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왔건만… 여전한 아동 학대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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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어린이날 왔건만… 여전한 아동 학대의 그림자
피해신고 후 80% 원가정으로||2019년 아동학대 사망 42명 ||“즉각분리 시행, 애매한 매뉴얼”||코로나로 학대 정황 신고 줄어
  • 입력 : 2021. 05.03(월) 17:31
  • 도선인 기자
구미에서 3세 여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모(22)씨 공판이 열리는 4월 9일 오후 경북 김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이 김씨 엄벌을 촉구하는 릴레이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A(12)양은 계모가 불면증으로 처방 받은 졸피뎀을 강제로 투약 받았다. 친부가 아이스티나 비타민에 졸피뎀을 섞어 속여 마시게 한 것이다. A양은 이 때문에 어지러워 잠이 들다 구토를 반복했다. 아이가 깨어 있으면 시끄럽고 정신 사납다는 이유에서 였다.

#B(4)양은 친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 친부는 집 거실에서 딸에게 "XX가 아프다"거나 "아빠 하는 것 한 번 더 보여줄까"라고 말하면서 성적행위를 지켜보게 했다. 지난 2018년 광주고등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4년,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위 두 사례는 모두 광주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발생한 아동학대 사례는 3만45건이다. 아동학대는 2017년 2만2367명, 2018년 2만4604명으로 집계되며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하루로 압축하면 평균 82명의 아동학대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2019년에만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은 42명이나 된다.

하지만 대부분 아동학대 피해 아동은 결국 집으로 돌아간다. 실제 피해 아동 10명 중 8명은 '원가정보호' 지속 상태로 다시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3번에 걸쳐 접수됐지만, 구체적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가정으로 돌아간 정인이도 결국 양모에 의해 지난해 10월 숨졌다. 다시 가정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재학대가 이뤄졌고 그것이 비극을 부른 것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아동학대 정황이 잘 드러나지 않아 아동학대의 위험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 창녕 아동학대 사건에 이어 최근 정인이 사건, 구미 아동학대 사망사건까지 그 어느 때보다 중대 아동학대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신고는 줄어들었다. 공적 돌봄 시스템이 중단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가 감소한 것이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상황이 심했던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전년대비 20.5% 감소했다.

연이은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으로 인해 정부는 지난 1월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각 시·군·구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새로 배치하고, 그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담당했던 아동학대 사건 조사·처리를 경찰과 함께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또 지난 3월부터는 '즉각분리제도'를 시행해 1년에 두 차례 이상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온 아동은 학대 가해자로부터 즉시 분리해 보호하도록 했다.

허나 이 역시 허점이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는 돌봄공백, 방임으로 이어졌다. 보호자의 실직, 양육 스트레스 증가는 아동학대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지점이 있다. 새로운 감시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남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즉각분리제도 매뉴얼을 현장에서 적용하기 모호한 부분들이 있다. 장애아동 가정의 경우 가정에서 방임이 발견되도 분리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 각 주체의 역할과 권한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