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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인문학>고기잡이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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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인문학>고기잡이 우리말

게재 2021-07-15 15:34:02
운조리(망둥어)잡아 돌아오는 길-진도군 소포만
운조리(망둥어)잡아 돌아오는 길-진도군 소포만
강진 남포 장어다믈
강진 남포 장어다믈
그물 주목 잔존물-진도군 소포만,
그물 주목 잔존물-진도군 소포만,

다도해 어업권의 어구어법(漁具漁法)

다도해 어업권과 득량/여자만 어업권의 고기잡이 도구와 방식에 대해서도 소개해둔다. 지난 칼럼에서 나는 영광지역을 기점으로 서해 위쪽은 어살권으로 서남해 남쪽으로는 대발권으로 나눈 바 있다. <한국의 해양문화>(2002)에서 내가 최초로 시도한 방법이라고 밝혀두었다. 아직 학계의 합의를 얻지 않은 시론이니 본격적인 논의를 거치거나 수정되어야 한다는 점도 곁들였다. 고군산군도 어업권과 위도칠산어업권을 살펴보면서 목적하는 어류나 방식, 특히 우리말 호명 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도해 어업권은 목포를 센터로 신안, 진도 완도를 아우르는 권역으로 설정했다. 우리나라 2/3의 섬이 집중된 지역이니 명실상부한 다도해라 할 만하다. 이 권역은 정치망 어업이 주축이었다. '살(箭)'이라는 용어를 '그물'이나 '발'이라는 용어로 호명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목그물' 혹은 '명지그물'은 명주실로 만든 그물을 말한다. 일자형 혹은 타원형으로 그물을 세우고 임통을 양쪽 모서리에 설치하는 형태다. 그물의 이름과 고기잡이 방식의 이름을 동일하게 쓴다는 점 확인할 수 있다. '대발'도 동일하다. 이것이 후대에 '면사그물'로 바뀐다. 본래 '죽방렴(竹防廉)'이란 의미인데 명주나 면사로 만든 그물에도 동일한 이름을 붙였다. '큰살거지대발'은 이 형태를 대형으로 구성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ㄱ자로 설치한다는 점, 양쪽에 임통을 설치하지 않고 꼭지점에 해당하는 '북아리'에 '골통'을 설치한다는 점이 여타의 그물과 다르다. 북쪽으로 설치된 날개 그물을 '북아리'라 하고 남쪽으로 설치된 날개 그물을 '남아리'라 한다. '숭어덤장'은 숭어를 잡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ㄱ자인 점은 동일하다. 양쪽 끝에 어취부와 임통을 둔다. '덤장'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삼각망이나 사각망의 틀에 질그물을 길게 두는 형태다. 고군산군도 어업권이나 위도칠산어업권의 각형이나 타원형 등의 어살 형태와 유사하다. '등그물'과 '송어행'은 소규모로 설치하는 각자형이다. '송어행'은 '큰살거지대발'이 설치된 안쪽의 조간대에 소형으로 설치한다. 일자형이나 갈지자형으로 만든다. '등그물'은 대나무 마장(기둥)을 사용하여 이동이 용이하고 '송어행'은 갈지자형으로 그물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독살/쑤기땀'은 '독장' 혹은 '독발'로 호명되는 등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예컨대 해남지역에서는 '쑤기땀' 즉 '쌓아서 만든 담'이란 뜻으로 이름을 붙인다. 일명 돌그물이기에 인류 최초의 고기잡이 방식이라는 수식이 가능한 어법이다. '독다믈'은 '장어얼'과 유사한 형태로 연전 강진만의 장어잡이를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갑오징어 방배질'은 가공하지 않은 싸리나무 다발을 그대로 점심대(漸深帶, 조간대)에 침강하는 함정어법이다.

득량/여자만 어업권의 고기잡이

다도해 어업권의 동편, 경남 어업권의 서편에 해당하는 권역이다. 경상도 일부를 포괄하는 어로권역으로 설정해두었다. 이 권역도 어살의 형태가 주류를 이룬다는 점 크게 다르지 않다. '사각형 맬덤장'과 'V자형 맬덤장'은 사각으로 된 어취부 및 임통과 각각 일자형, V자형의 유인그물을 사용한다는 점이 유사하다. '주벅그물'은 사각 어취부에 일자형의 유인그물을 설치하는 점이 동일하다. 'ㄱ자형 덤장'과 '꼬쟁이발'은 각자형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나 ㄱ자형 덤장이 중앙의 모서리에 임통을 설치하는 데 반해 꼬쟁이발은 그물의 날개 양쪽에 '만산이(임통)'을 설치하는 점이 다르다. '대발매기'는 대나무로 엮어서 만들었기에 붙여진 이름일 뿐 위와 유사한 형태다. '뻗거리' 혹은 '뻘거리'는 바다 일부를 막는 '개맥이'를 호명하는 다른 이름이다. '장어담장'은 '장어얼'이나 '장어독다믈'과 동일한 형태이고 '토전발'은 개펄에 흙을 쌓아 올려서 만들 일종의 '토살(土箭)'이다. 뻘흙으로 만든 독살(石箭)인 셈인데 '숨은통'이라고 부르는 임통이 설치되기도 한다. '붕장애구덕' 혹은 '붕장애굴'은 '장어얼'처럼 피라밋 형태로 돌을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뻘 바닥을 파고 돌을 채워 넣는 형식이다. '담'이나 '얼'이 아닌 '구덕' 혹은 '굴'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전래 어구의 재료와 유형에 남은 우리말

