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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회복' 왔지만 '택시 회복'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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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일상 회복' 왔지만 '택시 회복' 멀었다

코로나 직격탄 기사들 대거 전직
시민 “심야 아닌 낮에도 안 잡혀”
정부 ‘합승 부활’…상황 못 바꿔
노조 “요금인상 등 실질적 대안을”
市 “타개 대책 없어…요금 심의 중”

게재 2022-07-05 16:35:29
지난달 25일 오후 11시 광주 동구 구시청 사거리 인근 택시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정성현 기자
지난달 25일 오후 11시 광주 동구 구시청 사거리 인근 택시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정성현 기자

"요즘에는 약속을 마치기 전에 택시 앱(애플리케이션)부터 돌려요. 지인들과 헤어진 후 택시를 잡으면 한참을 그 자리에서 기다려야 하니까요."

지난달 25일 오후 11시, 술집·카페 등이 즐비한 광주 충장로 일대는 귀가 중인 시민들로 가득했다. 대중교통 승강장에는 버스·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고, 차 시간이 애매한 이들은 '빈 차' 불이 켜진 택시가 지나갈까 연신 고개를 기웃거렸다.

충장로 1가 택시 승강장에서 만난 김유림(23) 씨는 "벌써 이 자리에서 20분을 기다리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택시가 너무 안 잡힌다. 그나마 지나가는 택시들은 죄다 '예약'표시가 있거나 목적지가 먼 손님만 찾는다"며 "지난해 '위드 코로나' 때만 이런 상황이 있을 줄 알았더니, 오히려 지금이 그때보다 더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심야시간만의 일이 아니다. 요즘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는 택시가 낮에도 잘 안 잡힌다는 것"이라며 "하도 배차가 안돼 최근에 허용된 '택시 합승'도 해볼까 했지만, 어떤 택시 앱을 깔아도 광주는 '서비스 지역이 아니다'며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25일 광주 충장로 인근에서 만난 김유림씨가 보여준 한 택시 합승 앱에는 '서비스 준비 지역'을 이유로 합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정성현 기자
지난달 25일 광주 충장로 인근에서 만난 김유림씨가 보여준 한 택시 합승 앱에는 '서비스 준비 지역'을 이유로 합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정성현 기자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 세 달을 맞았다. 곳곳에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일상 회복이 이뤄졌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택시 잡기는 왜 더 힘들어진 걸까.

택시 업계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택시 기사들이 배달 대행·대리운전 등으로 이직하면서, 택시 가동률이 급격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도 늘어 수요 폭증까지 더해졌다. 그야말로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된 셈이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30일까지 광주 심야 택시 수요는 63만53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만3554건) 대비 28.72% 증가했다.

반면, 지난달 기준 광주 개인·법인 소속 택시 기사는 총 7514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8396명) 대비 882명이 업종을 떠났다. 이중 법인택시 기사가 879명(3604명→2725명)·개인택시 기사가 3명(4792명→4789명) 감소했다. 업무가 다소 자유롭고 면허 양도 등이 가능한 개인택시에 비해, 그렇지 않은 법인택시 기사의 감소폭이 매우 컸다.

아울러 택시 업계 복귀·기사 신규 채용 등도 쉽지 않다. 지난 2년간 기준금·유류비 등이 인상돼 기사들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설사 채용하더라도 초보 기사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을 택시회사가 떠안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법인택시기사 조모(68) 씨는 "그동안 매출이 반 토막 난 데다, 기준금을 맞추지 못한 기사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면서 (택시 업계) 상황이 매우 열악해졌다. 원래대로면 택시 한 대에 기사 2명이 배정돼야 하지만, 현재 1명도 못 채운다"며 "떠났던 기사들이 되돌아오거나 신규 입사자가 들어오는 경우도 거의 없다. 기름·LPG 값·플랫폼 수수료 등을 내면 남는 게 없는데 왜 오겠나. 오죽하면 우리끼리 하는 소리가 '택시 그만 둘 수 있으면 빨리 그만둬라'다"고 털어놨다.

조씨가 말한 기준금이란 사납금제 폐지 이후 사측에서 만든 '운송수입기준금'이라는 제도로, 회사에서 요구하는 일정액을 채우지 못하면 나중에 월급에서 공제하는 방식이다. 택시 업계에 따르면, 광주 법인택시 평균 납입 기준금은 하루 16만3000원 정도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달 15일 1982년부터 금지됐던 택시 합승을 재허용시켰다. '심야택시 운송난 해소'와 '업계 활성화'가 골자인데, 택시 업계는 '실효성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문홍근 전국택시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정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택시 합승 부활' 등의 내용은 택시 플랫폼 회사의 배만 불릴 뿐, 현장의 택시 기사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많은 택시 업장에서 감차 보상·취약 업종 지원 등으로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업계의 분위기·실태를 고려해 그에 맞는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간 할증 시간 연장·기본요금 인상 등 운행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며 "공공요금 인상이 쉽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과정이 있어야 얽히고 꼬인 현재 상황을 풀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도 아직 뾰족한 대안은 없다.

광주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택시 업계 경기가 좋지 않아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대책은 아직 없다"며 "당장은 (지원 사업이) 기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기본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공공요금 인상 건'이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시의회·물가 정책 심의위원회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추후 진행 상황에 따라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오후 7시께 찾은 광주 충장로 1가 택시 승강장에서 한 시민이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지난 4일 오후 7시께 찾은 광주 충장로 1가 택시 승강장에서 한 시민이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