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상온노출'의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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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독감백신 '상온노출'의 결과물
  • 입력 : 2020. 10.14(수) 17:36
  • 최원우 기자
최원우 사회부 기자
'상온 노출'이 의심돼 한동안 중단되었던 독감백신 무료 접종이 지난 13일부터 재개됐다. 정부는 접종 중단 첫날, 문제가 된 백신을 접종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접종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3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현장 취재 당시 독감백신 무료 접종 대상자들에게 "무료 백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볼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았다. "무료대상자에 해당 돼지만, 두려워서 국가 백신을 맞을지는 고민해봐야겠다"라는 것이었다.

시민들의 입에서는 '싼 게 비지떡',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 등의 말도 흘러나온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 사업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가가 무료로 보건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한들 믿음직스럽지 않으면 혜택을 거부할 만큼 우리 국민은 성숙해졌다.

최근 독감백신 접종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바로 초기 유료 백신을 접종했던 시기보다 현재 백신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독감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소비자 가격은 2만원 중후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4만원을 넘어서면서 5만원을 넘은 곳도 부지기수다. 백신 가격이 천차만별이다보니 국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변 지인들도 "누구는 2만8000원에 맞았다는데 왜 난 4만원이나 줘야 하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관리체계와 유통과정에서 발생 된 문제로 무료 접종에 불신이 생긴 국민들은 유료 접종마저 의료기관에 또다시 농락 당하는 셈이다.

유료 백신은 수요와 공급체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최근 무료 백신 불신으로 인해 유료 백신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가격 또한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더욱이 가격이 점점 올라간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유료 백신을 접종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몰리고 있다.

코로나와 독감의 증상이 비슷한 점에서 사회 취약계층들은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무료 백신을 선택해 접종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취약계층은 자신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유통됐을지 모를 백신을 접종받으면서 불안에 떨고 있다.

아무리 질병 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 조사를 통해 상온 노출 백신의 안정성과 품질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지만, 코로나로 인해 국민들의 심리가 불안한 상황인 만큼 유통과정 등을 꼼꼼하게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훗날 개발될 코로나 백신이 국민들의 신뢰와 믿음 속에서 접종 되려면, 이번 일을 교훈 삼아 하루빨리 국민 건강과 밀접한 국가 예방접종 사업 체계의 문제점을 발견해 고쳐야 한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