재료는 보통 소나무, 참나무, 대나무, 오동나무, 칡덩굴, 싸리나무, 비사리나무, 억새(갈대), 볏짚(새끼줄), 돌, 개펄/흙, 명주, 면사 등으로 나타난다. 소나무, 참나무 등 말목은 그물을 고정시키는 데 쓰였고 나머지 재료들은 발장(어살)을 엮거나 축조하는 데 쓰였다. 참나무나 오동나무는 그물 윗배리(벼리)가 뜨게 하는 '툽'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말목을 지른다는 의미의 '주목', 돌로 쌓는다 해서 '독발', 개펄을 막는다 해서 '개맥이', 크게 막았다 해서 '대맥이', 모양이 꼬쟁이처럼 생겼다 해서 '꼬쟁이발', 굴처럼 개펄을 판다고 해서 '붕장애구덕', 대나무로 엮는다 해서 '대발'이라는 이름들이 붙었다. 특히 서남해지역은 '어살'에 해당하는 거의 모든 어법에 '발' 혹은 '발장'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특징적이다. 장어를 잡기에 장어얼 혹은 장어독다믈, 멸치를 잡는다 해서 '맬덤장', 숭어를 잡는다 해서 '숭어덤장', 송어를 잡는다 해서 '송어행', 새우를 잡는다 해서 '젓뚝' 등으로 불렀다. 고기를 가두는 임통만 해도 골통, 쑤기통, 쑹생이, 숨은통, 만산이(큰 만산이, 작은 만산이), 그물통 등의 이름이 있다. '후꾸리' 등의 일본말이 남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순 우리말이다. 어구어법의 생태적 지형이나 개펄이 가진 레퓨지움이라는 의미를 넘어, 이 이름들이 가진, 그 이름들에 담긴 남도의 뿌리와 배경과 그리고 사람들의 흔적들을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남도인문학팁

순 우리말의 보고, 개펄해역 고기잡이 이름들

남도의 많은 섬들과 해안에서 이루어지던 어구어법의 이름들을 상기해본다. 자루그물, 주목망, 비사리그물, 덤장, 고개미살, 억새살, 개매기살, 버커리살, 야달매기, 대맥이, 개맥이, 독살, 장어얼, 등그물, 송어행, 숭어덤장, 목그물, 큰살거지대발, 독발, 쑤기땀, 장어독다믈, 싸리나무 방배질, 맬덤장, 대발매기, 꼬쟁이발, 뻗거리(뻘거리), 맬덤장, 토전발, 장어얼, 장어담장, 붕장애구덕, 낙지퉁어리, 윗배리, 아랫배리, 툽, 만산이, 주벅, 북아리, 남아리, 숨은통, 쑹생이, 젓뚝, 골통 등 남도어로권의 고기잡이 도구와 어로방식에 남아 있는 이름들은 그야말로 순 우리말의 보고라고 할 만하다. 형태에 따라 ㄱ자니 V자니 W형이니 등의 수식을 내가 붙였을 뿐 그 지역에서 부르는 이름들이다. 나승만 목포대 명예교수를 도와 내가 조사하고 이름 붙였던 2002년 이래로 20여 년이 지났다. 대부분의 개펄 어로 자체가 사라졌으니 이름 또한 망실되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렇게 호명하던 남도 사람들도 하나둘 세상을 떴을 것이다. 이름도 빛도 없던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는 방식이 뭘까? 생태적인 개펄어업, 맨손어법으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이 이름들에 남아 있는 순 우리말의 조어방식들, 그 이면에 들어있는 생태환경의 흔적들, 쓰여지지 않은 행간에 남은 그들의 자취를 기억하는 방식을 말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존재와 그들이 붙여둔 이름들을 상고하는 의미를 오늘 여기 우리가 존재하는 의미에 견주어 묵상해 본다.

강진 남포 장어다믈
강진 남포 장어다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