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26-3> 오월 광주정신으로…"평화·자유·정의 세손가락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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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26-3> 오월 광주정신으로…"평화·자유·정의 세손가락 들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광주의 목소리 5인||광주서 유학 중인 마웅·샤샤 씨 ||재한 미얀마인 광주 대표 묘네자 씨 ||옛 전남도청 마지막 생존자 윤청자 씨||미얀마 지지 현수막 내건 김동규 씨
  • 입력 : 2021. 03.14(일) 17:50
  • 도선인 기자

지난달 1일 미얀마에서 쿠테타가 발생한 지 한 달하고 보름이 지났다. 시위대를 향한 무차별 총격과 폭력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에서 평화·자유·정의 세 손가락을 든 5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가족들 걱정 잠 못 이루는 유학생 샤샤·마웅씨.

●"이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 군사정권은 인정해야"

-가족들 걱정 잠 못 이루는 유학생 마웅·샤샤 씨

"조국이 처한 반인륜적인 상황에 밥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미얀마 군부는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력으로 군사정권을 통치했습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까지 시민들의 입과 귀를 막으며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온라인과 SNS로 이들의 만행을 알릴 수 있는 지금은 다릅니다. 미얀마 군부는 이미 졌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부가 이 사실을 인정하고 물러나기 위해서 UN은 R2P(보호책임원칙)를 발동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미얀마 군부에 맞서 우리를 지켜줘야 합니다. 가족과 친구들은 국민 총파업에 함께 했다는 이유로 군인 눈을 피해 숨어다니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족들은 지옥 같은 미얀마에 돌아오지 말고 안전한 한국에서 살라고 하는데요. 직접 내 손으로 싸울 수 없다는 사실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낍니다. 지금도 미얀마 군부는 사상자 수를 조작하고 무기를 수입한 적이 없다며 비상사태 1년 뒤 정권을 이양하겠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군사 정권 마지막 세대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재한 미얀마인 광주 대표 묘네자씨.

-재한 미얀마인 광주 대표 묘네자 씨

"무장한 군인은 임산부, 아이, 의료진, 부상자 공격을 넘어 시신 훼손까지 합니다. 미얀마에는 인권이 없습니다. 이후 세대만큼은 민주주의를 누리길 바라며, 미얀마 시민들을 아침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작별을 하고 투쟁에 임합니다. 국회의원 의석 25% 이상은 무조건 군인으로 채워야 하는 기본법의 내용처럼 군인 맘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얀마입니다. 로힝야족 사건과 마찬가지로 군사정권의 만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군인들은 불리할 때마다 쿠테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려 할 것입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미룰 수 없는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외치는 이유죠."

●"냄비 두드리는 '딴봉띠'… 오월 솥단지 생각나"

옛 전남도청 마지막 생존자 오월민주여성회 윤청자씨.

-옛 전남도청 마지막 생존자 오월민주여성회 윤청자 씨

"벌써 41년이 흘렀는데, 비극이 광주로 끝나지 못했다는 사실에 온몸이 떨립니다. 광주에서 목격했던 것처럼 군인이 총칼을 들고, 인터넷 연락망을 차단해 고립시키고, 청년들이 죽어가고… 말문이 막혀요. 80년 당시 여성 노동자였던 시위대에 식료품을 전달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때처럼 미얀마 여성들도 치마를 걸고 냄비를 두드리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특히 미얀마의 냄비를 보니 주먹밥을 만들었던 솥단지가 눈앞에 그려지는데요. 저도 토요일마다 열심히 옛 전남도청 앞에서 냄비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미얀마가 승리할 때까지 토요일마다 옛 전남도청에서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

●"오월의 역사 되풀이… 동남아에 '광주정신'을"

지지 현수막 내건 청년 김동규씨.

-미얀마 지지 현수막 내건 청년 김동규 씨

"'광주정신'은 어느새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아 미얀마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역사의 전생이 있다면 미얀마의 전생은 광주가 아닐까. 제가 내건 현수막 문구인데요. 군부가 권력을 잡기 위해서 쿠데타를 일으켰고 저항하는 시민들에게 총을 쏘고 밤에는 끌고 가 고문하는 것까지, 광주와 비슷해요. 광주는 끝났지만, 미얀마는 현재진행형이죠. 미얀마는 독립 이후부터 시작된 군사정권 아래 8888항쟁 등을 겪으며 많은 국민이 죽었습니다. 그 희생 위에서 국가기업을 통해 모든 경제를 장악해왔습니다. 2015년 아웅산 수치가 당선됐지만, 사실 완전한 민주주의라고는 할 수 없는 체제였습니다. 군부의 양보에 가까웠죠. 너무 막강한 군부세력에 외국인이 내건 현수막 하나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고민도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국제사회에 '광주정신'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생각합니다. 작은 행동이 모이면, 직접적인 도움으로 연결되리라 믿습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