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역사 공간에서 펼쳐지는 전통수묵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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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근대역사 공간에서 펼쳐지는 전통수묵의 실험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2020 특별기획전 개최||24일부터 10월23일까지 목포·진도서 열려||다양한 장르 수묵에 도시재생 접목 눈길
  • 입력 : 2020. 09.03(목) 15:55
  • 박상지 기자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특별전시관으로 활용될 박석규 미술관 내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사무국 제공

목포와 진도는 전통수묵의 본향이다.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 제자인 소치 허련이 뿌린 남종화의 씨앗은 진도에서 싹을 틔우고 목포에서 꽃을 피웠다. 지난 2018년부터 열리고있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수묵 거장들의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있는 목포와 진도를 무대로 열리게 된 배경이다. 유럽에서 수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일본에서는 전통수묵의 현대화를 향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목포와 진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통수묵에 대한 새로운 실험들이 주목을 받고있다.

오는 24일부터 10월23일까지 목포와 진도 운림산방 일대에서 열리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올해 행사는 전통수묵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도시재생'이라는 화두와 접목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근대역사거리에서 펼쳐지는 수묵담론

'부릉부릉 수묵시동'의 특별전시관으로 사용된 장소가 이채롭다. 1관으로 사용된 세종소주방은 일제강점기에 건축됐다. 1936년 일본인 상인 가와타니 쓰네타로가 아사히해태점 운영을 시작으로 수많은 음식점들이 이 곳을 거쳐갔다. 지어진 지 100여년에 가깝지만 정면만 조금 변형됐을 뿐, 건립 당시의 원형이 잘 보존된 건물로 근대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있다. 이곳에서는 문장현, 채병록 작가의 수묵의 전통적인 표현기법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얻은 영감을 그래픽, 생활디자인 등으로 연출한 소비형 수묵작품이 전시된다. '수묵 현대미술'이 전시될 2관은 동아약국이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자리잡은 동아약국은 일본식 목조건물로 다다미와 목조바닥이 그대로 유지돼 있는 곳이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지도자 안철 장로가 운영하던 곳으로, 이후 목포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수묵정신에서 모티브를 얻어 수묵을 새롭게 해석한 이태욱 작가의 현대수묵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3관으로 '박석규 미술관'은 일제시대 운영됐던 동아부인상회 목포지점으로 현재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다. 강형구, 서윤희, 정재호, 스텝 드리센, 시네마 MM이 참여해 영상, 미디어아트를 통해 재료적 한계를 초월한 평면, 영상, 설치, 미디어아트를 보여준다. 1924년 문을 열었던 갑자옥 모자점의 일부는 4관 '빈집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권민호 작가가 참여해 아날로그적 시각 디자인으로 연출된 드로잉 위에 다채로운 인위적 빛을 덧입혀 새로운 형식의 수묵을 시도한다. 일제시대 적산가옥인 '역사알리미 샘터'은 아트마켓으로 활용된다.

●거리 전체가 거대한 수묵전시장

'뚜벅뚜벅 수묵산책'은 목포, 진도의 거리 곳곳에 수묵작품을 전시해 산책을 하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3평 미술관'은 목포근대역사2관 주차장과 진도 운림산방 등 주요 관광지점 내에 조성된 작은 미술관에서는 조재만, 정상민, 이경택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예총 전남연합회, 미협 진도지부의 '집약형 수묵 깃발작품'이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목포근대역사2관과 진도 운림산방에 설치되며, 목포 민어거리 내 을지의원 벽면에는 신영훈 작가가 참여해 '도시재생을 접목한 예술벽화'를 선보인다. 수묵으로 제작한 트릭아트가 목포 근대역사거리 내에 제작돼 관광객들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체험프로그램으로는 국내 유명작가와 관광객이 함께하는 도시 스케치 체험인 '수묵 어반 스케치', 관람객을 대상으로 인력거 시승체험인 '수묵 인력거 체험', '수묵 판화 체험', 부채, 족자 그리기와 머그컵 만들기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나도 수묵화가'등도 마련된다. 양악, 국악, 무용, 복합장르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인들의 대중성 높은 문화 공연인 '수묵 버스킹 공연'도 마련돼 옛 근대문화역사 공간에 활력을 더해줄 계획이다.

이건수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총감독은 "수묵의 새로운 출발이 시작되는 생생한 역사적 현장에 많은 관람객이 동참해 시동을 걸어주길 바란다"며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우리미술의 전통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차별화된 비엔날레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목포 민어거리 내 을지병원 벽면에 그려진 수묵벽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사무국 제공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