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째 최저시급… 청소년 지도사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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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수십년째 최저시급… 청소년 지도사는 운다
광주시, 처우·지위 향상 조례 시행됐지만||후속조치 전무… 처우개선 촉구 기자회견
  • 입력 : 2021. 05.05(수) 17:22
  • 도선인 기자
지난 3일 광주시청 앞에서 5월 청소년의 달을 맞아 광주시 청소년 지도사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광주 YMCA 제공
청소년의 달 5월을 맞이해 청소년 지도사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청소년 지도사들은 지난해 광주시가 '청소년지도자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 조례'를 제정하고 구립 청소년시설의 지도사 추가 배치 및 지원을 약속했으나 1년째 지켜진 것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5일 만난 7년 차 청소년 지도사로 서구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 담임' 업무를 맡은 이순아 씨가 밝힌 한달 급여는 180만원 남짓이다. 최저시급보다 2만원 가량 많다. 근무경력에 해당하는 수당은 없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정부지침으로 긴급돌봄 업무까지 맡게 됐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일부 예산이 환수조치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겪었다.

이 씨는 "긴급돌봄 업무 수행 지침에 따라, 휴관 조치에도 예산에 맞춰 돌봄 키트 및 간식을 제작해 업무를 이어갔다"며 "갑자기 지난해 7월 정부에서 예산 20%를 환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지도사들에게 코로나19는 재앙이 아니다. 그들의 현실이 그보다 더 재앙이기 때문이다. 교사 1명이 학생 100명을 담당하는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고 추가근무를 해도 수당에 대한 예산도 없다. 일은 늘어나는데, 급여는 멈춰 있는 것이다.

이 씨는 "청소년 기관 직원들은 추가수당이 아니라 대체휴무로 그 대가를 받는다. 연차, 호봉제와 같은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교육을 이수하고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자부심으로 첫발을 내디뎠지만 10년, 2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을 청소년 지도사의 처우 뿐이다"고 토로했다.

북구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년 지도사 강병길 씨도 "22년을 근무하면서 많은 청소년 지도사들이 열악한 근무조건과 복지, 처우, 고용불안 등으로 여건이 좋은 시설로 이직하거나 전직하고 있다"며 "지도사들을 붙잡을 수조차 없는 현실을 보면서 자괴감이 든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청소년 관련 시설은 16개로 이중 시립이 8개, 구립이 7개, 민간운영이 1개로 파악된다. 광산구가 직영으로 하는 '월곡동청소년문화의집' 1개소를 제외하고 시민단체 등 민간이 위탁 운영하는 형태다. 관계자들은 공모사업 없이는 사실상 청소년시설 운영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 토로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광주시 청소년 수련시설 자체수입 감소 현황'에 따르면, 5개구 청소년수련관을 포함 광주시청소년수련관은 지난해 수익감소를 겪었다. 광주시청소년수련관의 지난해 수입이 1475만 2000원으로 전년도 수익 8억 4078만 7000원 대비 1.8%에 불과하다. 이에 광주시청소년수련원은 전 직원 급여를 30% 삭감하기도 했다. 모두 지자체 강제휴관 조치에 따른 여파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시설을 운영하는 주체 별로 공공성을 확보하는 일이 먼저라고 설명한다. 중·고등학교는 공립과 사립간의 거의 차이가 없이 지원되는데, 광주시는 공립 청소년시설인데도 설립주체(국립, 시·도립, 시·군·구립, 민립) 및 운영주체(지방자치단체, 법인 시설 등)별로 근무환경 차이가 심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해 7월 '광주광역시 청소년지도자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청소년지도자들은 해결된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청소년 지도사들은 △구립 청소년시설에 청소년 지도사 1명 추가 배치 △시립과 구립 시설의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광주시 청소년 지도사들은 이용섭 광주시장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청년·청소년 특별주간'을 맞아 청소년시설을 방문하는 일정에 앞서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