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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의 마을 이야기>담양 나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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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의 마을 이야기>담양 나산마을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자연환경 좋고 광주 가까워 전원주택 단지 인기
마을 앞 연못 한 가운데 자리관어정(觀魚亭) 주민 휴식처
산의 형태가 ‘人’자 3자 겹쳐 놓은 듯한 ‘삼인산(三人山)’
원주민·이주민 어우렁더우렁 함께 피우는 웃음꽃 맴도는 곳

게재 2021-06-03 15:22:46
나산마을 풍경. 이돈삼
나산마을 풍경. 이돈삼

담양엔 누정이 많다. 조선시대 민간정원의 백미로 꼽히는 소쇄원이 맨 앞자리에 선다. 식영정, 송강정, 독수정, 면앙정도 있다. 의리와 명분을 중요하게 여기던 조선의 사림들은 이 누정에서 주옥같은 시와 글을 지었다. '가사문학(歌辭文學)'이다. 자연스레 담양은 가사문학의 산실이 됐다.

담양의 누정 가운데 관어정(觀魚亭)이 있다. 식영정, 송강정에 비해 지명도는 낮지만, 손에 꼽히는 누정이다. 이른바 '담양 10정자(亭子)'에 속한다. 10정자는 담양군이 지난 2011년 선정했다. 1945년 해방 이전에 세워진 것 가운데 현존하는 정자를 대상으로 주민과 공무원,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발표했다.

담양 10정자에는 관어정 외에도 식영정, 소쇄원 제월당·광풍각, 면앙정, 명옥헌, 송강정, 독수정, 상월정, 연계정, 남극루가 포함됐다.

관어정이 병풍산과 삼인산 자락, 담양군 수북면 나산(羅山)마을에 있다. 풍치가 빼어난 곳도, 높은 구릉도 아니다. 금세 눈에 띄는 지대가 아닌, 마을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이 감싸고 있고, 나무숲이 둘러싸고 있다. 겉으로 얼른 드러나지 않는다. 부러 찾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선입견과 달리, 누정의 분위기는 아늑하다. 관어정은 마을 앞 연못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 숙종 때 박문서가 쌓아서 '박지(朴池)'로 이름 붙은 인공 섬에 들어있다. 물이 중요하던 시대, 연못은 농사에 큰 도움을 줬다. 마을사람들의 생명줄에 다름 아니었다.

정자는 1944년 마을주민들의 휴식처로 처음 지어졌다. 담양 10정자 가운데 역사가 가장 얕다. 바쁜 농사철을 보낸 주민들이 농한기 때 모여서 놀던 곳이다. 마을일은 물론 집안의 크고 작은 일도 여기서 논의했다. 동각(洞閣)인 셈이다.

나산마을 풍경-공동우물. 이돈삼
나산마을 풍경-공동우물. 이돈삼

봄날 아침, 방죽에 자욱하던 물안개가 아침햇살에 사라지면 콩잎붕어가 따스한 물살을 가르며 떼를 지어 노닐었다. 가물치와 잉어도 봄햇살을 즐겼다. 물고기를 보는 정자다. '관어정'으로 이름 붙은 이유다.

여름날엔 연잎 순이 방죽을 푸르게 뒤덮었다. 비가 내리는 날엔 연잎우산이,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엔 연잎양산이 돼 줬다. 연잎 위의 개구리가 목청을 높이면 꽃봉오리들이 곳곳에서 키재기를 하며 피어났다. 어느새 방죽의 주인이 새하얀 백련으로 바뀌었다.

동네 총각과 처녀들의 '몰래 데이트' 장소도 이 연못가였다. 달빛에 비치는 연꽃을 보며 오래 전부터 품었던 마음을 수줍게 털어놨다. 슬그머니 손 내밀던 순간까지도 다 지켜본 누정이다.

청초한 백련이 활짝 필 때쯤 연꽃축제도 열렸다. 마을의 청년들이 소소하게 준비해서 주민과 외지인이 한데 어우러졌다. 20여 년 됐다. 하지만 지난해엔 이마저도 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탓이었다.

나산마을 풍경-마늘 수확
나산마을 풍경-마늘 수확

"동네 수영장이었어요. 날마다 깨복쟁이 친구들 모여서 헤엄치며 물놀이 했던 저수지이고요. 겨울에 물이 빠지면 넓은 축구장으로 변했어요. 짚을 말아서 공으로 만들어 차고 놀기도 했고요. 얼음이 꽁꽁 얼면 썰매도 탔죠. 어린 아이들한테는 사철, 자연 놀이터였죠. 저수지가."

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해기(55) 씨의 말이다. 덕분에, 마을의 어린이들은 물과 친숙하게 지냈다. 그때 소질을 꾸준히 계발했더라면…. 훌륭한 수영선수도, 축구선수도, 빙상선수도 나오지 않았을까?

