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56> 한국의 美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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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박하선의 사진풍경 56> 한국의 美를 찾아서
  • 입력 : 2022. 01.20(목) 15:02
  • 편집에디터
박하선
동이 트기도 전에 어둠을 뚫고 산길을 올랐다

경주 남산의 신선암 마애불을 찾아가는 초행길이다

칠불암에도 아직 이른 시각인지 목탁소리가 없다



바윗돌 사이를 조심스럽게 오르며 얼마쯤 왔을까나

숨이 좀 차는 가 싶을 때 동쪽 하늘이 조금씩 열리고 있었고

시야가 트이는 곳에 큰 바위 몇 개

그 밑에서 뭔가의 움직임이 있어 보니 놀랍게도 사람들이었다

그 이른 시각에 두 여인네가 먼저 와 자리하고 있었던 것



운이 좋았던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다

동해에서 떠 오르는 아침 해의 첫 햇살이 마애불에 닿는 순간

우주의 기운이 온 천지로 퍼져 나가는 듯 했다

꽃을 들고 구름 위에 앉아있는 듯한 모습에 그저 황홀할 뿐

저절로 경건해지고 또 경건해 진다

근처에 있었다는 암자는 사라지고 없지만

이 마애보살반가상은 천 년을 훌쩍 넘겨 오늘도 명상에 잠겨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