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31> 예술가는 무엇을 마주하고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 주말&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31> 예술가는 무엇을 마주하고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가

■케테 콜비츠- 나무에 새긴 사랑과 시대 정신

게재 2022-05-29 17:46:07

민중 판화미술의 선구자 혹은 노동자와 농민 등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진실을 과장 없이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작품을 보여주었던 예술가 케테 콜비츠를 소개한다.

케테 슈미트 콜비츠(Käthe Schmidt Kollwitz, 1867~1945년) 은 독일 출신의 화가이자 판화가, 조각가이다. 그의 작품은 20세기 전반기의 인간 조건을 사실적이고, 애틋하게 묘사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불행한 사람, 가난과 전쟁의 피해자들, 노동자에게 관심이 있었고 이를 그림, 데생(drawing), 에칭(동판화, etching), 리소그래피(석판 인쇄, lithography), 목판화(woodcut) 등으로 표현하였다. 그의 초기 작업은 자연주의적 성향을 기반으로 시작하였지만, 후기 작품들은 표현주의적인 경향도 담겨져 있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깊은 애도와 평등, 평화, 자유를 향한 갈망이 절정에 이른 그의 대표 적인 판화 작품과 조각은 전쟁 이전의 사회적 여성들이 억압받고 투쟁하는 계층으로 등장하는 반면, 전쟁 중 시기에는 어머니의 본능을 강조하는 작품들이 많이 선보여졌다. 참여 미술의 선각자로도 불리 우는 콜비츠의 작업들은 '루쉰(鲁迅, 1881~1936)의 판화운동(중국 1929년 목판화 민중예술 보급 운동으로, 국민당의 반공 독재정치에 항의하는 운동)과 1980년대 한국의 민중미술' 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세파를 견디어 온 노모의 쭈글쭈글하고 거친 손등처럼 강하고 뜨거운 모성이 흐르고 있다. 사회 참여 수단으로서 미술의 장르였던 판화를 택한 그는 전쟁 통에 아들을 잃어야 했던 자신 개인적 경험을 날카로운 칼끝에 담아 나무에 새기며 시대를 향해 발언하고 투쟁하며 '독일 민중 예술의 어머니'라는 이름을 남겼다.

케테 슈미트 콜비츠(Käthe Schmidt Kollwitz)_어머니들_34×40.1cm_woodcut_1923년
케테 슈미트 콜비츠(Käthe Schmidt Kollwitz)_어머니들_34×40.1cm_woodcut_1923년

<전쟁>(1922∼1923년) 연작은 콜비츠의 대표 작품들로 1차 세계대전에 동원 된 18살 어린 아들을 잃은 슬픔을 모성애라는 보편적 주제로 승화시킨 작품들로 절제된 감정의 표현,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선의 목판화는 작가가 어머니로써 겪었던 아픔과 절규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 예술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은 이후 케테 콜비츠 삶의 많은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죽음을 마주하면서 '과연 전쟁에서 고귀한 희생이란 것이 있는가?' 하는 회의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평생자신 작업의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슬픔과 절망을 작품으로 기록하는 예술가로 남겨졌다. 그녀는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들이 죽고 10년이 지난 1924년 일곱 개의 목판화로 구성된 <전쟁> 시리즈를 완성하게 된다. 이어 아들 페테를 기념하는 〈비통한 부모〉를 1932년에 최종 완성하였다. 전쟁 동안 희생 된 젊은 병사들과 부모들, 과부들, 힘없는 연약한 사회 속 존재 등 전쟁 피해자들의 고통을 그렸다. 그에게 뚜렷한 흑백 대비의 특징을 살린 판화 작품들은 절망적이고 처절한 인간 감정을 끌어내는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부모> 는 케테 콜비츠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절망으로 구부러진 어머니의 허리. 터져 나오는 눈물을 가린 아버지의 큰 거칠고 투박한 손, 작가의 일기장에 남겨진 '고통은 아주 어두운 빛깔' 임을 작품으로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 나는 노동자들이 보여주는 단순하고 솔직한 삶이 이끌어 주는 것들에서 주제를 골랐다. 나는 거기에서 아름다움을 찾았다. 브루주아의 모습에는 흥미가 없었고, 중산층의 삶은 모든 게 현학적으로만 보였다. "

케테 슈미트 콜비츠(Käthe Schmidt Kollwitz)_민중_35.9×29.9cm_woodcut_1922-23년
케테 슈미트 콜비츠(Käthe Schmidt Kollwitz)_민중_35.9×29.9cm_woodcut_1922-23년
케테 슈미트 콜비츠(Käthe Schmidt Kollwitz)_부모_35×42cm_woodcut_1923년
케테 슈미트 콜비츠(Käthe Schmidt Kollwitz)_부모_35×42cm_woodcut_1923년

독일의 양심을 대변하는 예술가, 케테 슈미트 콜비츠(Käthe Schmidt Kollwitz) 작업의 중심에는 언제나 진실 된 인간이 담겨있다. 비극적인 전쟁과 끝없는 고통 속에서 자신의 눈을 들어 풍경화나 정물화를 그릴 여유가 그에게는 결코 없었다. 절망에 빠져 있는 것조차도 안일하게 느껴질 만큼 당시의 시대는 처참하고 급박하게 돌아갔고, 그는 다시 힘을 내어 전쟁의 참상을 겪은 이후 가난과 죽음, 삶, 모성, 회복을 작품의 주제로 끌어내어 목판에 새겼다. 그렇게 시대의 예술과 예술가가 무엇을 마주하고,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지의 시대정신과 사랑을 작품으로 우리에게 남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