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땅·풍부한 햇빛, 깊고 진한 장맛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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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기름진 땅·풍부한 햇빛, 깊고 진한 장맛 비결
●세월이 빚어 낸 전남 발효식품의 게미진 맛 <2>장류
한국 식문화 대표 발효식품
풍부한 일조량 발효 최적화
극심한 추위 없어 맛 균일해
우수성 인정… 해외서 인기
수출액 425만 달러…18% ↑
  • 입력 : 2024. 09.18(수) 17:39
  • 최동환·송민섭 기자
전남의 전통장류는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을 바탕으로 부드럽고 균형 잡힌 맛을 낸다.봄봄식품의 전통장류를 담은 항아리가 겨울을 맞아 눈에 덮여있다.봄봄식품 제공
전라남도는 예로부터 우리나라 농업의 중심지로 알려져 왔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통장류는 자연이 주는 재료와 발효 과정을 통해 깊은 맛과 풍부한 영양을 자랑하며, 그 우수성이 널리 인정받고 있다.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전남의 전통장류는 한국 고유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발효 식품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자연이 준 재료로 만든 장류

전남의 전통장류는 순수한 자연 재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이 지역에서 재배된 콩, 고추, 그리고 천일염은 고품질 장류 생산의 중요 요소다.

전남의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은 장류의 주재료인 콩과 고추를 최고 수준으로 키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전남은 남해와 서해를 접하고 있어 해양성 기후를 띠며, 연중 온화한 기온과 풍부한 일조량을 자랑한다.

평균 기온이 13°C에서 16°C 정도로, 장류의 발효에 최적의 조건이다. 특히, 겨울철에도 극심한 한파가 드물어 발효 과정이 균일하게 유지되며, 자연 발효의 속도가 빠르지 않아 장류가 서서히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윗지방과 비교해 겨울철 평균 기온이 큰 차이가 없어 장류의 발효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더 부드럽고 균형 잡힌 맛을 낸다.

윗지방은 특히 겨울과 초봄에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발효 과정에서 수분 증발이 많아지기 쉽다. 건조한 기후는 장류가 더욱 짙고 농도가 진해지는 결과를 가져오지만, 발효가 지나치게 진행되거나 수분이 빠지면서 맛이 강해지거나 짠맛이 더해질 수 있다.

반면, 전남의 높은 습도는 장류의 발효 중 수분을 적절히 유지시키며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맛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온화한 기온과 적절한 습도는 발효 미생물들이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상대적으로 짠맛이 덜하고, 발효가 잘 진행되면서 단맛과 감칠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게 특징이다.

이러한 자연 환경은 전통 발효 과정을 통해 화학 첨가물 없이도 깊은 맛과 향을 만들어낸다. 순천은 온화한 기후 덕에 순한 맛의 된장이 유명하며, 해남은 일조량이 풍부해 깊고 진한 맛의 된장이 생산된다. 고흥의 고추장은 해풍을 맞고 자란 고추를 사용해 매운 맛과 단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봄봄식품 박순금 대표가 자신이 직점 담근 된장을 뜨고 있다. 봄봄식품 제공
●건강식품으로 인기…해외 수출길 올라

전남에서 만들어지는 전통장류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발효 기술을 통해 완성된다. 발효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과정으로,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숙성돼야 비로소 고유의 깊은 맛을 낸다. 이 과정에서 발효 미생물은 장류의 재료를 분해하며 감칠맛을 더하고, 영양소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전남 장류 특유의 풍미가 이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전남의 전통장류는 오랜 세월 이어진 제조 방식을 지키면서도 현대 기술과 접목해 품질을 더욱 향상시키고 있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제조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발효 기술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장류의 맛과 영양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꾸준한 노력과 전통성 덕에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발효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남 장류의 독특한 맛과 건강적 가치는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장류 수출액은 지난 7월까지 425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59만달러)보다 18.6%나 증가했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태국, 필리핀, 영국, 독일 등에도 고추장과 간장이 수출됐다.
최동환·송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