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농연·쌀전업농 "쌀값 안정·초과물량 격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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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농연·쌀전업농 "쌀값 안정·초과물량 격리" 촉구
25일 한농연·26일 쌀전업농대회 ||올해 쌀값 폭락 “잔치 흥이 안나” ||자동시장격리제 현실화 등 요구
  • 입력 : 2021. 11.24(수) 17:28
  • 김은지 기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농민들이 지난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농민 생존권 사수 총궐기 대회를 열어 쌀 수확기 대책마련과 농업예산 증대 등을 촉구한 뒤 상징의식으로 벼를 농림축산식품부 앞 도로에 뿌리고 있다. 뉴시스
전남지역 농업인들의 최대 축제인 한국농업경영인 전남도대회와 쌀전업농 전남도 회원대회가 각각 25일, 26일 열린다. 큰 행사를 앞두고 있지만 회원들의 분위기는 무겁기만 하다. 풍년농사에도 '우울한 잔칫날'이 될 것으로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두 단체는 쌀값안정 등 농업인들을 위한 정책을 시행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다행히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7만톤의 쌀을 즉시 시장격리하겠다고 발표해 위안이 되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정부에 공급과잉 쌀에 대한 시장격리를 촉구해 농업인 단체와 목소리를 같이 하고 나섰다. 전남도 대회를 앞둔 두 단체로부터 현실태와 요구사항 등을 들어봤다.

●한농연 전남도연합회 "쌀값안정·초과물량 격리" 촉구

"풍년이라면 모름지기 즐거워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농민들 얼굴엔 시름만 가득하다. 1년 중 한 번뿐인 잔칫날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도 크지만 근심도 그 못지않다."

강도용 한농연 전남도연합회장은 25일 해남군 우슬체육공원에서 개최되는 제16회 전남도 농업경영인 대회를 앞두고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강 회장은 "농식품부에서 쌀값과 관련한 발표가 있었지만, 시장격리를 통한 쌀값 안정 대책이 아닌 사후약방문식 대책만 내놓고 있다. 현장에서는 쌀 수매가 거의 끝나가는 중인데 무슨 의미가 있냐"며 "이런 상황에서 풍년이라고 마냥 기뻐할 수도 없다. 도대회를 앞두고 있긴 하지만 흉년이었던 지난해보다 오히려 맘이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2021년 쌀 생산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최종생산량은 388만2000톤으로 지난해 350만7000톤 대비 10.7% 증가했다. 이는 지난달 통계청이 예상한 생산량 382만7000톤 보다도 5만5000톤 가량 증가한 수치다.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달 통계청의 예상생산량 382만7000톤 보다도 5만5000톤이 증가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의 늑장 수매계획 발표에 대한 농업단체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박광은 쌀전업농 전남도연합회장 "쌀 자동시장격리제 현실화"

26일 나주 중흥스파에서 열리는 제16회 쌀전업농 전남도 회원대회를 준비 중인 박광은 쌀전업농 전남도연합회장 역시 근심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박 회장은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회원들과 자리를 갖는 것이 힘들었는데 올해 대회가 무사히 개최될 것 같아 다행이다"며 "하지만 좀 더 좋은 상황에서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쌀값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다들 '그래도 풍년이라며'라고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럼 뭐하나 수익이 전혀 없는데…."라며 "물가며 인건비는 해마다 오르는데 쌀값은 떨어졌다. 행여나 올랐다 하더라도 생산비까지 감안하면 겨우 본전치기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정부 수수방관 이제 그만해야 할 때"

한농연 전남도연합회와 쌀전업농 전남도연합회, 두 단체 모두 산지 쌀값 안정과 초과물량 격리 및 쌀 자동시장격리제 현실화를 정부에 요구했다.

지난 15일 통계청이 수요량 대비 쌀 생산량이 3% 이상 초과됐다고 발표했지만 정부는 현재까지 시장격리 결정 등 수급안정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향후 쌀값 추이 등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산지 쌀값은 한 가마 5만3440원(20㎏)으로 지난해 수확기 대비 1.5% 하락한 가격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매입량이 늘어날수록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강도용 회장은 "지난해에 유독 흉년이었기 때문에 올해 생산량이 는 것이지, 평년에 비하면 그렇게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늘어 쌀값이 떨어졌다는 것은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자동시장격리제 현실화에 대한 목소리도 컸다. 양곡관리법 제16조 제4항과 농식품부 고시(양곡수급안정대책 규정)에서는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3% 이상 초과할 경우 시장격리가 가능'함을 규정하고 있다. 개정된 양곡관리법의 '쌀 자동시장격리제'는 쌀 생산량이 소비량의 3%보다 많이 생산될 경우 또는 수확기 가격이 지난해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시장격리를 할 수 있다.

박광은 회장은 "올해 쌀 생산량 388만톤은 예상 수요량 357만톤~362만톤보다 적게는 27만톤, 많게는 31만톤이 더 많다. 수요량과 비교해 7%~8% 범위에서 초과했다"며 "쌀 자동시장격리제 발동 요건이 충분한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오늘(24일) 이재명 후보가 쌀 27만톤을 즉시 시장격리하겠다고 밝힌 내용을 접하고 정부에서도 한시 빨리 대책을 내놓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전남농협본부·전남도, 농민과 한 목소리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전남농협본부도 조합장들과 함께 선제적 시장격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남농협본부는 지난 22일 진행된 쌀 수급안정 대책 마련 회의를 통해 도출된 △금년 수확기까지 과잉물량 31만 톤 시장 격리 △쌀값 조사 및 표시단위를 1kg으로 변경 △논 타작물재배사업 여건에 맞추어 재개 △신곡과 구곡 혼합 판매 근절 등 쌀 수급관련 대책방안을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김영록 전남도지사 역시 쌀값 하락 방지를 위해 2021년산 쌀 수확기 공급과잉 예상물량에 대한 시장격리 시행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김영록 지사는 이날 '쌀값 하락 선제적 대응을 위한 2021년산 쌀 수확기 공급과잉 예상물량 조기 시장격리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지사는 "올해 쌀 예상 초과 생산량은 약 7%로 시장격리 요건을 충분히 갖춘 상태"라며 "생산비와 인건비가 계속 상승해 어려워지는 쌀 농가의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