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봄을 위해"… 모금행렬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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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미얀마의 봄을 위해"… 모금행렬 이어져
지난달 11일부터 모금 시작 ||‘5월정신’ 다양한 광주시민 참여 ||한달만에 1억3000여만원 모여 ||용돈 저금통 기부, 초등생 화제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원에 사용
  • 입력 : 2021. 04.14(수) 16:58
  • 김해나 기자

미얀마 광주연대가 14일 오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 1층에서 '미얀마 광주연대 전체 회의'를 열고 한 달여간의 활동 보고와 모금액 지원 방향 등을 논의했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지지와 연대가 41년 전 오월 광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미얀마를 지원하고자 시작된 성금 모금이 수많은 광주시민의 참여로 한 달여 만에 1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시민군을 위해 자신들의 쌀을 이용해가며 '주먹밥'을 만드는 등 서로가 서로를 돕던 광주시민들의 정신이 미얀마인들에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 광주연대(5·18기념재단, 광주시민사회단체 등)는 모금액을 어떻게 사용해 미얀마를 지원할 지에 대한 논의도 했다.

●광주를 닮은 미얀마를 위해

14일 미얀마 광주연대에 따르면,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11일 광주시에 기부금품 모집등록 승인을 신청했다.

이후 한달여 만인 지난 12일 1억 3000여만원의 성금이 모금됐다.

모금이 시작된 이후 모금 기부 건수는 1231건으로 모금 내역 중 1100여건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익명의 광주시민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모금에 참여하며 기부자 이름 대신, '미얀마 지지','함께하겠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광주연대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성금 활용과 전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이번 활동을 계기로 아시아인권운동을 지원하는 단체를 만들 계획이다.

당초 모금액은 미얀마 시민들이 군부 쿠데타에 반대해 총파업을 벌인 '2222 시위'를 기념하자는 의미로 2222만 짜트(미얀마 화폐단위)인 한국 돈 약 1878만원를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연대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목표액을 넘어섰고, 5·18민주화운동을 의미하는 5180만원으로 목표액을 한 차례 올린 뒤에도 다시 한번 5억 1800만원으로 올렸다.

미얀마 광주연대 관계자는 "5180만원을 목표액으로 정하려고 논의하고 있을 때 이미 모금액이 5000만원을 넘겨 내부적으로 놀란 분위기였다. 광주시민들의 관심이 높아 5억 1800만원을 모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화정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김예준(7)군이 수년간 모아 온 돼지 저금통을 기부해 눈길을 끌고있다. 광주 서구 제공

●다양한 광주시민 참여

광주 신광중학교, 각화중학교 학생들은 지난달 27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지지 집회에서 모금한 100만원을 전달했다. 일곡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들도 용돈을 아껴 모은 13만5670원을, 청소년단체 '광주흥사단' 직원과 청소년들도 639만원을 기부했다.

광주 서구는 관공서, 마을공동체모임 등 각 단체가 51만 8000원씩 릴레이모금 활동을 펼쳐 모은 2633여만원을, 광산구와 주민들은 미얀마 사진전을 통한 성금 1088만원을 기부했다.

41년 전 5월의 정신을 이은 광주시민들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년간 용돈을 모아 온 돼지 저금통을 기부한 3형제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일 광주 서구에 사는 김희준(13), 명준(10), 예준(7) 형제는 할머니와 함께 화정2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저금통을 기부했다.

저금통 안에는 이들이 수년간 모은 72만 4080원이 들어 있었다. 형제는 '광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부모님의 말을 기억해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은 기부금을 전달하며 "우리 광주가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낸 만큼 제 저금통이 미얀마 사람들에게 전해져 미얀마 국민들도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모금액 지원 방향 논의도

이날 미얀마 광주연대는 모금액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미얀마 광주연대 전체 회의'를 진행했다.

단체는 현지 미얀마 민주화 투쟁에 대한 지원과 국내 미얀마인 활동 지원 등을 논의했다. △현지 직접 지원과 국내 미얀마인에 대한 지원 비율 나누기 △5180만원 등 상징성을 가진 액수로 지원하기 △시위대뿐 아니라 분쟁을 겪는 인근 주민 돕기 △지원금을 활용해 MPA에서 받은 현지 사진으로 사진집 만들기 △경로 막힌 미얀마에 송금 통로 찾기 △물질적 지원과 함께 정신적 지지·지원하기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여러 의견을 반영해 시민협, 행사위(진보연대), 청년유니온, 이주노동자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집행위 실무팀에서 실질적인 지원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광주연대는 다음 달에 있을 오월 행사, 자연봉사대회 등에서도 시민단체와 연계해 끊임없이 미얀마를 지지한다.

이 밖에 오는 17일부터 매주 계획 중인 문화 예술인이 참여하는 사직동 버스킹, 학생들의 자체적 활동, 시청 등 공공기관에서의 사진전과 모금 등 다양한 지원으로 미얀마를 응원할 계획이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다양한 단체와 함께 미얀마 지지 활동과 연대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며 "광주의 미얀마 연대 활동을 기록·정리해 그들에게 더욱 우리의 응원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