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이꽃은 가을 관광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경전선의 간이역으로 평소 하루 20여 명 안팎이 이용하는 경남 하동군의 북천역은 가을이면 코스모스와 메밀꽃으로 뒤덮인다. 군과 주민들이 주변 31ha에 코스모스와 메밀꽃을 심어 지난 2007년부터 가을이면 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는 역 이름도 아예 '북천 코스모스역'으로 바꿨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취소됐지만, 지난해까지 매년 100만 명이 이상이 이 축제를 다녀갔다. 곡성군 석곡면 주민들은 대황강 자연휴식공간에 코스모스를 심어 2001년부터 가을이면 석곡 코스모스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코스모스 음악회가 열리지 못했다.
최근에는 핑크뮬리가 코스모스의 빈 자리를 파고들어 가을 관광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핑크뮬리는 한데 심어두면 작은 꽃들이 자연스러운 물결을 이루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조경용으로 많이 쓰인다. 원산지는 미국이다. 우리말로는 '분홍쥐꼬리새'다. 국내에는 2014년 제주도내 모 생태공원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심으면서 처음 들어온 이후 사진 촬영 명소로 큰 인기를 끌면서 전국 각지로 확산됐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핑크뮬리는 전국 37개 시민공원과 개인 농장 등에서 최소 10만422㎡ 규모로 식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축구 경기장 14개 규모다. 순천만 국가정원에도 3만6000본의 핑크 뮬리가 식재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국립생태원이 지난해 12월 핑크뮬리를 '생태계 위해성 2급'으로 지정하고 식재 자제를 권고하면서 전국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 등 각 지자체는 예산을 들여 심은 핑크뮬리를 모두 제거하기로 했다. 순천만 국가정원을 관리하는 순천시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핑크뮬리를 모두 갈아엎는다면 그 자리에는 살살이꽃을 심었으면 한다. 역시 가을꽃의 최고봉은 코스모스다.
박상수 주필 sspark@jnilbo.com
박상수 기자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