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대표하는 '자수성가형 CEO', 완도 출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담양 출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나란히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하면서 지역민의 관심이 뜨겁다. 두 김 의장 모두 전남의 섬과 농촌의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흙수저' 출신으로 막대한 부를 일군 뒤, 아낌없는 기부를 약속해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 김봉진, 세계적인 기부클럽 가입
김봉진 의장은 완도군 소안면에 딸린 작은 섬 구도에서 태어났다. 이 섬은 면적 0.39㎢, 해안선 길이 2.4㎞에 인구 100여 명의 작은 섬이다. 김 의장은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한 학창시절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남다른 열정과 재능을 바탕으로 2010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창업,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김 의장은 지난 18일 세계적인 부자들의 기부 클럽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가입했다. 이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자산이 10억달러(약 1조1065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더 기빙 플레지' 측이 이날 홈페이지에 김 의장 부부의 사진과 함께 공개한 서약서에 따르면 김 의장은 "저와 저의 아내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약속했다.
김 의장은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2017년 100억원 기부를 약속하고 이를 지킨 것은 지금까지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한다"며 '더 기빙 플레지' 가입 이유를 밝혔다.
한편 '더 기빙 플레지'는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운동이다. 기빙플레지 회원의 약 75%는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들이다.
김 의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자 세계에서 219번째 '더 기빙 플레지' 회원이 됐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25번째, 아시아에서는 7번째 '더 기빙 플레지' 서약자가 나온 국가가 됐다.
● 김범수, 국내 첫 '조 단위' 기부
이달 초엔 담양 출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한국 사회문제 해결에 재산 절반 이상(약 5조원)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김범수 의장의 기부금은 국내 대기업집단(그룹) 총수가 개인 재산을 자발적으로 사회에게 기부한 금액 중 역대 최대 수준이다. 조 단위의 기부를 한 것도 처음있는 일이다.
김 의장은 담양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 아래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모님과 할머니를 포함한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 살았을 만큼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김 의장은 지난 8일 카카오 임직원에 신년 카톡 메시지를 보내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김 의장이 보유 중인 카카오의 지분은 13.74%(1217만631주)다. 김 의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약 10조원으로 추산되며, 그의 재산 중 주식 절반만 계산해도 5조원에 달한다.
김 의장은 이번 결정 이전에도 어떤 기업인보다 기부를 활발히 해왔다. 현재까지 그가 기부한 규모는 현금 72억원, 주식 약 9만4000주(약 152억원)이다. 기부 당시 주가로 합산하면 총 224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카카오 주식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그의 기부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