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문화담론·김태진> '다양성의 사회' 선택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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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문화담론·김태진> '다양성의 사회' 선택의 어려움
김태진 동네줌인 대표
  • 입력 : 2020. 10.22(목) 13:26
  • 편집에디터
김태진 동네줌인 대표.
인간은 누구나 평생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무엇이든 많이 하면 익숙해지고 쉬워져야 되는게 아닌가. 하지만 수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면서도 '선택'이란 놈은 수월해질 생각을 않는다. 그래서일까. 시중엔 '선택'을 잘하는 비법에 관련 책 등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필자 역시 흔히 표현하는 '선택장애'를 가지고 있다. 음식메뉴를 고르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왜 선택이 어려운 걸까. 이러한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첫째, 자원은 한정적이다. 상상해보라. 돈과 시간에서 자유롭고 한 끼에 다섯가지 메뉴를 먹을 수 있는 소화기관을 가지고 있다면 만족스러운 식사 메뉴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둘째,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하기 쉽지 않다. 짜장과 짬뽕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평소 짜장을 더 즐겨먹는 필자 역시 술 마신 다음 날은 우선순위가 바뀌곤 한다. 결국 내 스스로의 우선순위도 상황과 기분에 따라 바뀌어 간다.

셋째, 내게 맞는 답이 누군가엔 오답일 수 있다. 누군가와 싸운 후 당일 화해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싸우고 나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결국 싸운 당일 화해 시도는 누군가에게는 좋은 일이기도, 누군가엔 안 좋은 일이기도 하다.

넷째, 내가 포기하는 선택지가 누군가에겐 포기하면 안되는 선택지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기회비용의 문제다. 어쩌면 갈수록 선택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 '선택'을 한다는 건 선택하는 것보다 포기해야 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서이지 않을까.

다섯째, 선택에는 다양한 고려요소가 있다는 걸 사람들은 생각보다 잘 모른다. 본인이 어떤 선택을 할 때는 수많은 요소들이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남이 하는 선택은 단편적인 사실만 보고 쉽게 말을 내뱉곤 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쉽게 선택하지 않았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텐데 말이다.

몇 개만 들여다봐도 다른 이들까지 만족시킬 만한 선택을 하는 건 어렵다는 걸 알 수있다.

필자는 청년부채 관련 정책을 만드는 일에 참여한 적이 있다. 예산은 1억원. 한정된 자원으로 TF팀에서 가장 좋은 답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시작 단계부터 어려움에 직면했다. △'청년은 누구인가 △청년들의 부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채는 무엇인가 △청년 중 정책을 통해 해결해야할 시급한 대상은 누구인가 등 질문이 이어졌다. 광주시민 모두가 공감할 만한 청년의 정의, 해결할 부채문제, 정책의 방향, 방법 등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심지어 예산은 고작 1억원이었으니 말이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고민에 고민을 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 결국 수차례 회의 끝에 정책이 만들어졌고 정책 수립의 어려움을 느낀 동시에 정책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집단마다, 상황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 역시 받아들여야만 했다.

개인의 선택을 생각해봐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 누군가의 마음과 환경을 온전히 이해하며 어떤 선택을 평가할 수 있을까. 가까운 이의 마음과 환경마저도 오롯이 아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지 않나. 그래서 어떤 선택을 다른 이의 눈으로 판단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들을 만들어 낼 뿐, 별로 도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선택뿐 아니라 누군가의 선택을 평가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허나 어쩌겠나. 선택이 쉽든 쉽지 않든, 우리는 여지껏 그래왔듯 계속해서 수많은 선택들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회가 되면 어떨지 상상해보며 이번 글을 마치려 한다.

'남들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입장을 바꿔 다양한 고려요소들을 생각해주는 사회', '그 어떠한 선택도 온전히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걸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사회' 말이다.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요즘 시대에 다양한 선택에 대한 존중과 이해만 있어도 갈등없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