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장애 속에 드러난 빈곤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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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장애 속에 드러난 빈곤의 본질
  • 입력 : 2020. 10.29(목) 13:22
  • 박상지 기자
빈곤이 오고 있다

신명호 | 개마고원 | 1만5000원

한국의 빈곤율은 17.4%로, OECD에서 우리나라보다 빈곤율이 높은 나라는 네 나라뿐이다. 과거의 절대적 빈곤은 나라 전체가 가난하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의 빈곤은 나라가 부유해지고 있는 가운데 커지고 있다. 1990년대 말 8.5%가량이었던 빈곤율이 오늘날 두 배 정도 오르는 동안에 국내총생산GDP은 세 배가량 커졌다. 경제 성과가 불평등하게 분배되면서 상대적 빈곤이 커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경제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의 문제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소득 및 자산 격차의 증가가 그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렇게 기울어진 경제구조가 사람들을 빈곤으로 미끄러지게 만들고 있다.

원인이 사회경제적 구조에 있으니,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식으로 빈곤 문제에 대처하는 건 깨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할 것이다. 이 책이 빈곤을 만들어내는 사회경제적 구조를 분석하고, 정책적·정치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빈곤은 단순히 소득의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과 장애를 봐야 빈곤의 본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은 감염병도 누구에게나 똑같은 게 아니라 차별적으로 작용한다. 임대료를 계좌로 송금받기만 하면 되는 건물주들과 매일 손님들을 맞이하며 장사를 해야 하는 식당주인과 그 종업원들은 위험에 노출된 정도가 천양지차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자가격리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뿐이라는 걸 우리 모두가 안다. 코로나 같은 예외적 경우만이 아니다. 기대수명이나 질병 유병률은 빈부에 따라 달라진다. 소득이 높을수록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반면 소득이 낮으면 그 반대다. 교육도 마찬가지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들의 교육 수준이 높다는 건 이제는 상식이 됐다. 인간관계의 수준이나 사회 참여도의 측면에서도 패턴은 똑같아서, 가난할수록 인간관계가 빈약하고 사회 참여가 적다.

이처럼 빈곤은 주거·건강·교육·인적자원 내지 사회적 네트워크라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한결같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누려야 할 적정한 수준으로부터 멀리 밀려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빈곤 문제는 소득 차원을 넘어서 보편적인 인간다운 삶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이 책은 재삼 강조한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