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예방 대책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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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예방 대책 어디까지 왔나
코로나19 장기화에 아동학대 늘어 ||법률상 체벌 금지… 아는 사람 적어 ||비·신고의무자 조기 징후 파악 중요
  • 입력 : 2021. 05.03(월) 17:07
  • 양가람 기자
지난해 발생한 '정인이 사건' 이후로 인천 어린이집 교사 원생 집단 학대,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등 전국적으로 아동학대 사건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아동학대의 사각지대로 작용하면서,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징후 파악에 신경 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여파 심각 수준 아동학대↑

코로나19 기간 동안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줄었지만, 고소로 이어지는 심각한 수준의 아동학대는 오히려 늘었다.

광주 지역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된 지난해 5월까지 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131건이다. 코로나 이전 같은 기간(2019.1.1~5.31) 접수된 228건보다 100여 건 가까이 줄었다.

그러나 학대의 정도는 심각해졌다. 기관 측이 고소나 수사 의뢰를 한 건수는 지난해 5월까지 51건이었다. 코로나 이전 같은 기간(2019.1.1~5.31)에 고소·수사 의뢰된 건수는 64건이다. 언뜻 보기엔 줄어든 것 같지만 비율로 따지면 되려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228건 중 64건만이 수사의뢰를 한 반면 코로나19 기간에는 131건 중 51건이 수사의뢰가 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심각한 수준의 학대 비중이 훨씬 늘어났고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학이 연기되고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면서 가정 내 아동학대가 증가했다고 봤다. 아동기관 관계자인 A 씨는 "아이들이 집에만 있으면서 부모와의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아졌다"면서 "아이 못지 않게 부모도 장기간 고립·육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코로나로 실직을 한 가정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한데, 실직으로 인한 자존감 저하와 분노가 약자인 아이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관련 법·제도 정비에도 무관심 여전

국회는 지난 1월 본회의를 열고 '민법' 제915조(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민법 제915조에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자녀 체벌의 법적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아동복지법 개정에 따라 지난 3월부터 1년에 두 차례 이상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될 경우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즉각 분리하는 조처가 가능해졌다.

즉 법률상 체벌이 금지됐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체벌금지 법제화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동건 빛고을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자녀체벌이 법으로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부모들에게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알려야 한다"면서 "체벌금지 법제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생신고나 양육수당 신청, 유치원·초등학교 입학 때 체벌금지 관련 법률 내용을 알리고 체벌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문가 "조기 징후 파악 중요"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조기 징후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는 직무상 아동학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직업군에 해당되는 자로, △교사직 △의료직 △시설종사자 및 공무원 등이 해당된다. 이들은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직무 수행 중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되거나 의심이 들면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만약 알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상당수 아동학대는 신고 의무자 대신 비신고 의무자에 의해 밝혀져 왔다. '광주시 아동학대예방사업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 2018년 광주시 아동보호전문기관 두 곳에 접수된 응급아동학대 의심사례 및 아동학대 의심사례 신고 1125건 가운데 892건(79.3%)이 비신고의무자에 의한 것이었다. 비신고의무자의 아동학대 징후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중에서는 교사의 신고 비율이 가장 높다.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 233건 가운데 초·중·고교 직원에 의한 신고가 148건(13.2%)으로 63%에 달한다.

교사 대상 '아동학대 예방교육'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교사 포함 전 교직원들은 '신고의무자 교육'과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1년에 1시간 씩 총 2시간 이상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만약 이수하지 못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교육청 소속 직원들 역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1년에 1시간씩 이수하고 있다.

그러나 1년에 1시간이라는 제약 탓에 아동학대에 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아동학대 상황을 발견하거나 의심될 경우엔 112(문자 신고 가능) 또는 관할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에 따라 신고자의 신분은 비밀이 보장되며, 신고로 인한 불이익 조치를 금하고 있으니 발 빠른 신고 바란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