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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과 수두룩한데…재해보험은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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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과 수두룩한데…재해보험은 '무용지물'

피해 늘었는데 보장은 되레 축소
수년째 가입대상 품목은 제한적
"유명무실 재해보험 개선 나서야"

게재 2020-09-21 16:22:28
잇단 자연재해에 농민들의 한숨이 연일 깊어지고 있지만, 농작물 재해보험이 농민들의 시름을 제대로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배 낙과피해 현장. 전남도 제공
잇단 자연재해에 농민들의 한숨이 연일 깊어지고 있지만, 농작물 재해보험이 농민들의 시름을 제대로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배 낙과피해 현장. 전남도 제공

'농작물 재해보험'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자연재해는 늘었지만 되레 보장 규모는 대폭 축소된 데다 가입 대상 품목과 사업지역이 매우 한정적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초 전남지역 농가들은 갑자기 찾아온 추위와 서리로 큰 피해를 봤다.

새벽 기온이 무려 영하 -6℃까지 내려가기도 했기에 과수 중심꽃이 얼어 죽는 매우 치명적인 냉해 피해가 났다. 일주일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서리피해까지 있었다. 모두 1만1639농가, 피해 규모만 축구장 8237개 면적에 달했다.

냉해가 몰아닥친 지 몇 달 지나지도 않아 유례없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전남을 강타한 집중호우에 과수가 쓸려나갔고, 농경지 6174㏊가 침수됐다. 연이어 몰아닥친 태풍은 전남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낟알이 상처 입고 쓸려나가 2만 467㏊ 면적에 흑‧백수 피해가 발생했다.

유례없는 자연재해가 연일 이어지면서 농민들은 농작물 재해보험에 희망을 걸었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로 농작물 피해를 보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한다.

나주에서 배 농사를 하는 김병식씨는 "이맘때면 나무 1그루에 2000여개의 열매가 맺혀 적과를 마치고 350개가량의 튼실한 열매가 달려 있어야 하는데 완전 초토화됐다"며 "배 과수의 경우 냉해로 꽃이 죽으면 과실결실이 되질 않아 과수의 수세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내년까지도 정상적인 수확이 어려워 피해가 해를 넘겨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농민들의 희망은 곧 절망이 됐다. 정부와 사과, 배, 단감 등 과수 4종에 적용되는 재해보험 보상률이 올해부터 80%에서 50%로 대폭 삭감시켰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대비 3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치는 보험금이 지급돼 1년 농사 소득 보장은커녕 복구비에도 안 될 것 같다"며 "재해 대비 소득안정을 위해 20년 넘게 보험을 이용해 왔는데 허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김씨는 그나마 나은 상황. 재해보험의 가입대상 품목과 사업지역이 매우 한정적인 탓에 이마저도 꿈꾸지 못하는 농가들도 부지기수다.

장흥군에서 8년째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김은희씨는 올 초 냉해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그저 한숨만 내쉬고 있다.

김은희씨는 "냉해에 이어 무더위에 갑작스러운 호우 때문에 수확량이 평소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8년째 농사를 짓고 있지만 수입 과일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재해보험은 꿈도 못 꾸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블루베리, 아로니아, 대파, 양배추, 복분자 등 일부 품목은 일부 지역에서만 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거나 아예 보장조차 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정부에서 농가 소득 장물이라며 장려해 블루베리 농사를 시작했는데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 매년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수입작물이든 향토 작물이든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건 매한가지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명무실한 농작물 재해보험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남도의회는 이혜자 의원은 "전남 도내 농가가 가입이 가능한 보험 대상 품목은 매우 제한적이다"며 "배추는 고랭지 배추와 월동배추로 한정돼 있고 양배추의 경우는 해당 지역이 제주도로 국한돼 있어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2019년 기준)에 따르면 전남의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2666㏊(24.3%)로 전국 최대 면적으로 조사됐고, 양배추는 제주도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넓은 재배면적 1974㏊(28.2%)로 나타났다.

전남의 가을배추와 양배추는 전국을 대표하는 주산지임에도 불구하고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않아 재배 농가들이 불안정한 농업경영에 대한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다.

이혜자 의원은 "가을배추와 양배추는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않아 보험 혜택을 받을 기회조차 없어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이상기후로 자연재해의 사전 예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 농업재해보험의 역할이 절실하고 중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