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사계절 별미 '간재미' 탕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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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사계절 별미 '간재미' 탕으로 변신
'빵탕순례단'(BTS) 남도 명물빵·탕 전국구로 키우자 ⑦ 신안 '섬초랑민어가'||천연자원 풍부한 신안 1004섬||홍어 종류로 소형어 '간재미'||간재미탕 전문 '섬초랑민어가'||군, 신안섬초전문 1호점 지정||맛·관광 찾고싶은 섬 1위 목표
  • 입력 : 2021. 08.03(화) 14:47
  • 최원우 기자

신안에선 바다에서 나고자란 천연 수산자원들이 모인 '간재미 탕'이 별미다.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지나 새로 이어진 천사대교를 거쳐 도착한 암태남강선착장. 이곳에서 배를 타고 40여 분을 더 들어가면 도초도가 나온다.

섬은 수산자원이 풍부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인 만큼 섬으로 이어진 신안은 1004의 섬이라 불린다. 매달 진행되는 12개의 축제 가운데 10개가 음식 축제다. 굴, 바다토하, 간재미, 강달어, 병어, 송어, 민어, 홍어, 낙지, 김까지 신안 앞바다에 나는 천연자원들로 무수하다.

도초도에 도착해 남쪽으로 이동하길 10여 분. 도초의 자랑 시목해변 인근에 한 가게가 눈에 띈다. 가게 간판에는 '섬초전문1호점'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25여 년을 이곳에서 간재미탕을 메인 음식으로 판매하고 있는 '섬초랑민어가(대표 최경애·65)'이다.

●'홍어' 아닌 '간재미'

간재미는 신안의 대표 음식인 홍어의 사촌 격이다. 홍어 종류로서 더이상 자라지 않는 소형어를 간재미라고 한다. 병후 회복기나 허약체질에 영양 보강식으로 좋으며, 스테미너 강화효과 및 항암작용 등이 왕성하여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 대표적 요리방법으로는 간재미탕, 간재미찜, 간재미무침, 간재미회 등이 있다. 그중 간재미탕은 삭힌 간재미와 싱싱한 간재미 두 가지가 다 사용된다.

신안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간재미는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철에는 싱싱한 자연산 그대로를 먹을 수 있으며 홍어 종류인 탓에 삭힌 간재미도 지역민들에게는 별미 음식으로 통한다. 최 대표가 판매하는 간재미탕에는 일반적인 생선 찌개에 들어가는 재료들과 비슷하지만, 여러번의 연구 끝에 생수 대신 쌀뜬물과 직접 만든 된장을 사용해 맛을 최고치로 끌어냈다. 여기에 신안에서 자란 섬초와 시금치, 천일염 등은 맛의 풍미를 더한다. 간재미탕은 물론 밑반찬에 사용된 모든 재료는 신안에서 나고 자란 것들만이 이용된다.

요리가 완성될 쯤 삭힌 간재미답게 코를 톡 쏘는 냄새가 시선을 끈다. 삭힌 탓에 외지인들에게는 생소하고 거북할 수 있지만, 일단 한입을 먹어보면 거부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간재미의 살을 발라 먹고, 여기에 밥까지 비벼 먹다보면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거부감이 심한 외지인들에게는 자연산 간재미가 이용된 간재미탕도 판매되지만, 이 맛을 기억하는 여행객과 지역민들은 유독 삭힌 것이 이용된 탕을 더 찾는다.

최 대표는 "신안 곳곳에서 흔하게 간재미 탕을 볼 수 있고 여러 종류의 탕이 판매되지만, 삭힌 간재미를 이용한 간재미탕은 직접 섬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맛보기가 힘들다"며 "도로가 연결된 섬들과 다르게 도초도가 배를 타고 들어와야 되다 보니 장사가 잘되고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쉬는 날을 이용해서라도 이곳을 찾는 것 같다. 이곳을 들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단골손님이거나 소개로 방문한 여행객이다"고 말했다.

●고향 애착심 '도초도' 정착

신안에서 태어난 최 대표는 성장 과정에서 신안을 떠나 객지에서 살아왔지만, 고향에 대한 애착심에 도초도에 돌아와 식당을 열게 됐다. 계절마다 생산되는 각기 다른 수많은 수산자원 덕에 판매 음식과 요리재료를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중 1년 사계절 내내 흔하게 잡히는 간재미는 어떤 요리에 이용해도 맛이 있어 메인 음식으로 정해 판매되고 있다.

최 대표는 "도시에서 20년쯤 살아보니 공기가 좋은 고향 생각이 많이 났다. 또 주변에서 음식을 맛있게 잘한다고 하니까 큰맘 먹고 고향으로 돌아왔다"며 "봄에 엄청 나오는 간재미는 다른 생선들과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숙성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보니 손님들에게 언제나 한결같은 음식을 제공할 수 있어 판매를 시작했고 단골이 된 손님들이 이곳을 계속 찾아줘서 25년 넘게 한곳에서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판매하고 있는 '간재미탕'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일년 내내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에 재료 선택까지는 수월했으나 외지인들이 핵심 재료인 삭힌 간재미를 거부하기도 해 삭힌 간재미의 냄새가 걸림돌이 됐다. 최 대표는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들을 바꿔가며 연구 끝에 누구나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지금의 간재미탕을 만들었다.

최 대표는 "다른 음식점과 다르게 우리 집만의 노하우는 된장과 쌀뜬물이다. 다른 집들은 탕에 육수를 쓰지만 여러번의 연구 끝에 집에서 직접 만든 된장과 쌀뜬물을 사용하니 맛과 향을 잡을 수 있었다"며 "된장과 쌀뜬물은 비린내도 잡아주고 국물을 구수하게 만든다. 쌀뜬물로 했을 때랑 아닐 때랑 맛이 확연하게 달라 기존 간재미탕을 먹어본 사람들도 사용된 재료를 물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안군에서는 최 대표의 이러한 노력과 음식의 맛을 인정해 지난 2019년 최 대표의 섬초랑민어가 식당을 섬초전문1호점으로 지정했다. 맛의 예술섬으로 탈바꿈하고자 지역의 맛과 음식을 소재로한 지역별 특성화된 테마 전문음식점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최 대표는 "1004의 섬 신안은 간재미 뿐만 아닌 수많은 수산자원이 있다. 최종 목표는 이 자원들을 활용해 신안의 특산물을 알리고 사람들이 신안 섬에 방문하게 하고 싶다"며 "신안을 알리고 도초를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민어, 우럭, 새우 등 다양한 신안의 천연자원을 이용해 새로운 요리들을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1004섬' 맛과 관광의 조화

신안군은 신안 바다에서 나는 수산자원을 보존하고 지역민들에게 식재료를 공급하는 역할이 주였다면 앞으로는 볼거리가 있고 맛을 즐길 수 있는 식문화 체험지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맛의 예술섬을 구축해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섬음식 맛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방침이다.

강선희 맛예술문화과 담당자는 "최근 천사대교가 개방되며 퍼플섬이 인기가 많아 신안군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안전한 여행을 원하는 관광객분들이 섬을 많이 찾다보니 신안이 인기 지역으로 떠올랐다"며 "코로나로 연기 되고 있지만, 신안군 같은 경우는 다양한 식재료가 생산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홍보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수산물과 농산물을 활용해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각 섬마다 음식의 맛과 컬러를 활용한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으며, 퍼플섬도 그중 하나이다"고 말했다.

이어 "신안군에서 나오는 식재료를 활용해서 우수한 관광지가 되기 위해 관광객들이 찾을만한 장소를 계속 만들어 전남을 넘어 전국에서 찾고 싶은 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