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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판치는 온누리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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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판치는 온누리상품권

김은지 경제부 기자

게재 2021-03-23 16:24:57
김은지 경제부 기자
김은지 경제부 기자

지난해 수습기자 때 설을 앞둔 광주 남광주시장을 취재했던 적이 있다.

시시한 질문만 하는 어린 기자에게 한 시장 상인은 "명절마다 와서 물어보는 그런 뻔한 거 말고 '온누리상품권 깡' 취재 좀 해봐요"라며 훈수를 뒀다. 온누리상품권은 부모님과 함께 장 보러 갈 때나 봤던 터라 "조만간 꼭 취재해볼게요"라고 웃으며 넘겼다.

올해도 설 대목을 앞둔 시장 상인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양동시장을 찾았었다.

인터뷰를 위해 이곳저곳 찾아다니다 하나를 물으면 열을 답해주는 상인을 만나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답변의 끝에도 결국 '온누리상품권 깡'이 등장했다.

2009년 첫 출시된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지역 상점을 살린다는 취지로 발행, 유통됐다. 정부는 사용 증진을 위해 액면가보다 10% 이상 할인해 판매하는 등 시장 상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책을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 매년 수조원의 판매 수익을 늘리며 지역 상권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온누리상품권이 액면가보다 저렴하게 상품권 구매가 가능한 점을 악용해 구매한 상품권을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깡' 수법이 늘어나면서 정책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환전 과정에서 시장 상인을 대동하는 등 각종 편법이 등장했고, 그 결과 지난해 12월 광주에서는 광주 전통시장 상인회가 온누리상품권을 불법 유통해 거액의 환전 차익을 챙긴 혐의로 경찰에게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상품권 깡'을 방지하기 위해 온누리상품권 발행처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상인회, 가맹사업자에 대한 관리체계 강화에 나섰고, 구매 시 바코드 인식 스캐너를 보급하고 전산시스템 절차를 거치도록 개선 중이다.

또 유통경로와 이상 징후 파악이 가능한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을 출시해 유통경로 알고리즘 입력만으로 예측 가능한 부정유통 상당부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부정 유통을 적발하더라도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나 가맹취소 처분 등 솜방망이 처분만 받는다. '깡'을 통해 수억원대의 차익을 챙길 경우 사기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도록 했지만 법적 근거가 부족해 대부분 불기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눈 앞에서 부정유통을 해도 딱히 막을 방법이 없으니 온누리상품권 깡은 더욱 대담해지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

온누리상품권 발행액의 일정 부분은 국비로 지원되기 때문에 대리구매자를 통해 상품권을 모아 환전을 하는 '깡'은 세금 탈취, 세금 낭비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매년 발행 규모는 늘지만, 부정유통을 막기 위한 대책은 제자리다. 소상공인, 전통시장 상인들을 살리겠다는 온누리상품권의 본래 취지를 찾기 위해 부정유통에 대한 법적 제도 개선이 시급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