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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 잘 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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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 잘 싸'라고?

노병하 사회부장

게재 2022-03-31 13:32:37
노병하 사회부장
노병하 사회부장

4월이다. 뭘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벌써 그렇게 됐다.

지난 3월은 춥고도 뜨거웠다. 대통령선거가 치러졌고, 결과는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었다. 1%도 안 되는 차이였다. 당선은 됐지만 출발부터 부담을 안은 셈이다.

광주와 전남은 예상대로 한쪽 후보에 몰표에 가까운 선택을 했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은 광주에서 10%대의 득표율을 얻었다. 별거 아닌 이야기지만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사실 '무서운 이야기'다. 철옹성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댐도 작은 구멍 하나로 무너지는 법이다. 10%대 지지는 작은 구멍이라고 부르기엔 상당히 커 보인다.

왜 이런 선택이 일어났을까? 10%대 지지자들은 배신자일까? 혹은 민주당이 혁신을 못해서 이런 것일까?

정확한 이야기야 정치부 기자들과 정치 분석가, 평론가, 전문가들이 계속 할 테니 끼어 들지 않겠다. 또 끼어들 재주도 없다.

과거 정치부 차장 시절 선거를 예측했을 시 곧장 잘 맞았다. 현 상황을 보고,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 과거의 사례를 비추어 전망하면 됐다.

생각보다 높은 적중률에 부족한 식견임에도 이쪽저쪽에서 자문을 구하기도 했고, 때로는 어떤 후보의 경우 자신의 행보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때는 마치 전문가라도 된 듯한 착각도 했었다. 수 년 전 일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번 대선에서 단 한 번도 예상이 맞은 적은 없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도 틀렸고, 각 후보의 선거 핵심 전략도 못 맞췄으며, 최종 결과 역시 틀렸다.

지혜가 과거보다 떨어져서일까? 되려 생각은 그때보다 더 치열했고 냉정하게 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사람들이 변했다. 사람들의 사고가 변했고, 그들이 바라는 것이 변했다.

민주당은 광주에서 늘 '민주화의 도시'이거나 '오월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마치 광주의 결정은 늘 옳았고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았을 시에도 '애정어린 회초리'라고 표현했다.

정말 그런가?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다른 대도시가 누리는 편의생활을 누리고 싶고, 낡고 오래된 것들보다 새롭고 신기한 것들에 먼저 눈길이 간다. 아무도 안 보는 문화혜택 말고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그런 행사를 치러 보고 싶고, 그런 역량도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얼마나 대단한 프로파간다를 펼쳤느냐면 바로 이 부분을 찌른 것이다.

'민주화의 도시인 광주에 복합쇼핑몰 하나 없느냐'는 다시 말해 여당의 지지 도시가 왜 이러느냐는 질문이다.

민주당은 "말도 안되는 소리, 민간의 일을 왜 대통령이 하나"라고 반박했고 많은 광주시민도 처음엔 어처구니없어 했다.

그런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니 슬슬 생각이 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없지?', '저들은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는데, 우리는 왜 가지고 있지 않지?'

묻고 싶다. 우리는 왜 없었는가. 우리에게 '민주화의 도시'라는 명예와 동시에 프레임을 씌운 사람들은 누구인가. '투쟁하는 전사들의 도시'이자 '항상 바른 선택을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는 누가 주었으며 '남들이 누리고 있는 것을 누리지 못함에도 대한민국의 정치적 발전을 위해 감내하고 참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누가 만들었는가.

기껏 복합쇼핑몰 따위에 흔들렸다 말하지 말라. 광주시민들이 삶에서 절감하고 바로 느낄수 있는 간지러운 부분, 제대로 긁어나 줘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라.

이 도시를 모르는 사람이 와서 봐도 이상한데, 우리끼리는 그저 입 다물고 있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또한 가려운 곳이 거기뿐일까?

말 나온 김에 솔직하게 물어보자. 여성, 청년 공천 의무적으로 몇 퍼센트 해달라고 광주 시민들이 말하던가? 기자로서 귀를 아무리 열어도 '제대로 된 사람 공천이 우선이다'라는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이 들렸다.

또 싸움에서 진 핵심 주역들이 다음 공천을 주도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야기인가? 합리적이라면 왜 합리적인지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가. 이 지역은 그런 말 없어도 민주당과 서로 눈빛만 으로 속 마음을 알수 있는 것인가.

당신들은 어디서 누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 제대로 광주시민들의 이야기는 듣고 있는가? 우리의 가려운 부분이 어딘지는 알고 있는가?

대선이 끝난 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 민주당 당직자의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표현을 보자, 울컥 화가 치밀었다.

잘 싸운게 아니다. 당신들은 그냥 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역시 알아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