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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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아~5·18
홍성장 정치부장
  • 입력 : 2021. 03.24(수) 14:34
  • 홍성장 기자

매일신문의 만평이 광주를 분노케 하고 있다. 지난 18일 자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라는 제목의 만평이다. 만평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보유세 폭탄'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시민 폭행 장면에 빗댔다. 만평에 인용된 장면은 5·18민주화운동의 아픔을, 계엄군의 만행을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이다.

매일신문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할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비유 대상을 찾다 보니 적절치 못한 내용이 담긴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도 했다.

매일신문의 해명처럼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거나 왜곡할 의도는 없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같은 언론인으로 편들기는 결코 아니다. '의도적 폄훼'라면 매일신문은 스스로 언론이길 포기한 '작태'를 보인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분노가 가시지 않고, 슬프다. 여전히 5·18민주화운동이 아무렇지 않게 조롱의 대상이 되는 슬픈 현실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저급한 인식'이 여전한 아픈 현실이다.

그들에겐 여전히 5·18민주화운동은 광주만의 민주화운동이다. 일각에서는 북한군이 침투해 조작한 사건이라고 우기는 이들도 여전하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민주화 과정의 희생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하려 하지 않는 슬픈 현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광주의 아픔을 그렇게 쉽게 희화화할 수 없는 일이다.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진정한 참회와 용서가 이뤄지지 않은 광주의 아픔인데 말이다.

5·18민주화운동은 만평이란 이름으로 대중 선동의 소재로 쉽게 다룰 소재는 더더욱 아니다. 5·18로 시작된 투쟁의 에너지는 모이고 모여, 1987년 6월 화산으로 터졌다. 온 나라가 타올랐고, 벼랑 끝 전두환은 백기를 들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세웠다. 5·18이 광주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인 이유다. 함께 기억하고 함께 아파해야 할 소중한 민주주의 역사고, '민'에게 '민주'를 되찾게 해준 우리 모두의 역사가 5·18민주화운동이다. 매일신문의 해명에도 쉽게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의 자유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다. 매일신문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책임지는 절차를 바랄 뿐이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