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숨 쉴 만한데"… 광주 또 집단감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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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이제 겨우 숨 쉴 만한데"… 광주 또 집단감염 분노
빛고을고객센터발 무더기 확진|| 확진자 소식 근처 상인 전전긍긍||“개미 한 마리 없어… 조용하기만”|| 인근 직원 “근처 밥 먹기도 꺼려져”
  • 입력 : 2021. 02.24(수) 16:29
  • 김해나 기자

24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도시공사 사옥 내 빛고을고객센터발로 3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건물 내 직원들이 출입하고 있다.

광주지역 고객센터(콜센터) 집적건물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인근 직장인과 상인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연이은 확진자 발생 소식으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의 방역 지침을 어겨 집단 감염자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노까지 덩달아 커지고 있다.

24일 광주시 방역 당국에 따르면, 서구 치평동 광주도시공사 사옥 내 빛고을고객센터발로 이틀 새 3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라이나생명이 운영하는 4층 광주TM센터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후 직장 동료, 가족, 접촉자 등이 잇따라 확진자가 됐다.

해당 건물은 라이나생명, 광주트라우마센터, 금융기관 등 22개 업체가 입주해 있고, 근무 인원도 1527명에 이른다. 공기업 직원도 100여 명 이상 근무하고 있다.

이날 정오께 찾은 광주 서구 치평동의 빛고을고객센터.

평소라면 점심을 먹으러 나서는 직장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시간이지만, 전날 건물 내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만큼 조용한 분위기였다.

건물 출입문에는 '본 건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긴급한 업무가 아니시면 방문을 자제 바라며, 개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건물 내 입주 업체의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었다.

해당 건물의 광주은행 상무중앙지점은 출입구에 '임시 휴업' 상태를 알리는 안내문을 붙이고 가까운 다른 지점 이용을 권장했다.

또 외부인에 대한 청사 출입이 금지되며 이날 오전 10시 건물 15층에서 예정돼있던 '평동3차 일반산업단지 산업시설용지 분양신청 접수' 장소도 변경됐다.

해당 건물에서 근무 중인 신모씨는 "전수조사 해당자가 된 경험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며 "갑자기 확산세로 돌아섰을 때 자가격리에 따른 업무 대응(변환)에 차질이 있다고 느꼈다. 광주시에서 재택근무 시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시스템이나 보편적 매뉴얼, 환경 등을 제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 전체로 퍼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크게 느끼지는 못했다"며 "회사가 있는 층의 전 직원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고, 추후 대응이나 방역수칙 준수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럭으로 매일 건물 앞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정황래(59) 씨는 "원래는 건물 안에 들어가서 층마다 돌며 과일을 판매했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심해질 때부터 건물 출입이 불가능해져서 이 건물 앞에서의 매출이 8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전에는 건물 안을 왔다 갔다 해서 구조를 안다. 환기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 1미터마다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계속 전화를 한다. 지금까지 안 걸렸던 게 신기할 수준이다. 자리마다 투명 칸막이를 설치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코로나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불안해했다.

인근 건물의 상인들도 불안해 하고 있었다.

해당 건물 인근에서 핫도그 가게를 운영하는 안모 씨는 "어제 확진자 소식에 건물 근처에 사람이 줄어든 것을 체감했다"며 "원래 점심시간이 아닌 시간에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거리인데 평소보다 사람이 너무 줄었다. 오늘 오전 역시 손님도 없고 가게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없다"고 말했다.

안 씨는 "아직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거리이다 보니 혹시나 확진자가 가게를 방문했을까 하는 불안함도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되면 휴업을 해야 하는데 매출도 급락한 상황에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인근 건물 사원들의 분노 역시 이어졌다.

빛고을고객센터 옆 건물에 근무하고 있는 송모(28) 씨는 "직장인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라서 혹시 모를 대규모 감염이나 확산에 대해 걱정이 컸다. 무서워서 회사 앞에 밥 먹으러 나가기도 꺼려진다"며 "명절 연휴 때부터 그렇게 집에 있으라고 했는데, 괜찮다 싶으면 들리는 집단감염 소식에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24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도시공사 사옥 내 빛고을고객센터발로 3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출입문에 건물 이용을 자제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