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폐기물처리장 건립 최적 후보지 '연향들'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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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폐기물처리장 건립 최적 후보지 '연향들' 선정
지하에 폐기물, 지상엔 문화시설
도심정원과 공존 새 이정표 기대
노관규 시장 추진력·승부수 성과
"2030년 직매립 금지 대안 시급"
  • 입력 : 2023. 07.25(화) 17:29
  • 순천=배서준 기자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정부가 승인한 국제행사로 지난 4월1일 개막한 이래 지금까지 54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 순천시 제공
순천시 폐기물처리장 건립 최적 후보지로 선정된 연향들 일원. 순천시 제공
순천시가 폐기물처리장 건립 최적 후보지로 국가정원과 바로 연접한 ‘연향들’을 선정했다.

이는 도심과 정원이 폐기물처리장과 공존하는 새로운 이정표로 회자되고 있다. ‘생태’ 전주기를 위한 노 시장 특유의 강한 추진력과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283개 전봇대를 뽑아 철새들을 보호하고 자동차 도로에 만든 오천그린광장이 시민들의 획기적인 쉼터로 탈바꿈 했던 저력을 경험했던 순천시민들을 향해 ‘연향들’에 조성될 공공자원화 시설에 대한 기대로 관심이 크다.

환경부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 정책’에 따라 수도권 지역은 2026년, 그 외 지역은 2030년부터 매립장에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다. 10여년만에 다시 시장에 취임한 노 시장이 일부 반대 움직임을 극복하고 새 이정표를 만들어 낼 지 주목된다.

●폐기물 자원화 시설, 국가정원 옆으로

‘순천시 폐기물처리시설 입지선정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순천만국가정원 옆 ‘연향들’ 남쪽 하단부를 폐기물처리장 최적 후보지로 선정했다. 차세대 공공자원화 시설이다.

지난 1월 독립적 기구로 출범·활동해 온 ‘순천시 폐기물처리시설 입지선정위원회’는 공정한 절차를 거쳐 전문연구기관 입지타당성 조사결과와 현장실사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최적 후보지를 낙점했다고 발표했다.

연향들에 조성될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은 하남시처럼 지하에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친환경적이고 진일보한 기술을 도입해 지하화하고 지상부는 체육시설, 공원, 문화시설 등 융·복합 시설을 만들어 순천시 대표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생태를 대표하는 ‘국가정원’과 쓰레기 자원으로 대표되는 ‘에코자원정원’이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순천이 만들어야 할 생태적 가치가 도시 미래를 결정짓고 시민 삶이 풍요롭게 되는 계기가 된다.

하남시에서 운영중인 유니온파크. 순천시는 이곳을 벤치마킹함으로써 생태수도 순천의 이름을 걸고 차세대 자원화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순천시 제공
그동안 순천은 번듯한 공단시설도 없었으며 도농 통합도시로 어렵게 지탱해왔던 과거가 있었지만 생태를 표방한 대한민국 생태도시 순천의 이름을 걸고 10년 만에 개최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치러내는 저력으로 인구상승을 견인하며 전남 제1의 도시로 변모했다.

경쟁력으로 살아야할 지방자치 시대에 어느 지역도 시도하지 않던 생태고도화 프로젝트 때문에 이번 공공자원화 시설 최적후보지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건강한 시민의식, 곧 기술의 진보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는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폐기물 열병합발전소 ‘코펜힐’이 있다. 열병합발전소는 재활용되지 않는 폐기물을 매립하지 않고 태워서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코펜힐이 코펜하겐 중심지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코펜하겐뿐 아니라 인근 5개 도시 생활 및 산업폐기물이 하루 300대 트럭에 실려 들어와 소각된다. 소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해 소각되는 55만 톤 쓰레기는 열병합 과정을 거치며 9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기와 난방열로 재탄생 한다.

폐기물이라는 특성 때문에 혐오시설로 기피할 수도 있지만 시민들로부터 사랑 받는다는 사실은 관심을 둬야할 대목이다.

잔디스키장과 암벽 등반코스 등과 함께 매일같이 열리는 페스티벌과 공연으로 코펜하겐 시민들은 폐기물처리장이 아닌 놀이터로 인식한다.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풍광은 매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목할점은 코펜힐은 유럽연합(EU)에서 적용하는 배출기준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오염물질을 정화하기 때문에 굴뚝으로 배출되는 건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뿐이다.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없음을 시민들도 인식하고 있다.

2030년부터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는 우리나라도 이대로 가다가는 ‘쓰레기강산’으로 변할 수 있다. 순천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 이름을 걸고 또 다른 도전장을 내밀었다.

소각장을 지하에 두고 지상에는 공원과 체육관, 물놀이 시설을 조성한 경기 하남시 폐기물처리시설 ‘유니온파크’가 하남시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소각으로 나오는 에너지는 지상 여가시설 전기와 냉난방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건강한 시민의식은 진보하는 기술을 불러오기에 ‘국가정원 옆의 폐기물처리시설’은 코펜하겐 중심에 들어선 코펜힐과 하남시의 유니온파크 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민의 행복한 삶이 최우선”

하지만 현 상황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지역민을 포함한 일부 정치인과 환경단체는 최적 후보지 선정과정에서 주민의견이 무시됐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순천환경운동연합은 입지 발표 나흘 후인 지난달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적 후보지로 연향들 일원을 선정할 때 과연 주변 상가나 주민 의견을 수렴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지선정위원 구성요건과 선정절차 및 방법, 다른 후보 대상지가 제외된 이유, 시민참여 배제, 선정 과정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노 시장은 지난달 30일 민선8기 1주년 언론인 브리핑에서 “얼마 전 입지선정위에서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 최적 부지로 연향들을 발표했다. 역시나 이런 저런 말이 들려온다”며 “하지만 오로지 ‘시민의 행복한 삶’을 기준삼아 현명하게 풀어 내겠다”고 했다.

이어 “시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가 개인의 이득이나 정쟁을 위한 도구가 돼선 안된다”며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일류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관규 순천시장 시장이 언론인 브리핑을 통해 공공자원화 시설 최적후보지에 대해 “시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현명하게 풀어내겠다”고 말했다. 순천시 제공
그는 “결정은 신중하되, 법적 절차에 따라 시민을 위한 수준 높은 문화공간, 쓰레기도 자원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설로 추진하겠다”며 “순천만을 보존하고 전봇대를 뽑고 두 번의 정원박람회를 치러낸 순천은 대한민국에 새 이정표를 세웠고 남해안벨트 연대를 이끌고 있으며 순천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향후 후보지에 대해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 공청회·간담회 등을 거쳐 올해 말까지 입지를 결정·고시한다는 계획이다.

폐기물 문제는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생존 문제로 최신 고도 환경기술과 설비의 도입을 위한 순천시만의 차별화된 지원순환시설 만들기에 시민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할 때다.

도로위에 잔디밭을 조성하고 도심정원으로 재 탄생한 그린아일랜드로 나들이 나온 시민들과 관람객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순천시 제공
순천=배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