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과 탄소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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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사순절과 탄소금식
  • 입력 : 2021. 03.23(화) 16:23
  • 이용규 기자
지중해의 해양 도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역사적으로 몆차례 페스트 대유행의 한복판에 섰다. 쉽게 노출된 지리적 위치탓에 감염병의 '침공'을 받아 참혹한 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제도화된 공중보건 정책과 강력한 격리정책으로 페스트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지리적으로 해상에서 감염병을 차단할 수 있다고 판단한 베네치아공화국은 1403년에 리도 섬 인근에 바다와 분리돼 생긴 외딴 섬인 라자레토 베키오에 격리병원 라자레토를 건립했다. 해상에 지어진 격리병원 라자레토는 베네치아가 처음은 아니었으나, 수상한 지역에서 오는 배들을 억류해 세척하고 훈증소독을 하고 선원과 승객들은 격리했다. 격리된 선원과 승객들은 40일이 지나야 풀려나 도시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날 검역과 격리의 뜻을 함께 가지고 있는 영어 '쿼런틴'(quarantine)은 이탈리아어로 40일간의 공간을 뜻하는 '콰란티나'(quarantina)에서 유래됐다. 숫자 '40'은 성경에서 여러차례 언급되고 있다. 창세기 '노아의 방주'의 내용에서는 40일 동안 밤낮으로 비가 내렸고,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했을때의 지도자 모세는 십계명을 받기 전 시나이산에서 40일간 단식했다. 선지자 엘리야는 호렙산에서 40일간 기도했고, 예수도 광야에서 사탄의 유혹을 이겨내며 40일을 버텼고, 부활후에 제자들과 40일을 머물렀다. 이를 기리는 사순절은 40일이다. 라자레토에서의 40일 격리는 선체와 승객 및 선원들의 몸과 화물을 청결케 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선원과 승객들에게는 엄격한 행정조치에 순응하고, 공포에 찬 도시에 영적 위안을 주는 숫자의 상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지금은 가톨릭과 기독교의 사순절 기간(2월17~4월3일)이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 40일간 금욕으로 참회하는 기간을 가리킨다. 가톨릭과 기독교 신자들은 이 기간에 연회·향응 등을 최대한 자제하고 회개와 금식으로 자신의 신앙을 점검한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와 기후위기라는 가파른 위기 앞에서 '탄소 금식'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육식줄이기 △쓰레기 줄이기 △플라스틱 줄이기 △개인 물병 사용하기 △일회용품 쓰지 않기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기 등을 통해 인류 전체의 관심인 탄소중독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고자 하는 노력이다. 환경위기와 코로나 19는 우리에게 굴절된 삶을 올곧게 펴는 거대한 전환을 촉구하는 절박한 신호이다. 생활 속 탄소금식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여정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의 출발점이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g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