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첫 번째 기록-코로나19와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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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첫 번째 기록-코로나19와 기후변화'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 입력 : 2021. 03.10(수) 12:42
  • 편집에디터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넘어서'와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페럼타워 앞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권고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2020년을 어떻게 기억하냐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 압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언급할 것이다. 2021년 새해가 시작되고 약 60여 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의 화두는 '코로나19'다.

대한민국에 첫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발생하였을 때 필자는 해양과학기술원부설 극지연구소 소속 연구원으로서 쇄빙관측선 아라온호에 승선하여 남극 해양을 관측 중에 있었다. 남극이라는 지역 특성상 인터넷 사용이 제한적이어서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많이 접하지는 못했지만 2020년 2월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의 일일 확진자 수는 수 명에 불과했었고 남극은 바이러스 청정지역이었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출장에서 복귀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전 세계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코로나19' 관련 소식은 연일 헤드라인 뉴스를 장식했다. 최근에는 칠레 남극 기지에서도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보고돼 이제는 지구상에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대륙은 존재하지 않게 됐다.

2019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해 약 1억명의 확진자와 200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2021년 2월 1일자 기준). 실로 엄청난 변종 폐렴 바이러스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전 지구적 재난 상황 때문에 비행기 길이 막혀 당분간 국가 간의 이동은 어려워졌고 인류는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언택트(Untact) 시대를 반강제적으로 맞이하였다.

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쓴 채 길거리를 다니고, 칸막이를 두고 식사를 하고, 5명 이상이 모여 담소도 나누지 못하는 세상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무리 고도로 발전된 세상이더라도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미리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음을 '코로나19'는 재확인시켜주었다.

산업화 이후로 인간 활동이 증가하면서 지구는 온난화를 비롯하여 급격한 기후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이상 기후 현상들은 인류에게 직접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영향이 아닌 피해를 끼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는 매년 기록적인 폭염과 한파로 수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매년 증가하는 고강도 태풍 발생의 영향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또한 온난화로 인해 극지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되어 태평양 도서 국가들은 영토를 잃고 있으며 연안 도시들은 침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제는 기후 변화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은 기후 난민(Weather refugee)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서 대두되고 있을 정도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Oxford Dictionary에서는 2019년의 단어로 'Climate Emergency'를 선정하기도 하였다.

앞으로 기후 변화가 '코로나19'처럼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인류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힐 것은 자명하다. '기후 변화'가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코로나19'처럼 기억될 날이 머지않았고 우리가 기후 위기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다면 지금보다도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기후 변화가 '코로나19'처럼 우리 삶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인류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기 전에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대비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세계의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발맞추어 '2050년 탄소중립 추진 전략목표'를 확정하고 국가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행동할 것임을 발표하였다. 이는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해양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도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정부와 산학연이 서로 협력하여 기후 변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많이들 사용하는데 소는 잃더라도 다시 키우면 되지만 지구를 지킬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번뿐임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