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1조원 시대… 가난한 지자체는 '속앓이'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전남도
지역화폐 1조원 시대… 가난한 지자체는 '속앓이'
작년 계획 2534억→1조1531억 껑충||할인 판매율 10%… 국비 8% 지원||나머지 도·시·군 몫… 예산 문제||낮은 재정자립도에 지류 발행 부담
  • 입력 : 2021. 02.23(화) 17:39
  • 오선우 기자

장성군 주민이 마트에서 장성사랑상품권으로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장성군 제공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워진 도민 생활을 안정시키고 소상공인을 지원하고자 발행 중인 지역화폐 규모가 늘어날수록 전남 지방자치단체의 말 못 할 '속앓이'도 늘고 있다.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22개 시·군은 물론 전남도조차 예산 부담을 호소하는 등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행정안전부가 지역화폐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할인판매율(인센티브율)을 10%로 유지키로 하면서, 이를 보조하기 위한 지자체의 몫이 적지 않아서다.

23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행복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액 누계는 1조1531억원이다.

이 중 일반발행액은 6333억원이다. 지류와 카드, 모바일 등으로 판매되는 일반적인 지역화폐다. 나머지 5198억원은 정부긴급재난지원금, 농어민공익수당 등으로 나가는 정책발행액이다.

현재 10% 할인판매되는 지역화폐에 대해 국비로 지원되는 비율은 8%다. 나머지 2%는 광역·기초 지자체가 나눠서 부담한다. 전국 평균으로 볼 때, 광역 지자체별로 0.6~1%를 부담하며 나머지는 시·군 등 기초 지자체의 몫이다. 전남에서는 1%가 도비로 지원되며, 나머지 1%와 기타 발행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시·군이 부담한다.

문제는 지역화폐 발행액이 지난해 폭증하면서 지자체가 맡아야 하는 비용도 덩달아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전남도의 지역화폐 발행계획은 2534억원이었다. 당시 할인판매율도 6%로, 국비가 4% 지원되고 나머지를 지자체가 분담하는 형식이었다. 따라서 전남도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크게 잡아 25억원 수준이었지만, 팬데믹 상황 발생으로 애초 계획보다 2.5배가 넘는 6333억원을 발행하면서 64억원을 부담하게 됐다.

여기에 전체 재난지원금, 코로나민생지원금 등 정책발행 5198억원까지 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차례 추경을 거치는 등 몸살을 앓았다. 정부가 민생을 안정시키고자 지역화폐 활성화를 독려하고는 있지만, 전남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1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면서 전남도를 비롯한 지자체가 예산 마련에 고뇌하고 있다.

전남도는 올해 지역화폐 발행액 목표를 1조원(일반발행 6500억원, 정책발행 3500억원)으로 잡고 있다. 5000억원은 3월까지 조기 발행할 계획이며, 나머지는 6월 말까지 발행한다.

이 중 전남도가 부담해야 할 할인판매액은 일반발행의 1%인 65억원이지만, 본예산에서 30억원밖에 세우지 못했다. 예산이 부족해서다.

전남도 관계자는 "1차 추경에서 나머지 35억원을 세워 볼 계획이다. 정책발행이 지난해보다는 줄어들 것 같아서 목표를 1조원으로 잡았지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엄청난 예산이 지역화폐에 소요돼 다른 실과 예산 수립에 지장을 주고 있다.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이 없으면 힘에 부친다"고 했다.

광역지자체인 전남도의 사정도 이럴진대, 산하 22개 시·군은 말할 것도 없다. 적게는 수천만원부터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비용 부담에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목포와 여수 등 5개 시를 제외하면 나머지 17개 군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9.5%에 그치고 있다.

전남의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정부나 국민 입장에서는 지자체가 수억원 더 부담하는 게 크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 "우리에게는 평소 같으면 나갈 일 없던 돈이 갑자기 사라지는 꼴이라 예산 마련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기초지자체 부담은 할인판매율 중 1%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지류(종이형) 화폐 발행 비용을 비롯해 카드나 모바일 화폐를 위한 각종 수수료와 시스템 운영비 등을 합하면 3~4% 수준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경기도를 비롯한 지역은 예산 상황도 좋고, 카드나 모바일로 발행하는 데다 통합 시스템도 구축돼 훨씬 낫다"며 "전남은 고령화로 카드나 모바일이 낯선 이들을 위한 종이 화폐가 필수라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라고 했다.

전남행복지역화폐 심볼과 카드, 시·군 상품권. 전남도 제공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