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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부터 시공까지' 총체적 부실이 낳은 대형 '인재(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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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부터 시공까지' 총체적 부실이 낳은 대형 '인재(人災}'

설계 오류·부실 자재·날림 시공 총체적 부실 의혹

게재 2022-01-14 14:22:24
잔해 가득한 외벽 붕괴 아파트
잔해 가득한 외벽 붕괴 아파트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현장 건축물 붕괴 사고는 공법·구조 설계부터 시공까지 문제가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비용 최소화'를 위해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는 공법을 철저한 구조 안전에 대한 계산도 없이, 시간·날씨도 무시하는 '속도전' 공사가 빚어낸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이다.

14일 구조 공학 전문가와 민주노총 건설노조 등에 따르면,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2블록) 단지 건물에는 무량판 구조(건축물의 뼈대를 기둥과 바닥체로 구성) 공법이 쓰였다.

바닥체와 외벽을 제외하면 보, 내부 옹벽이 거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안전전문가인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바닥 슬래브를 지탱해주는 수직 부재 부족이라는 설계 상 문제, 겨울철 공사에 따른 콘크트리트 강도 부족 무시, 여기에 골조 공사와 후속 공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무리한 속도전이 대형 참사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이준상 민주노총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조직부장은 "애초에 하중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공법이다"면서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타워 크레인을 벽체 모서리 한쪽에 8개의 '브레싱'(BRACING 플로링·월 타이로 구성)으로 고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총 8개의 브레싱으로 고정돼 있는데 상단에서 2번째에 해당하는 즉 '7단 브레싱'이 터져 삐져 나와있다. 39층 크레인 브레싱이 먼저 터지니까 그 충격으로 균열이 생겼고, 39층에서 타설 중이던 콘크리트의 압력이 밑으로 쏟아지며 꺼지는 상황이 발생한 거다. 39층 아래 쪽부터 이 같은 상황을 먼저 확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내부 하중을 좀 더 버티는 벽체식 구조였다면 37~38층에서 붕괴가 멈췄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애초에 하중을 못 이기니까 벽면만 남아있고 안은 모조리 붕괴된 형국이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해당 공법에 제대로 된 구조 계산이 있었는지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사고 현장은 짓고 있는 건물 외곽에 타워 크레인, 초고층 콘크리트 공급 배관, 인력·건축자재 운반용 승강장비(호이스트) 등을 건축 구조물과 연결·지탱하는 공법을 썼다"며 "굉장히 건물에 무리를 주는 방식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크레인으로 중량물을 올릴 때마다 하중이 발생했을 것이고 고압으로 콘크리트를 아래에서 위로 쏘아올리는 공급 배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진동도 건축 구조물에 '스트레스'를 줄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들이 외부에서 작용하는 추가 하중에 대한 설계 검토가 부족했고, 이런 문제들이 누적돼 사고 원인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 상당히 의심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공법 자체가 골조 공사를 빠르게 할 수 있는 공법이라서 건설사가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원청 책임 문제나 이런 것들이 구조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안전한 공사, 튼튼한 건물 짓는 문제는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고도 주장했다.

건축물의 살과도 같은 '콘크리트'가 부실 자재인 것 같다는 의혹도 나왔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소속 최명기 동신대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 지도사)는 "콘크리트 강도가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며 그 증거로 '마치 살을 깨끗이 발라낸 생선가시처럼 삐죽삐죽 드러난 철근'을 언급했다.

최 교수는 "무너진 201동 23~38층 슬래브에서 콘크리트는 밑으로 떨어져 내렸지만 벽체에 들어간 철근은 모든 층에서 생선가시처럼 드러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이는 접착제 역할을 해줘야 될 콘크리트가 철근을 잡아주지 못해 흘러내리듯 삐져 나온 것으로, 결국 콘크리트 강도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추론했다.

이어 "콘크리트가 강력 접착제 역할을 했다면 철근이 끊겨야 하는데, 충분한 강도가 나오지 않아서 원형 그대로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겨울, 낮과 밤도 가리지 않는 '속도전' 시공도 도마위에 올랐다.

사고 직전 39층에서 진행 중이던 콘크리트 양생은 콘크리트 타설 후 완전히 굳을 때까지 경화작용이 충분히 발휘하도록 수분을 유지하고 얼지 않도록 햇빛이나 비바람 등으로부터 콘크리트를 보호하는 작업이다.

콘크리트 양생은 '도시'(온도와 시간)가 생명으로, 기온이 뚝 떨어진 영하권 날씨에는 공사를 중단하거나 충분한 양생시간이 필요했음에도 공정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 콘크리트 전문가는 13일 "콘크리트 내강을 확보하기 위해선 최소한 수천도시가 필요한데 겨울철엔 안전 공사를 위해선 여름보다 훨씬 오래 걸려 최소 20일 이상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붕괴 직전 촬영된 39층 콘크리트 타설 공정 영상에도 겨울철 기상 악조건 속 부실 양생의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현장에 대한 행정 처분 27건 중 5건이 '특정 공사 작업시간 미준수' 관련이다. 소음 방지를 위한 특수건설장비를 새벽 6시 이전, 오후 8시 이후 심야에도 운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시공 방식의 초점이 '안전'보다는 '공사기간 단축', 즉 이윤 극대화에 있었다는 또다른 방증이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께 201동 39층 옥상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슬래브와 외벽 등이 무너져 내려 현재 5명이 실종된 상태다. 사고 사흘 째인 13일에는 지하 1층 난간 사이에서 실종자 한 명이 잔해 더미와 함께 발견됐지만 현재까지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