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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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광주, 변해야 산다
  • 입력 : 2022. 04.14(목) 15:48
  • 홍성장 기자

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소위 민주당이 걸어온 역사다. 민주당은 광주를 비롯해 전남·북 등 호남을 기반으로 탄생한 정당이다. 지금껏 세 차례 대통령도 배출한 '명문' 정당이기도 하다. 강력한 야당으로서 면모를 보일 때는 '진보'의 아이콘처럼 여겨졌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광주와 전남에서는 보수색이 짙은 '여당'의 이미지가 강했다. 지금껏 대부분의 지방 권력은 민주당의 몫이었고, '민주당 공천=당선'은 여전히 유효한 공식이다.

그동안의 지방 권력 지형도가 좋은 예다.

광주지역 광역의원은 민주당 일색이다.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부터 최근 7회 선거까지 선출직으로 민주당 이외에 시민의 직접 선택으로 당선된 사례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2010년 6월 2일 치러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주 서구 제4선거구에서 옛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강은미 현 진보당 (비례)국회의원이 유일하다.

그 이외의 선거에서는 광역비례로 민주자유당(1회), 자유민주연합(2회), 민주노동당(3회), 열린우리당(4회), 민주노동당(5회), 통합진보당(6회), 정의당(7회)에서 각각 1명씩이 광주시의회에 진출했을 뿐이다.

기초의회는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정당이 공천을 시작한 것은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부터인데, 그나마 민주당이 아닌 다른 정당의 후보들이 당선돼 민주당 일색 이란 오명은 벗은 모양새다. 그러나 한 선거구에서 2~3인을 뽑도록 하면서 민주당 일색을 지운 것으로, 여전히 '다수당'은 민주당 차지다.

첫 정당공천이 있었던 4회 지방선거에서는 광주지역 전체 기초의원 67명 중 38명(56.7%)으로 그나마 상황이 좋았다. 당시 열린우리당 20명(29.8%)의 기초의원을 배출했다. 민주노동당도 8명의 기초의원을 배출해 당시 기초의회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이 견제하는 바람직한 구조였다.

그러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다시 통합해 치러진 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부터는 기초의원 10명 중 7명 이상이 민주당 소속이다. 5회 때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 구성비가 72.1%였고 6회 때 82.4%, 7회 때 80.9%였다.

기초단체장인 광주 5개 구청장과 광주시장은 대부분 민주당 출신 인사였다. 광주시장은 단 한 차례도 민주당 외 인사가 당선된 사례가 없고, 5개 구청장 중에서는 7차례 지방선거에서 딱 2차례 무소속 인사가 당선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탈당한 인사들로 사실상 민주당 계열의 인사들이다.

광주 국회의원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0년 이후인 16대 국회의원부터 최근 21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대부분 민주당 몫이었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바람이 불었던 17대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의 새정치 바람이 불었던 20대에서 당시 열린우리당과 국민의당이 민주당 후보들을 제치고 광주지역 국회의원이 됐다. 그러나 이때에도 당선된 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면 민주당에 반발해 탈당했던 옛 민주당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사실상 광주지역 국회의원은 민주당 일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썩 유쾌하지 않은 지형도다.

민주당 일색인 현실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이 '제대로 된' 민주당 모습이 아닌 탓이 크다. 유권자의 선택보다는 '공천'을 염두에 둔 다분히 정치적인 행보들, 당선된 이후에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 등이 비판의 배경이다.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유리한 지역에서 공천받기 위해 주도권 다툼이 끊이지 않는, 익숙한 지역의 모습이다. 유권자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 정치인이 선택하는 '이상한 선거판'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네 모습이다.

민주당만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광주에서도 그동안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 진보정당이 민주당의 대안세력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시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민주당에게만 표를 주는 시민' 탓으로 돌리기엔 조금 그렇지 않을까. 진정한 민주당 대안세력으로서 유권자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결과는 아닐까,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다.

사설이 길었다. 특정한 세력이 독점하는 정치가 아닌, 세력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끊임없는 인재가 등장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진정한 시민의 정치세력으로 커 가는 그런 광주를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상적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만들어내야 할 광주다.

흔히 광주를 민주주의 도시, 인권의 도시, 진보의 도시라고들 한다. 모든 것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깃발 정치' '줄 세우기 정치' '줄 서기 정치' '패거리 정치' 등 구태가 여전한 광주는 부끄러운 도시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