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이꽃과 핑크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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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살살이꽃과 핑크뮬리
  • 입력 : 2020. 10.20(화) 16:40
  • 박상수 기자
코스모스는 가을을 상징하는 꽃이다. 코스모스는 꽃말이 '소녀의 순정'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청순한 소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멕시코가 원산으로 우리나라에는 해방 이후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모스의 순우리말은 '살살이꽃'이다. 코스모스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양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다. 코스모스보다는 살살이꽃이라는 말이 웬지 정감이 간다.

살살이꽃은 가을 관광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경전선의 간이역으로 평소 하루 20여 명 안팎이 이용하는 경남 하동군의 북천역은 가을이면 코스모스와 메밀꽃으로 뒤덮인다. 군과 주민들이 주변 31ha에 코스모스와 메밀꽃을 심어 지난 2007년부터 가을이면 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는 역 이름도 아예 '북천 코스모스역'으로 바꿨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취소됐지만, 지난해까지 매년 100만 명이 이상이 이 축제를 다녀갔다. 곡성군 석곡면 주민들은 대황강 자연휴식공간에 코스모스를 심어 2001년부터 가을이면 석곡 코스모스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코스모스 음악회가 열리지 못했다.

최근에는 핑크뮬리가 코스모스의 빈 자리를 파고들어 가을 관광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핑크뮬리는 한데 심어두면 작은 꽃들이 자연스러운 물결을 이루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조경용으로 많이 쓰인다. 원산지는 미국이다. 우리말로는 '분홍쥐꼬리새'다. 국내에는 2014년 제주도내 모 생태공원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심으면서 처음 들어온 이후 사진 촬영 명소로 큰 인기를 끌면서 전국 각지로 확산됐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핑크뮬리는 전국 37개 시민공원과 개인 농장 등에서 최소 10만422㎡ 규모로 식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축구 경기장 14개 규모다. 순천만 국가정원에도 3만6000본의 핑크 뮬리가 식재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국립생태원이 지난해 12월 핑크뮬리를 '생태계 위해성 2급'으로 지정하고 식재 자제를 권고하면서 전국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 등 각 지자체는 예산을 들여 심은 핑크뮬리를 모두 제거하기로 했다. 순천만 국가정원을 관리하는 순천시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핑크뮬리를 모두 갈아엎는다면 그 자리에는 살살이꽃을 심었으면 한다. 역시 가을꽃의 최고봉은 코스모스다.

박상수 주필 sspark@jnilbo.com





박상수 기자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