번에는 장마와 태풍이라는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김씨는 "가뭄은 어찌저찌 넘겼다 치더라도 이제부터 장마라는데 겁부터 난다"며 "조금씩 내리면 다행이지만 폭우가 내리기라도 하면 사실상 올해 채소 농사는 망쳤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작황의 호황으로 생산량이 증가해 가격이 폭락했던 양파의 도매가격(4kg)이 1년 전 가격보다 60% 이상 오른 2만2540원을 웃돌고 있다.

중간 소매업자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광주 서구에서 중형마트를 운영 중인 이 모(37)씨는 "가격이 많이 오르면 파는 입장에서도, 구매하는 고객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며 "대부분 잎채소 가격이 보름 새 두 배 이상 껑충 뛰어 올랐다. 상추와 배추는 그나마 양반이다. 가격이 더 오른 열무나 치커리 등은 아예 매입할 생각을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채소 가격 폭등에 ' 쌈에 고기를 싸 먹는 게 아니라 고기에 쌈을 싸 먹어야 할 판'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고깃집 등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애가 탄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손님들의 상추 더 달라는 요청에 쓴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김승호(48)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이제야 좀 매출이 오르나 싶었는데 이제는 원재료 값을 걱정해야 한다"며 "금(金)추라는 말은 매년 나오는 얘기지만 자영업자들이나 신경 쓰지, 손님 입장에서는 신경 쓸 일도 아니지 않나. 요즘엔 '상추 더 주세요'라는 말이 제일 무섭다"고 토로했다.

장마철 이후에도 한동안 채소 가격은 안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장마 기간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가 올여름이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관측되면서 농산물 수급 위험도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폭염이 장기화됐던 2018년에도 잎채소, 여름 과일이 화상을 입거나 병충해를 겪어 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가뭄으로 인해 여름철 주요 채소류가 공급 감소로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해당 점검팀을 통해 현장 기술 지도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며 "정부는 관계 기관과 협력해 사전 정비와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고 농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수급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