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가거도 유적·민속문화>'웅장·남성미'…전설·설화 곳곳 서린 '남도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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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가거도 유적·민속문화>'웅장·남성미'…전설·설화 곳곳 서린 '남도의 보고'
국토 최서남단 신안 가거도 (5)가거도 8경||해발 639m 독실산, 신안 최고봉||기암절벽·수평선·난대림식물 등||선등반도서 감상하는 풍경 압권||철새·야생화 천국 힐링코스 인기||100kg 고기도 잡혀 강태공 '발길'||코로나19 풀리니 관광객들 쇄도
  • 입력 : 2022. 05.18(수) 10:05
  • 신안=홍일갑 기자

'우뚝 우뚝 뾰족뾰족 기이하고 괴상하여/사람인가 귀신인가 귀신아닌 부처인가/내 평생 좋은 글귀 그대 위해 아꼈더니/정작 시 쓰려니 감히 붓을 못들 것네.'

가거도를 노래한 어떤 시인의 시다. 홍도를 여성적인 섬이라고 한다면 가거도는 웅장하고 거대한 남성적인 미를 지닌 섬이라 할수 있다. 가거도 8경을 따라가 봤다.

제1경 독실산

제1경 독실산

● 제1경 독실산

독실산은 해발 639m로 신안군에서 제일 높다. 등산코스로도 최적지다. 산에 오르면 구름이 산허리를 둘러싸고 있고 독실산이 반공중에 떠있는 듯하다. 독실산을 서남해 스카이웨이 코스 중 으뜸이라 부르는 이유다. 고산지대 식물인 풍란(대엽·소엽), 석곡(죽란), 새우란, 춘란을 비롯해 천리향나무, 산살구나무,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다. 여름에도 얼음 어는 곳이 있어 얼음을 떼다가 생선을 냉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독실산을 산빙고라고도 부른다.

제2경 회룡산과 장군바위

제2경 회룡산과 장군바위

●제2경 회용산과 장군바위

회용산과 장군바위는 가거도 창조설화를 형성한 곳이다. 1구마을을 품에 안고 서쪽과 동쪽을 출입하고 있다. 용왕의 아들이 부왕의 중벌을 피하기 위해 뭍으로 오르다 미처 오르지 못하고 발신은 바다에, 반신은 뭍에 자리잡은 회용산은 용의 머리인 선녀봉으로부터 남쪽으로 뻗어 내려 용의 꼬리 부분인 녹섬에 이르고 있다. 이 형상이 흡사 용이 뭍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 해서 '회용산'이라 부르게 됐다. 암벽으로 형성된 산기슭에는 활엽수, 침엽수, 동백, 구슬 잡밤, 후박나무 등이 울창하게 자생하고 있다. 봄철 살구꽃, 동백꽃 등이, 가을엔 단풍으로 물들며 절경을 이룬다.

바다위 회룡산 그림자가 비치면 마치 두 마리의 용이 살아 움직인 것처럼 보이는 모습 역시 장관이다. '장군바위'는 1구 마을 동쪽에 솟아 있다. 산봉우리는 나무들이 울창해 한폭의 그림 같고 '굴섬'이라는 동굴도 있다. '장군바위'는 파도를 막아내며 대리(1구)마을을 보호해 주고 있다. '녹섬'은 회용산 줄기 끝부분으로 용의 꼬리가 물위에 살짝 드러 내놓은 모습이다. 서남풍 거센 파도를 막아주며 낚시가 잘돼 어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3경 돛단바위와 기둥바위

●제3경 돛단바위와 기둥바위

녹섬을 지나 서쪽 1㎞를 거슬러 올라가면 '돛단바위'가 있다. 돛을 달아 놓은 것 같은 바위들이 물위에 떠있어 절경을 이룬다. 뒤에 있는 돛은 직사각형으로 높이 20m, 넓이 10m이며 앞 돛은 삼각형으로 높이 15m, 넓이 6m다. 마치 돛이 바람을 태운 듯한 모습이다. 돛단 바위로부터 1㎞ 거슬러 올라가면 '기둥바위'와 '신녀 빠진녀'가 나온다. '기둥바위'는 높이 40m로 제주도 외돌바위 처럼 물위에 솟아 있다. '돛단바위'와 '기둥바위'에는 설화가 얽혀져 있다. 어느날 배 한척이 이곳에 피항해 왔다. 배에는 용모 단정한 미남 청년이 타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신녀가 청년을 보자 한눈에 반해 버렸다. 둘은 사랑의 보금자리를 짓고 지냈다. 그러나 청년이 돌아가야 할 사정이 생겨 돌아가려 했다. 화가 난 신녀가 파도를 일으켜 배를 침몰시키고 말았다. 청년은 죽고 침몰된 배의 돛만이 남아 지금의 돛단바위가 됐다.

신녀는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달래려고 짓던 집마저 허물어 버렸다. 지금의 기둥바위가 바로 허물다 남은 흔적이라고 한다. 신녀 역시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스스로 물에 뛰어 들어 목숨을 버렸다. 기둥바위에서 얼마되지 않는 곳에 신녀 빠진여가 있다.

제 4경 섬등반도

제4경 망부석

●제4경 섬등반도 절벽과 망부석

섬둥반도를 2구 마을 동쪽으로부터 뻗어 내린 기암절벽 반도로 장엄한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절벽 바위 사이에 원추리 백합, 들국화 등이 자생하고 있어 조화를 이룬다. 섬등반도 중간 지점에서 20m 떨어진 곳에 '망부석'이 있다. 아낙네가 아기를 안고 바다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태다. 섬등반도가 망부석을 감싸주고 있는 듯 조화를 이룬다. 이 설화가 마치 가거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해 '동병상련'의 애수를 느끼게 한다.

