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은 명백한 범죄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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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은 명백한 범죄 행위"
조양 일가족 극단적 선택에 무게 ||지역민들 “어린게 무슨 죄” 분노 ||존속·비속살해 형평성 논란 재점화 ||전문가 “아이 부모 소유물 아니다”
  • 입력 : 2022. 07.03(일) 15:59
  • 노병하 기자
지난 6월29일 오후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에서 조유나 양 가족이 탑승했던 승용차량이 한달여만에 바다에서 발견돼 경찰 등이 차량 인양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경찰 제공
279명. 지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 중에서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에 해당하는 아동들의 수다. 여기에는 미수에 그친 것도 포함됐지만 11년간 부모가 일방적으로 자식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가 수백건에 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존속살해는 가중처벌이 되는데, 비속살해는 일반살해와 동일시된다. 어떤 면에서 존속만큼이나 일방적이고 잔혹하며 더욱 폭력적인데도 처벌은 약한 것이다.

이번 완도에서 실종됐다가 바닷 속 차량에서 발견된 조유나(10) 양이 바로 그렇다. 조양은 영문도 모르고 어느날 갑자기 부모와 같이 세상을 떠나야 했다.

지난달 30일 광주경찰은 29일 오후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앞바다에서 인양한 아우디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3명의 신원조사 결과 조양 일가족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양 일가족의 신원은 지문 대조 분석을 통해 차례로 확인됐다. 인양 당일 오후 6시30분께는 어머니 이모(35)씨의 신원이 먼저 확인됐다.

1시간30분 뒤에는 차량 내 숨진 남성이 아버지 조모(36)씨인 것으로 파악됐다. 마지막으로 오후 9시30분께 뒷좌석에 숨져있던 여자아이도 조양인 것으로 판명됐다.

극단적 선택인지 사고인지는 추후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조양의 아버지가 완도로 떠나기전 검색한 단어가 극단적 선택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경찰은 자의에 의한 사고행위에 중점을 두고 수사 중이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불과 10살인 조양의 생명이 부모에 의해 사라졌다는 추정 때문이다. 광주 광산구의 노모(45·여) 씨는 "애가 무슨 죄냐? 부모라고 아이의 목숨을 함부로 해도 되는 거냐"라며 "아무리 어려워도 이 부분은 공감도 안가고 이해해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금호동의 최정자(71·여) 씨도 "조양은 부모의 말이니 따라야 했을 것 아닌가. 그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답했다.

네티즌들도 연일 분노하고 있다. 대부분은 이 사건과 관련 조양의 죽음에 대해 '살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확히는 삶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강제로 박탈당했다는 점에서 공분은 계속 커지고 있다.

실제 대한민국에서 부모에 의한 자녀 살해 발생건수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지난 2014년 서울대 법의학교실에서 발표된 논문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에 따르면 2006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국내에서 부모에 의한 자녀 살해가 총 230건 발생했다.

또 아동권리보장원이 발표한 2020년 아동학대 통계현황에서도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 43명 중에서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에 해당하는 아동이 12명에 달했다. 특히 극단적 선택에 실패한 미수에 해당하는 사례까지 더하면 2009년부터 2020년까지 279명에 달했다.

김철호 광주아동보호기관 팀장은 "(조양 가족과 관련)조심스럽지만 언론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정황 추측이 맞다면, 이는 동반극단 선택이 아니라 명백한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로 극단적인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며 "게다가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에 실패한 부모의 경우 국내에서 존속살인에 해당하지 않아 적용되는 형량이 낮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온정적 시선도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남겨질 자녀를 책임질 수 없어 살해한다는 생각은 국가의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불신과도 무관하지 않다. 다시 말하자면 아동의 안녕과 성장의 책임이 국가에게 있다는 점을 부모들이 체감하지도, 신뢰하지도 못했다는 반증이다"며 "갑작스런 경제적 어려움에 삶을 비관하는 가정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복지사각 지대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더 촘촘히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 살해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현행 법은 존속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가중처벌하고 있다. 형법 제250조 2항(존속살해죄)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제250조 1항(살인죄)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보다 무거운 형량이다.

반면 자녀, 즉 비속에 대한 범행의 경우 형법 제251조에서 영아살해죄를 묻긴 하지만, 최고 형량이 징역 10년으로 존속살해(7년 이상)보다 가볍다. 가중처벌하는 규정도 없다.

광주지역 한 법률전문가는 "존속살해죄는 우리 사회의 효를 강조하는 유교적 관념 및 패륜성에 비추어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면서 "반면 보호하고 교양해야 할 직계비속을 살해하는 경우에는 별다른 가중처벌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봉건적 윤리관념에 기반한 것으로 존속과 비속 간의 지배·복종 관계에 기반한 권위주의적인 관점"이라고 꼬집었다.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역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자녀 살해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중처벌법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법안 통과는 요원하다. 비속 살인에 대한 공식 통계 조차 없다"며 "이제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목숨을 끊는 행위를 단순 '비극'이 아닌 명백한 범죄 행위로 인식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