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작가' 강운의 관조에서 치유로 가는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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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구름작가' 강운의 관조에서 치유로 가는 마음산책
40여년 전부터 구름 소재로 '구도자적 회화' 선봬||지난해 '시스루 기법' 통한 새 화풍 시도||개인적인 아픔에서부터 지역, 국가적 아픔까지||독백, 딸과의 대화 등 기록물 위에 유화물감으로 작업||18일부터 10월31일까지 김냇과서 30여점 전시
  • 입력 : 2020. 09.15(화) 16:04
  • 박상지 기자

15일 광주 동구 대인동 김냇과에서 강운 작가가 신작 '마음산책'을 설명하고 있다.

강운 작 '마음산책'연작. 작가 제공

'구름'작품으로 국내 미술계에서 주목 받고있는 강운 작가에게 구름이란 사람과 동격의 존재다. 1993년부터 구름과 하늘을 작업의 기반으로 삼았던 것은 삶에 대한 반추와 사유가 미학적 사유와 접목되는 과정 가운데 구름의 잔영이 반영돼 있는 까닭이다. 30여년이 넘는 작업기간 동안 그의 예술적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구도자(求道者)'적 자세였다. 지금까지 선보여 온 각기 다른 형태의 구름에는 작가 정신을 예리하게 가다듬는 수행의 성격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 그의 작품이 '구도적 회화'라고 불리우는 이유다.

구름을 통해 대변됐던 그의 구도적 행위가 파격적인 추상화로 바뀌었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감동을 주었던 구름작품에 익숙했던 이들이라면 이번 강 작가의 변화가 다소 낯설지도 모른다. 다양한 색조와 거친 붓터치, 어렴풋이 보이는 글자들과 두터운 마티에르가 첫 만남에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지만 작품이 담고있는 내용과 작업과정 면면엔 여전히 나약한 인간이 짊어지고 있는 상처와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마음산책'으로 명명된 이 작업들은 지난해 초 강 작가가 전시준비를 위해 비무장지대를 답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강 작가는 "땅에 박혀있는 철조망을 우연히 끄집어내다 손바닥에 깊은 상흔을 입게됐다"면서 "광주로 돌아오는 길에 손의 상처가 아려오면서 묘하게도 내면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상처의 감정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속이 비치는 '시스루 기법'으로 내면의 상처를 직시하고 치유하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계획하던 중 박헌택 영무토건 대표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1년 간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삶을 되돌아보는 자기 성찰적이고 고백적인 성격이 강한 '마음산책'연작에는 아내의 사별로 인한 우울증과 50대의 단상, 사랑과 이별같은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5·18, 남북관계 등 지역과 국가적인 상처와 관련된 내용이 두루 담겨있다.

'마음산책' 연작에서는 개인과 지역, 국가가 안고있는 상처를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치유에까지 일련의 과정이 응축돼 있다.

먼저 캔버스에 표현할 내용을 상징할만한 색깔의 유화물감을 선택한 후 작업 당시의 감정에 따라 붓질한다. 그리고 덜 마른 표면을 생채기 내듯 긁어내며 수많은 글자들을 필사하거나 그림을 그린다. 자신과 사랑했던 이의 손금이 그려져있거나, 누군가에게 쓴 편지, 5·18 당시 학교 선생님의 아내 사망사건 등 강 작가의 관심사나 기억들을 적기도 했고, 5월 항쟁지였던 금남로의 지도와 비무장지대의 철조망을 밑그림으로 작업하기도 했다. 필사의 과정에선 묵언 수행같은 노동의 고통과 상처에 대한 성찰이 교차된다. 이를 통해 다소 정화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그런 감정과 글에 어울리는 색깔을 이용해 그 글의 내용을 치유하듯 덮어버리는 작업을 한다. 이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다.

강 작가는"이번 작업을 하면서 회피하고 도망치는게 아니라 고통을 활용했고, 마주하고 질문했다"면서 "나에대해 이해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두려움이 줄어들었고, 색을 통해 나를 치료할 수 있었다. 미술작품을 통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강운 작가의 신작은 오는 18일부터 10월31일까지 광주 동구 대인동 김냇과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강운 작 '마음산책'연작. 작가 제공

강운 작 '마음산책'연작. 작가 제공

강운 작 '마음산책'연작. 작가 제공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