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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식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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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식목일

게재 2021-04-04 14:05:47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책장에서 옛 책 한 권을 꺼냈다. '뽐내고 싶은 한국인'. 전북 장수 출신으로 조선일보의 대표논객인 이규태 전 주필의 저서다. '이규태 코너'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한 언론인이다. 지난 1983년 3월1일부터 23년 동안 6702회를 연재했다. 한국 언론사상 최장기 칼럼 기록이다.

책의 6부에는 한국인과 나무(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있다. 우리 조상들은 나무를 의인화해 정(情)의 투사 대상으로 삼았다. "옛 아버지들은 아들, 딸을 낳으면 이듬해 음력 삼월 삼짇날, 그 아들 딸 몫의 '내 나무'를 심는다. 선산에 송백을 심어 아들 나무들, 밭두렁에 오동을 심어 딸 나무를 삼는다. 그리하여 아들의 '내 나무'는 늙어 죽을때 관목으로, 딸의 '내 나무'는 시집갈 때 농을 짜준다."

전통 목공은 가급적 못질은 피하고, 철요(凸凹)를 맞추는 공법이었다. 살아있는 나무가 아닌 재목이 된 나무에게까지도 다치지 않게 아이 달래듯 하나의 생명체로 인간화했다. 저자는 이를 한국의 식물 휴머니즘이라고 정의했다. 한국의 나무는 억척스럽과 질기다. 마치 주변국가들에 시달리고 짓밟히면서도 질경이 풀 처럼 억척스레 살아난 우리 민족을 투영하는 것 같다. 괴산군 청천면 사담리에 있는 천년이 넘은 느티나무는 국운이 기울거나 국난이 일때 소리내어 울었다고 한다.

저자는 풍토나무, 전설나무, 역사나무 등 연고를 찾아 그 수종으로 나무를 심는 연고 식목으로 차원을 높였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테면, 경복궁에 앵두라는 역사 나무를 심어 경복궁 하면 문종의 효심 앵두를 연상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 고을에서만 잘 자라고 과실이 크고 맛있는 풍토나무는 정선의 배나무, 영춘의 대추나무, 밀양의 밤나무, 순흥의 잣나무, 함양의 감나무, 구례의 동백나무 등이 있다. 남산의 소나무, 잠실의 뽕나무, 살곶이의 버드나무는 역사와 전설이 스며 있다. 나무도 심고 전통도 재현하고, 향토의 개성도 살리는 일거삼득의 식목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1일 산림청이 '나무 심기와 식목일 변경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4월5일인 현 식목일의 날짜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3월중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봄철 기온상승과 이로인한 나무의 생리적 변화가 변경 이유다. 1948년 제정된 4월5일 식목일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 기후위기가 우리 앞에 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