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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27-2> 외노자 코로나19 전수조사… "행정, 인권감수성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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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27-2> 외노자 코로나19 전수조사… "행정, 인권감수성 돌아봐야"

■외국인노동자 코로나19 검사 강제
인권위 전원 "차별적 조치" 결론
서울·대구 수정… 광주·전남 고수
"방역이 인권보다 우선해선 안돼"

게재 2021-03-28 17:58:40
경기도가 도내 외국인 노동자와 이들을 고용한 사업주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지난 8일 경기도 안산시 외국인주민지원본부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가 도내 외국인 노동자와 이들을 고용한 사업주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지난 8일 경기도 안산시 외국인주민지원본부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국내 일부 지자체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사태를 두고 코로나19 선제 방역이란 이유로 등한시된 인권에 대한 물음이 떠올랐다. 코로나19 국내 발생이 약 1년이 지난 현재 선제방역과 인권존중에 대한 가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광주·전남 지자체를 포함, 국내에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광주시는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5인 이상 외국인 고용사업장을 대상으로, 전남도는 10일부터 30일까지 1인 이상 고용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농촌 특성상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전남도의 경우 광주시보다 강제적 문구가 다수 포함됐다. 전남도는 외국인 노동자가 행정명령을 위반하고(해당 기간에 검사를 받지 않고)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 방역 비용 구상권 청구 등의 처벌조항을 명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소수자를 차별적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행정명령에 대한 법적 근거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 '감염병 의심자'일 경우 진단검사 조치를 강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은 외국인 노동자를 '감염병 의심자'로 단정했다는 점에서 소수자 차별을 유발했다는 뜻이다.

인권위는 이같은 해석과 더불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과 지자체장에게 방역정책을 비차별적으로 수립‧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방역정책을 수립할 당시, 해당 행정명령이 소수자 차별을 함의하고 있지는 않은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코로나19 전수조사가 국제 기준과 각 국 방역 수칙 등을 어겼는지 꼼꼼히 판단한 인권위는 지난 22일 이루어진 제6차 전원위원회에서 해당 행정명령이 국제기준과 전세계적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인권차별적 조치라고 공식 발표했다.

인권위는 "지자체의 행정명령이 이주민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는지에 대해 '헌법', '국가인권위원회법', 인종차별철폐협약 등 국제기준, 유엔이 각 국의 방역 등 공중보건 조치가 차별과 인권침해로 연결되지 않도록 마련한 지침 등을 근거로 검토했다"며 "제6차 전원위원회에서 코로나19 감염가능성이 국적에 차이가 있지 않음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이루어진 행정명령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날 인권위는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19 전수조사가 '방역'이란 기존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인권위는 "방역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은 이해하지만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집단을 분리‧구분하는 조치는 오히려 방역을 위한 적극적인 참여를 위축한다"며 "외국인을 '코로나19 진단검사가 필요한 감염병 의심자'로 낙인찍어 혐오‧차별을 확산하는 등, 결과적으로 '방역'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공동체 전체의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정부나 지자체가 방역 정책을 수립할 때 인권존중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인권위는 주장했다. 인권위는 "정책을 수립할 때 유념할 수 있는 기준·근거로 평등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했다.

이 같은 판단에도 광주·전남은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19 전수조사를 철회하지 않았다. 서울·대구 등이 행정명령을 수정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광주시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기숙사 밀집 생활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특성에 따른 검사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라는 재난특별상황 속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서 필수적인 조치라는 의견이다.

관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기숙사 파악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밀집 생활을 할 것 같다는 이유로 외국인에게 코로나19 검사를 강제한다는 것은 행정의 무뎌진 인권감수성을 보여준다.

광주전남이주인권네트워크 홍관희 노무사는 "행정은 외국인 기숙사 밀집 거주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할 생각을 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집단 거주 생활을 한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않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지시한 것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다"며 "광주·전남은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19 검사를 자율적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보다 코로나19 방역이 우선 돼선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 노무사는 "시민사회 공론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광주는 외국인 노동자 전수조사를 완료했다"며 "방역이란 목적하에 인권차별이 이루어지는 형태를 목격했다. 앞으로는 이런 행정명령의 단면을 진중히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황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