관어정은 양쪽으로 마을과 연결돼 있다. 마을회관 앞에서 이어지는 철교가 더 길고 멋스럽다. 병풍산과 삼인산을 배경으로 들어앉은 마을이 물속에 반영돼 한 폭의 그림을 그린다. 산과 마을은 물론 나무 한 포기까지도 아름답다. 사방 어느 쪽으로 봐도 환상경이다. 반영된 풍경은 담양 10정자 가운데 으뜸이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삼인산도 명산이다. 산의 모습이 사람 人(인)자 셋을 겹쳐놓은 데서 유래됐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산이다. 태조 이성계가 꿈에서 현인이 일러 준 삼각뿔 모양의 삼인산을 찾아 제를 올리고 기도를 한 뒤 왕위에 올랐다고 전한다. 몽성산(夢聖山), 몽선산(夢仙山)으로 불렸다.

관어정은 당초 우진각 지붕의 정면 3칸, 측면 2칸이었다. 방죽에 있던 3개의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에 세워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반이 내려앉고 정자도 기울어 새로 지었다. 모양도 팔각으로 바뀌었다. 담양군의 지원금 2000만 원에다 주민부담 700만 원이 더해졌다. 지난 2007년이었다.

나산마을 풍경-모내기 준비. 이돈삼
나산마을 풍경-모내기 준비. 이돈삼

관어정은 마을과 자연풍광이 한데 어우러진 곳에 들어서 존재가치를 더 높여준다. 여느 누정과 달리 섬 속에 들어선 것도 비교우위다. 물 위에 떠있는 것만으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안겨준다. 발걸음이 오래 머문다.

나산마을은 1530년을 전후해 형성됐다. 영성정씨, 연안김씨를 비롯 함양박씨, 장흥고씨, 영천이씨, 홍주송씨, 김해김씨 등이 들어와 살았다. 창평현 동서면에 속했다. 현재의 면사무소 격인 치소가 연못가에 있었다. 지금의 나산리, 고성리, 대흥리, 풍수리, 대남리, 성산리 일대를 관할했다.

어느 마을보다 글 읽는 소리가 높았다. 과거 급제자도 많이 나왔다. 문안(文案), 솟대배미 등 옛 지명이 지금도 전해진다. 문안은 옛 교육기관인 서원이 있었던 곳이다. 솟대배미는 과거 급제자가 나오면 솟대를 세웠던 논배미를 일컫는다. 1628년, 1663년, 1678년, 1726년에 급제자가 나왔다.

나산마을 풍경-삼현사 유허비. 이돈삼
나산마을 풍경-삼현사 유허비. 이돈삼

연안김씨 문익공 여지 등 3명을 모신 삼현사(三賢祠)도 마을에 있었다. 1868년 서원 철폐령으로 사라지고 유허비만 남아있다.

나산마을은 1914년 4월 행정구역 개편 때 담양군 수북면에 편입됐다. 지금은 전원주택 단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연환경이 좋은 데다 광주에서도 가깝다. 벌써 젊은 사람들이 여럿 들어와 살고 있다. 지금도 해마다 새로운 얼굴이 늘고 있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어우렁더우렁 함께 피우는 웃음꽃이 관어정을 맴돈다.

나산마을 풍경-연안 김씨 정착지비. 이돈삼
나산마을 풍경-연안 김씨 정착지비. 이돈삼

나산마을 풍경-전원주택. 이돈삼
나산마을 풍경-전원주택. 이돈삼
나산마을 풍경-한옥. 이돈삼
나산마을 풍경-한옥.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누정과 마을이 철교로 연결돼 있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누정과 마을이 철교로 연결돼 있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누정과 마을이 철교로 연결돼 있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누정과 마을이 철교로 연결돼 있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누정과 마을이 철교로 연결돼 있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누정과 마을이 철교로 연결돼 있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누정과 마을이 철교로 연결돼 있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누정과 마을이 철교로 연결돼 있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물에 반영돼 비치는 누정이 더 아름답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물에 반영돼 비치는 누정이 더 아름답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물에 반영돼 비치는 누정이 더 아름답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물에 반영돼 비치는 누정이 더 아름답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물에 반영돼 비치는 누정이 더 아름답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물에 반영돼 비치는 누정이 더 아름답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물에 반영돼 비치는 누정이 더 아름답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물에 반영돼 비치는 누정이 더 아름답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물에 반영돼 비치는 누정이 더 아름답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물에 반영돼 비치는 누정이 더 아름답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물에 반영돼 비치는 누정이 더 아름답다. 이돈삼
나산방죽과 관어정-물에 반영돼 비치는 누정이 더 아름답다. 이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