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 광주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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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호구' 광주FC
  • 입력 : 2020. 11.09(월) 16:17
  • 이용환 기자


"월드컵 4강의 위업을 달성한 광주 축구의 자존심을 잇겠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0년 광주FC가 시민구단으로 첫 발을 내 디딜 때 축구계는 환호했다. 당시 구단주였던 강운태 전 광주시장은 "시민주 공모를 통한 시민이 주인인 구단"이라며 "광주FC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주시도 프로축구단 창단으로 광주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선수들의 열정도 어느 팀보다 높았다.

하지만 광주FC의 영광은 이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창단 첫 해 리그에서 11위에 머물렀던 광주FC는 이듬해 15위로 추락하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재미없는 경기운영과 사사건건 정치에 휘둘렸던 임직원의 행태도 지탄의 대상이었다. 승부조작, 직원 채용비리, 금품수수 등 추문도 이어졌다. 연습구장이 없어 광주·전남을 전전하며 '메뚜기식 훈련'으로 버티고 선수단이 원룸에 살면서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더 한심한 것은 창단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광주FC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당장 광주FC는 실질적으로 팀을 이끌 단장이 1년째 궐석으로 남아있다. 구단주인 이용섭 광주시장의 존재감도 보이지 않는다. 축구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불평도 나온다. 어쩌면 하찮은 서포터즈 걸개 등을 놓고 벌이는 팬과 구단 사이의 힘겨루기도 가관이다. 월드컵 이후 제대로 된 A매치 한번 치르지 못한 광주 축구의 현실도 가슴 아픈 일이다.

광주FC가 얼마 전 '파이널A' 전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선수들의 투혼만으로 승격 첫해 파이널A에 진출한 것은 큰 성과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구단주가 외면하고 단장마저 없는 팀이 미래를 꿈꾸는 건 욕심이다. 구단을 생산자로, 팬을 소비자로 봤을 때 광주FC가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팬의 외면은 당연하다. 광주시와 광주FC는 팀 창단을 위해 주머니돈을 털었던 팬이 과연 무엇을 원하는 지 돌이켜 생각해야 한다. 서포터즈에게 '호구'로 조롱받고 팬마저 떠나는 구단이나 구단주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문화체육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