5경 구곡 앵화와 빈주암 절벽

●제5경 구곡 앵화·빈주암절벽

독실산으로부터 뻗어 내려온 V자형 골짜기 안에 또다시 크고 작은 아홉 개 골이 있다. 이곳을 '아홉골네미', 또는 구곡이라고 부른다. 골짜기에 산 살구꽃나무가 밀생하고 있다. 봄철 안개가 독실산 중턱을 감고 돌아가던 독실산은 하늘에 떠있는 것과 같고 울긋불긋 곱게 피워날 살구꽃은 V자형 액자 속에 한폭의 그림을 담아 놓은 것과 흡사하다. 조선시대 명화 '꿈에 본 도원'을 연상케 한다. 아홉골에 뻗어있는 빈주암의 장엄함은 신의 조화가 아니고는 엄두도 낼수 없는 자연의 극치라고 할수 있다.

제6경 소등 일출·망향바위

●제6경 소등 일출·망향바위

'소등'은 밝아오는 산비탈이라는 뜻이다. 아침 해가 떠오르면 산비탈이 먼저 밝아온다고 해 부르게 됐다. 지금은 발음나는데로 '소퉁'이라 부르고 있다. 이곳에는 길이 1.5㎞, 넓이 30∼35m 가량 검정자갈과 묵석이 깔여 있으며 산비탈 바위 틈바구니에 물이 솟아 오르고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차가우며 겨울에는 미지근한 물이 나온다. 물이 맑고 수심이 얕으며 조류가 완만해 해수욕으로도 적합하다.

바다 가운데(해변 10m지점)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를 신선바위 또는 망향바위라 부른다.

제7경 남문과 해상터널

●제7경 남문·해상터널

1구마을에서 동쪽으로 배를 타고 돌아가면 남문이 나오고 그 맞은편 용바위가 있다. 용바위 머리부분인 물성말(물쌘끝)에서 높은 파도가 용머리에 부딛쳐 물보라를 일으키면 마치 용의 입에서 하얀 안개를 품어 내는 것처럼 보인다. 가거도에서 조류가 가장 거센 곳이다. 남문에 용이 드나 들었다 해서 '용문' 또는 남문이라 부른다. 물성말(물쌘끝)을 거슬어 올라가면 '몰둥게' 절벽이 나온다. 해발 250m에 달하는 이 절벽은 칼이나 톱으로 잘라 놓은듯 보인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용개'에 이른다. 용이 놀았다 해서 용이 놀던 개라고 부른다. 암초를 더듬어 들어가면 '해상터널'이 나온다. 이 자연터널은 15톤급 소형선박이 통과할수 있는 60m의 큰 동굴이다. 터널 양벽에 있는 기암괴석이 사람의 형상 또는 불상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제8경 구굴도와 소구굴도

제8경 구굴도와 소구굴도

제8경 구굴도 칼바위

●제8경 구굴도

구굴도는 가거도 서북방 등대 앞바다에 산재한 군도. 대구굴도, 소구굴도, 개린여, 두억여, 거물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구굴도는 물새들의 낙원이며 철새 도래지다. 물새들이 모여 번식하는 철새 도래지로 섬 주위에 가면 '쿨쿨쿨쿨' 소리내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장관을 이룬다. 최초에는 '쿨쿨도'라고도 불렀으며 한자 표기로 '구굴도'라 했다.

△대구굴도

대구굴도에는 첨암(칼바위), 외항선 선미처럼 생긴 암벽 (다리취)이 경관이 아름답다. 국국도에는 뿔쇠오리와 바다제비, 구쿠, 동희귀조류등이 번식하고 있다. 문공부에서 철새도래지 보호구역 및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기암괴석도 볼만 하지만 낚시포인트가 많아 전국 낚시 애호가들이 줄을 잇는다.

△소구굴도

소구굴도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누에머리 바위가 있는데 파도가 부딪쳐 물보라를 일으키면 마치 누에가 입으로 명주실을 뽑아 내는 것처럼 보여 장관을 이룬다. 소구굴의 누에머리 암벽 낚시 포인트에는 다근바리가 많이 잡힌다. 170∼190㎝ 대어(돗돔)가 잡힌 적 있어 낚시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개린여

개린여는 구굴도(대소)보다 작은 섬이면서도 위에 올라가면 1000㎡나 되는 석광장이 있어 캠프 장소로 적합하다. 1970년 이전만 해도 이곳에 해표(바다표범)가 서식 했었으며 일제때 남획하는 바람에 사라지고 없지만 가끔 무리지어 나타나기도 한다. 개린여 오른쪽 섬 꼭대기에 직경 60㎝의 구멍이 바다 밑까지 뚫려 있다. 용이 이 구멍을 통해 승천했다고 해서 '용출구'라 한다.

△거북바위

대구굴도와 개린여 사이 작은 암초가 있고 암초 위에 바위가 있다. 이 바위가 거북바위인데 거북이가 기어가는 형상이다. 이 곳이 용궁과 가까운 곳이라는 속설 덕택인지 100㎏이 넘는 고기들도 잘 잡히고 한다.

신안=홍일갑 기자 ilgap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