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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10>공존의 예술, 공공미술(公共美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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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10>공존의 예술, 공공미술(公共美術)

게재 2020-09-01 14:33:36

누구를 만날 수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이상한 상황의 나날들이 이젠 일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팬데믹 속 회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모두의 예술이자 시대를 반영한 '공존의 예술, 공공미술(公共美術)'은 더 큰 예술의 의미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일상 속에 함께하고 있는 공공미술(公共美術)은 대중들을 위해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 도심 속 또는 휴식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벽화, 조각, 다리, 미디어 파사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용어는 영국의 존 윌렛(John Willett)이 1967년 책 "도시 속의 미술(Art in a City)"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아트디렉터와 화상·큐레이터·평론가·수집가 등 소수 전문가들의 예술적 향유가 일반 관객 및 대중의 미감을 대변하는 것처럼 만들어 소수의 행위를 정당화시킨다는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일반인들의 정서에 개입하는 미술개념으로서의 '공공미술(公共美術)'을 고안하였다. 공공미술은 일상을 통해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해 주고, 국가 및 지자체는 우수한 공공미술 활동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공공미술의 예술성을 높이고자 하는데 의의가 있다. 그리고 동시대 여러 가지 문제를 예술을 통해 풀어감으로써 공공미술의 긍정적인 사회적 기대 효과와 예술의 공공적 수용 가능성 더불어 공공미술 자체의 수준 및 주도적 사회 역할도 중요한 의미이기도 하다.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전시되는 작품을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지정된 장소의 설치 미술이나 장소 자체를 위한 디자인 등을 포함한다. 장소성에 결합하는 예술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조나단 보롭스키(Jonathan Borofsky)의 <망치질하는 남자(Hammering Man)> 작품처럼 조형물이 제작되어 여러 국가의 다양한 장소에 설치되어 보여 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과거 비극적 전쟁의 역사성을 담은 마야 린(Maya Lin)의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Vietnam Veterans Memorial)>는 베트남전(1955년~1975년)에서 사망하거나 실종 된 5만 8천여 명의 명단을 검은색 화강암에 새겨 땅에 낮고 길게 세웠다.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아픔을 상기하며 '참여'라는 개념을 실현하고 예술이 공공의 공간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전해주었다.

[사진1. 조나단 보롭스키(Jonathan Borofsky)_'해머링 맨'(Hammering Man, 망치질하는 남자)]
[사진1. 조나단 보롭스키(Jonathan Borofsky)_'해머링 맨'(Hammering Man, 망치질하는 남자)]

[사진2. 마야 린(Maya Lin)_'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Vietnam Veterans Memoria)l'_워싱턴_1982년]
[사진2. 마야 린(Maya Lin)_'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Vietnam Veterans Memoria)l'_워싱턴_1982년]

과거의 전통적 공공미술이 공공의 개념을 지역의 장소와 관련시켜 작품화 시키고 소통하는 데 반해, 새로운 공공미술은 장소를 물리적 장소로 보지 않고 사회적·문화적·정치적 소통의 플랫폼으로 간주하며, 그런 넓은 개념에서의 작품으로 지역 공동체와 관람객의 참여, 일시적 작업 등을 다양하게 제안하고 있다. 나아가 현재의 공공미술은 팬데믹, 기후위기 등의 예외적 일상을 국제 사회에 대한 동시대적인 이슈와 공공의 목적을 내포한 가치를 예술 실천과 미학적 의미로 제시해 주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시공간 특정적 공공미술(con-tempo-rary public art) 장소 특정적 미술, 커미션 작품, 퍼포먼스, 미디어 파사드, 사운드 아트 등의 장소성과 시공간적인 요소가 중요해지고, 현대 미술과 접점. 시공간적 흐름과 함께 호흡해 나간다는 것이 특징이겠다. 작품들이 설치되는 장소는 대부분 도시이며, 일상 속에 함께 생활하며 마주하고 조각·벽화·스트리트퍼니처·포장작업(paving)·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한다. 근래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념 조형물의 형태를 뒤집어놓거나 날카로운 비판의식으로 공공 영역에 개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제니 홀저(Jenny Holzer)의 전자게시판 문자 작업과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광고판 작업, 건축물에 문명 비판의 영상을 만든 크시슈토프 보디치코의 프로젝션 작업 등은 사회적 비판과 미술의 형식미가 절묘하게 만나 공공미술의 영역을 넓힌 경우이다. 오브제 위주의 남겨지는 전통적 공공미술과 달리 이들 작업은 일시적으로 진행된 후 철거된다는 점이 특징적이기도 하다.

