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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공사 감리사, 16시간 온라인 수강이면 돼요"

지난해 졸속법안 통과 탓
현장 “감리사 있으나 마나”
건축사 “현장 전문성 없어”

게재 2021-06-24 17:42:01
지난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광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해체공사 감리자 차모(59)씨가 감리업무를 소홀히 한 혐의(건출물관리법 위반)로 구속되면서 해체공사 감리자격에 대한 전문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체공사 감리자격에 대한 비판은 관련 업계에서는 계속 제기돼왔던 부분이다.

2019년 7월 발생한 서울 잠원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으로 해체공사 감리자격을 강화하는 등 관련법이 바뀌었지만, 정작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 참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 1995년 건축사 면허증을 취득했으며 지난해 4월 '건축물 해체공사 감리자 교육'을 수료함에 따라 시와 지자체가 지정할 수 있는 해체공사 감리자격을 얻었다.

이후 같은 해 동구에서 발주한 공공용역 수의계약을 잇달아 따내면서 대인시장 공영주차장·동명동 도시재생뉴딜 동밖어울림 센터 등 2건의 해체공사 감리를 맡았다.

동구와 세 번째로 한 수의계약이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철거가 진행되면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해체공사 감리다.

건물 해체과정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차씨는 당시 현장에 없었고 감리일지도 작성하지 않았다. 심지어 차씨는 주요 내용이 빠진 해체계획서를 두고 '문제없다고 사료됨'이라 고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차씨 같은 행태가 건설현장에서 아주 빈번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전문가들이 해체공사 감리자에 대한 전문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는 이유이다.

지난해 5월 건축물관리법이 시행되면서 '건축물 해체계획서의 작성 및 감리업무 등에 관한 기준'에 의거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사 △건설기술용역사업자 △건축사보 및 건설기술인을 대상으로 '건축물 해체공사 감리자 교육'을 처음으로 개설했다.

그러나 이 교육은 불과 16시간이면 이수할 수 있고 실습과정이 빠져있는 온라인 커리큘럼으로 짜여 있다. 해체공사에 대한 전문성을 담보하기에 턱없이 짧은 시간일 뿐더러 현장성이 전무하다.

여기에 광주시가 1년 1회 이상 모집해 지정하고 있는 광주지역 해체공사 감리자는 115명에 이른다. 특히 지자체가 허가하는 해체공사의 경우 '건축물 해체공사 감리자 교육'을 이수한 감리자가 우선 지정된다.

이번에 구속된 차씨는 16시간짜리 '건축물 해체공사 감리자 교육'을 수료한 지 2~5개월 만에 공공용역을 따내고 대규모 해체공사 감리업무를 맡았다. 다른 분야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최명기 전 동신대 교수(토목공학)는 "16시간짜리 '건축물 해체공사 감리자 교육'으로는 절대 해체공사에 대한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해체공사는 건물에 대한 구조와 안전 개념이 선행되어야 하는 분야인데, 교육의 대상이 되는 건축사들은 전반적으로 신축설계 개념을 이해한 사람들이다. 이 두 분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이 이론 위주의 온라인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한달 내 교육을 받고 현장실습을 해도 역량을 끌어내기 부족한 시간이다"고 말했다.

한편 감리자 차씨는 부실하게 작성된 해체계획서를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현장 점검과 감리일지 작성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제정된 건축물관리법에서는 연면적 500㎡ 이상, 3개 층 이상 건축물을 해체할 때는 자치단체가 감리자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시가 보유한 명단에서 무작위로 감리자를 선정해야 하지만, 동구청은 차씨를 내정해 선정했다.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은 "동구가 권한을 행사한 감리자 선정 절차가 정당했는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감리자가 제 역할을 다하도록 지정 절차부터 투명해지도록 제도적인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