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학원 스트레스 없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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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청
"학습지·학원 스트레스 없어 좋아요"
화순초 이서분교장 가보니||전남도교육청 농산어촌 프로그램||서울 생활보다 정서적 안정감 커||자연친화적 교육·폐교 위기 탈피||학부모 "대면수업 장점에 힐링도"
  • 입력 : 2021. 04.08(목) 16:31
  • 양가람 기자

8일 전남 화순군 이서면 화순초 이서분교장 텃밭에서 학생들이 상추를 뽑고 있다.

"오메, 선생님! 쑥이 쑤욱 자랐는데 쑥쑥 안 뽑혀요!"

"서울에서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사투리를 배운거야?"

8일 오전 화순군 이서면 화순초등학교 이서분교장.

학교 텃밭에서 쑥을 캐고 상추를 뽑던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전교생이 11명에 불과한 화순초 이서분교장에 최근 서울 학생 4명이 유학 왔다.

모두 전남도교육청의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온 학생들로, 부모님과 함께 화순에서 6개월 동안 체류한다.

서울 학생들의 전남 방문은 처음이라 적응이 우려됐지만, 화순 지역 학생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에 선생님도 안심된다는 반응이다.

신나영 화순초 이서분교 교장은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으로 전남과 서울 학생들 간 문화적 교류 효과가 크다. 특히 사회시간에는 서로가 살아온 지역이 어딘지 지도를 보며 소통한다. 학년이 진급해도 같은 친구들만 만나야 했던 화순초 이서분교 학생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이서커뮤니티센터 '뽕모실마을학교'에서 생활하고, 스쿨버스나 에듀택시를 이용해 등·하교한다. '마을학교 연계 생태 교육'을 펼치는 화순초 이서분교에서 학생들은 교과 수업보다는 △텃밭 가꾸기 △작두콩 기르기 △누에 기르기 등 농촌체험형 프로그램을 주로 배운다. 방과후에는 '뽕모실마을학교'에서도 △꼬마농부체험 △사물놀이 수업 △누룩꽃빵 발효체험 등이 이어진다. 조만간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마을 근교로 자연환경체험도 떠날 계획이다.

서울 학생들은 자연 친화적인 학교 생활에 금방 적응했다. 학원, 성적에만 몰두해 휴대전화만을 친구로 삼던 과거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온 4학년 이세아 양은 "서울 사람들은 공부에 미쳤다. 나는 또래 친구들보다 공부 스트레스가 적었지만, 학습지를 포함해 학원만 6개를 다녔다"면서 "이곳에서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어 너무 좋다. 특히 서울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농사일이 제일 재밌다. 아빠 일 때문에 6개월밖에 있지 못할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화순초 이서분교 5학년 박은지 양은 "유치원도 이 곳에서 다녔다. 어른들로부터 서울 사람은 깍쟁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학교에 온 서울 친구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서울 친구들이랑 누에도 기르고 텃밭도 가꾸고 오래오래 같이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조용하던 화순초 이서분교장에도 활기가 넘치고 있다. 총 6학급에 학생 11명, 교직원 10명의 작은 학교였지만, 서울 학생들 유입으로 폐교 걱정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모두 6개월의 짧은 기간을 아쉬워하며,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이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

학부모들 심경도 이들과 비슷하다.

이날 이서커뮤니티센터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전남 학교들은 꾸준히 대면수업을 한다"는 점을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 신청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하다보니 학생 뿐 아니라 본인들의 정서적 안정감도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학부모 김모 씨는 "코로나로 학교에 안 가는 날이 늘면서 아이가 나태해지고, 건강도 나빠져 신청했다"면서 "전남의 맑은 공기 덕분에 아이들 건강도 좋아지고,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협동심을 기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나 역시 서울에서 나고 자라 전남 생활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교육청의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서울 소재 초4~중2 학생 82명(55가구)이 10개 지역 20개교(초13·중7)에 배정됐다. 프로그램은 △농가형 △가족체류형 △센터형 등 3가지 형태로 운영되며, 학생·학부모들은 최소 6개월(희망시 6개월 더 연장 가능)간 전남에서 생활하게 된다. 도교육청은 앞으로 유학 대상을 서울 이외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8일 전남 화순군 이서면 화순초 이서분교장 이서숲놀이터에서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의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으로 서울에서 온 학생들이 화순초 학생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