[사진3. 제니 홀저(Jenny Holzer)_'PROTECT ME FROM WHAT I WANT'_뉴욕 타임스퀘어_1987년_ⓒsemiramisenbabilonia]
[사진3. 제니 홀저(Jenny Holzer)_'PROTECT ME FROM WHAT I WANT'_뉴욕 타임스퀘어_1987년_ⓒsemiramisenbabilonia]
[사진4. 제니 홀저(Jenny Holzer)_제논 프로젝션(Xenon Projection) 'I FEEL YOU')_1996년_ⓒjennyholzer]
[사진4. 제니 홀저(Jenny Holzer)_제논 프로젝션(Xenon Projection) 'I FEEL YOU')_1996년_ⓒjennyholzer]

"일상 속, 과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뎌진 현대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싶어요. 텍스트를 활용한 공공미술을 통해 많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예술인지 모른 채 어디서나 예술을 즐기기 원합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업을 위와 같이 정의하며 대중들에게 소개했다. 우리 일상의 작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공공미술은 예술적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5. 플로렌타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_러버덕 프로젝트_서울 석촌호수_2014년]
[사진5. 플로렌타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_러버덕 프로젝트_서울 석촌호수_2014년]

[사진6. 디스트릭트(Dstrict)_Wave_서울 코엑스_2020]
[사진6. 디스트릭트(Dstrict)_Wave_서울 코엑스_2020]

위와는 다른 의미의 공공미술로 플로렌타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의 <러버덕 프로젝트>가 있다. 그는 '도시를 배경으로 현대적인 물건을 배치하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선택된 대형 노란색 오리인형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오사카, 시드니, 상파울로, 홍콩 등 세계도시에 전시를 했고 마지막 서울, 석촌 호수에서 한 달 동안 보여졌다. 주요 매스컴 및 시민들에게 대중적 인기를 끌어 기간 내 방문객 수는 480만 명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 앞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에 설치된 디스트릭트(D'strict)의 Public Media Art #1 는 미디어 아트 작품이자 상품이다. 도심 속 거대한 파도는 '코로나 블루'와 무더위로 지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형 전광판에 8K 초고해상도로 펼쳐지고, 가상의 파도가 현실 공간과 만나 평범한 일상에 놀라움을 주는 경험을 전해주며 실감나는 기술력은 '아나몰픽 기법(Anamorphic illusion)'을 사용해 제작되었다.

동시대의 공공미술는 장소나 예술의 기술적 혹은 결과물 너머의 사람과 사람 사이 공동체와 예술의 공공성 실현, 개인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 안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해나가며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에 중요한 목적을 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에게 지금의 상황들은 갑작스럽지만, 어쩌면 꼭 필요한 시간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코로나19 이후 급변하고 있는 시대, 진화하는 다양한 문명 속에서 현재 '잠시 멈춤pause'의 시간은 그 동안 망각하며 지냈던 '원형의 본질'에 대한 문제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예술의 목적과 본질, 삶의 본질, 환경에 대한 본질, 사랑과 꿈을 향한 본질. 우리도 모르게 빠르게 흘러 보내버리는 미디어 파도 속에서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고,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노스텔지아(Nostalgia)처럼 아련하게 불러 모은다.